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준비 중 재산 빼돌리면 결과는?
입력 : 2014.12.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두달 전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알고 갈등을 겪은 끝에 이혼을 결심한 B씨는 남편의 재산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등기부를 떼어 보고 깜짝 놀랐다. 남편 이름으로 된 집이 큰 시누이에게 '매매'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마련한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가 시누이에게 넘어갔으니 재산 분할을 받지 못할까 걱정된다. B씨는 이같은 상황에서도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는지,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다.

이같은 사례는 이혼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강산이 바뀌는 세월 동안 가사사건을 다뤄보니 '마음 가는 데 돈 간다'는 말은 진리다. 사이좋게 할던 부부도 이혼할 상황이 되면 재산을 덜 주려고 별별 궁리를 다 하는 상황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같은 '꼼수'는 대부분 별 소용이 없다. 부부 중 한 쪽이 상대방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침해할 줄 알고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하면 배우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하라고 가정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민법 제839조의 3).

B씨 사례에 적용하자면 B씨는 남편이 시누이 명의로 넘긴 매매를 취소하고 아파트를 남편 명의로 돌린 뒤 재산분할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재산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따로 낼 필요 없이 이혼소송과 함께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어 절차도 간단하다. 이혼소장에 몇 줄 더 쓰면 된다. 다만 처분 행위를 알게 된 날부터 1년, 처분 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5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문제는 재산분할을 피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다.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이혼이 임박한 상황에서 부모·형제 등 가까운 가족, 친지에게 매도한 경우 재산분할회피목적이 있다고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산을 처분한 측이 진짜 매매임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데, 이 증명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아무리 구차한 변명을 해도 비슷한 사례를 많이 본 재판부를 설득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소유권 자체를 이전하지 않더라도 자기 명의 부동산에 거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부동산의 실제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도 쓴다. 하지만 근저당권자가 개인인 경우에는 자금 흐름, 이자 지급 등 돈을 빌린 것으로 볼 증거가 없으면 진짜 채무로 인정받지 못한다.

처분행위가 취소되는 것 말고 형사 처벌 위험도 있다. 재산분할을 피하려 재산을 허위로 양도하면 강제집행면탈죄로 3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으니(형법 제327조), '내 재산 내 맘대로'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만약 가짜가 아니라 제3자에게 진짜 양도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양도대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 그 대금을 분할하라고 판결한다. 양도대금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감추면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판결문은 10년마다 갱신할 수 있어 돈을 안 주려다 평생 자기 명의로 재산을 못 갖게 될 수도 있다.

각설하고, 이혼할 때 재산을 안 주려고 꼼수를 쓰더라도 성과는 없이 비용만 날리기 쉽다. 서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으면서 과거 인연을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하지 않는가.

조혜정 법률사무소 조혜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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