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씨, 모르면 그냥 잠자코 계세요''
입력 : 2014.12.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김구라씨에게.

며칠 전 '썰전'에서 기자의 칼럼 '대통령과 기타'를 마구 인용하며 마치 '웃긴 기사'처럼 취급하더군요. 뒤늦게 프로그램을 보고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려했습니다. 말 그대로 '썰전'인데 정색하고 덤빌 일이겠나 싶었지요. 하지만 그냥 두면 '썰'이 '진실'로 둔갑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기사가 낯 뜨겁다"는 강용석 변호사의 대답으로 미뤄 짐작하듯, 컬럼이 마치 '용비어천가'로 흐르고 있다는 식의 단정적 평가에 대한 부분, 그리고 김구라씨가 제기한 코드의 난이도에 대한 주관적 해석에 대한 부분입니다.

우선 칼럼이 '현직 대통령 용비어천가'라고 단정 지은 부분. "이 사설 어떻게 보셨어요?"라고 김구라씨가 묻자 "아 낯 뜨겁네요"라고 강용석 변호사가 대답합니다.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자막에는 '친여(?) 강변도 낯 뜨거워서 볼 수가 없는…'이라는 설명도 달렸습니다. 칼럼이 낯 뜨거운지 안 그런지는 전체적인 결론을 들어봐야 알 수 있는데, 진행자가 칼럼을 다 읽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기자는 해당 칼럼의 결론을 노무현 대통령의 '행동', 신동엽의 '생략', 박근혜 대통령의 '진의' 등의 키워드로 포장이나 이미지가 아닌, 끝까지 완주하는 행동주의자가 되길 기대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오히려 정중하게 몇 가지 비유를 통해 대통령에게 '형식'이 아닌 '내용'을 주문한 셈이죠.

이를 읽는 독자들은 기자의 의도대로 읽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썰전'은 뒷부분은 모두 가린 채, 앞부분의 기타 얘기만 부각시킴으로써 시청자의 폭넓은 이해의 기회를 처음부터 차단했습니다. '종편 만담'이 펼치는 방송 생리를 모르는 건 아니나, '행간의 의미'를 차근차근 짚고 방송을 하는 게 시청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요?

박 대통령이 기타 코드를 정확히 잡아 그것이 뮤지션처럼 보이는 듯했다는 상황의 묘사가 박 대통령의 다른 직무나 업적을 칭송하는 용비어천가로 들렸나요? 신동엽의 '뻥기타'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동'을 비유로 굳이 든 이유처럼, 기타 코드밖에 잡지 못한 박 대통령이 다음 코드나 완곡을 이어가지 못해 이미지 정치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칼럼의 진정한 의도는 읽지 못했나요?

'악마의 편집'을 넘어 '저주의 편집'으로 앞부분만 싹둑 잘라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오글거리는' 문장으로 오독하도록 하는 행태는 '썰전'이 그간 보여준 매력 중 하나인 '그럴듯한 설득력'의 발끝도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코드의 난이도에 대한 '주관적' 해석입니다. 김구라씨가 한때 록을 좋아했다고 해서 유명 음반사와 손잡고 편집 음반을 시리즈로 낸 적도 있었죠. 30년 넘게 기타를 친 기자도 집시재즈 스타일의 '핀탄 왈츠'(Fintan Waltz)나 어쿠스틱 핑거스타일의 '트와일라잇'(Twilight)같은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은 됩니다.

김구라씨 말대로, F코드도 물론 어렵습니다. 하지만 G코드보다 어렵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초심자의 F코드는 방송이 보여준 대로 하이코드 잡듯이 검지 전체를 바에 대고 연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 두 줄(6번과 5번)만 잡아도 초심자가 연주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방송은 F코드를 짚는 방식을 두 가지로 보여주지 않고, 어려운 하이코드법만을 보여줌으로써 G코드는 더 쉽다는 편견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이철희 소장이 "(기타 못치는)저 같은 사람은 어려운 코드라고 믿을 뻔 했네…"라고 말했을까요. C코드에서 코드를 바꿀 땐, G코드보다 F코드가 더 쉽습니다. 같은 계열의 운지에서 한 칸씩 내리면 그만이니까요.

G코드가 특히 여성 초심자에게 어려운 건 손가락이 약하고 짧은 이들에겐 (손가락을) 벌려야하는 불편함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초심자들에겐 F코드가 더 어려울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겐 G코드가 시간이 지나도 손에 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코드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상대적으로 어렵게 익힌 G코드가 더 쉬웠다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의 연습과정도 그랬으니까요.

김구라씨, 기자도 '썰전'처럼 말해볼까요? 어릴 때 잠깐 배운 어설픈 기억으로, 기본 코드 4개는 누구나 칠 수 있었던 과거의 슬쩍 지나간 경험에 의존해 막 내뱉지도 마시고, 확신도 갖지 마세요. 잘 모르면 그냥 잠자코 계세요. 아니면 더 배우시든가요.

'썰전'은 MC 김구라씨와 함께 정치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두 명이 코너를 이끕니다. 앞으로도 잘 하는 걸 계속 '잘' 이끌어 주세요. 행여 모르는 분야를 다룰 땐, 숲을 먼저 얘기하고 나무를 건드리세요. 훌륭한 MC의 조건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느냐 여부에 달린 것이니까요.

자기 입맛대로 자르고 편집해 '재미'의 극단을 추구하는 예능의 구악 기술. 막 던지는 MC와 지상파보다 좀 더 자유로운 종편이라고 마구 허락된 특권이 아닙니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원문 보기 http://news.mt.co.kr/mtview.php?no=2014121512323234505&M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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