[현장리포트] 류현진이 속한 다저스의 인기 비결
입력 : 2014.02.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메이저리그는 철저하게 팬들과 함께 진행된다. 각 구단은 팬들이 없으면 구단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사실 팬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 구단 수익금이 전혀 없다. 팬들에 대한 소중함을 각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LA 다저스가 지난 주말 팬 페스티벌 행사를 가졌다. 2월 1일에는 LA 인근 학교와 박물관, 카페 등을 순회하며 어린 학생들과 만나고, 이들과 음식을 만들며 나눠먹고 함께 야구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2일에는 다저스 구장에 팬들을 초청해 사인회도 갖고 포토타임도 갖는 등 역시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찾아가지 못한 다저스팬들에 대한 선수단의 공식 인사 자리다. 엄청난 팬들이 몰려들었던 것은 당연하다.

메이저리그 162경기를 치르는 동안 팬들은 한경기, 한경기에 집중하고 환호한다. 수퍼스타급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만나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각 구단들은 따로 날을 정해 팬들과 선수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팬 페스티벌에 선정된 선수들은 흔쾌히 이를 수용할 뿐 아니라 영광으로 느낀다. 그리고 서로 사인회에 자신이 더 많은 팬들이 몰렸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재밌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들의 우상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기 위해 1~2시간의 기다림은 기꺼이 참아낸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 다음시즌까지 기다려야 하고, 혹시 시즌 후 다른 팀으로 이적해 버리면 만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있는 여러 선수들도 이날은 어린이와 함께 한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 팬들의 야유를 한몸에 받았던 맷 켐프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직접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올시즌을 기대해 달라며 애교스럽게 부탁했다. 2000만달러(200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아이들 앞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다.

당연히 류현진도 팬 페스티벌에 참가해 2년 연속 높은 인기를 과시했다. 많은 언론의 인터뷰도 진행됐는데, 내년 시즌 2년차 징크스 우려에 대해 최선을 다해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언론 인터뷰도 모두 팬들과의 시간이 끝난 후 이뤄진다. '팬 페스티벌'은 무조건 팬들이 주인공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잠깐 봉사하고 사진찍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팬 페스티벌은 그 해 시즌 수익을 미리 점쳐볼 수 있다. 사인회 예약을 통해 인기 선수들의 건재함도 확인할 수 있고(사인을 받고 싶은 선수를 다저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다), 관중 입장수익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올해도 다저스는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다저스는 시즌 티켓 수요가 넘쳐나 시즌 티켓 가격을 40%나 인상했다. 다저스 팬들의 2014시즌에 대한 큰 기대를 알 수 있다. 이날 다저스 구장을 찾은 다저스팬들은 하루 종일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후 귀가했다.

2일 한국 국가대표 축구 대표팀은 미국과의 친선전에서 0-2로 패하고 미국 전지훈련 3번의 평가전을 모두 마쳤다. 많은 한인 팬들이 몰려 들었던 것은 당연하다. 오래간만에 '대~한민국'이란 구호도 외쳐보고, 패하긴 했지만 대표팀에 큰 박수를 보냈다. 언제 선수들을 다시 보게 될 지 모르는 한인 축구팬들은 경기가 열렸던 스텁헙 센터 출구에서 선수들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한인 팬들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구하고 사진찍기를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패배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는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애써 카메라들을 외면하며 버스에 올랐다.

이날 축구장을 찾은 한인 팬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선수들의 태도에 의해 정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게임은 졌지만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경기장을 떠나는 아빠는 "차라리 다저스 구장에 가서 류현진 싸인을 받는게 아이에게 더 큰 선물이 됐을지도 몰랐겠다…"라고 말끝을 흐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로스앤젤레스=문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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