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모텔비 최대 4배…연인들 갈 곳이
입력 : 2014.12.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1 "24일 저녁 예약은 코스로만 가능합니다. A코스는 8만원, B 코스는 10만원입니다. 시간은 7시, 9시 중 선택 가능하시구요"

'모태솔로'라는 악명을 올 가을에야 떨쳐버린 대학생 이모씨(26)는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가 가격을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미리 인터넷에서 검색해 알아본 평소 가격의 두 배에 달했다.

#2 신촌에 위치한 A모텔은 크리스마스·연말용 요금표를 내걸었다. 평소 6만원~12만원(주말기준)인 숙박비가 24일에는 12만원~22만원으로 올랐다. 이날 숙박 예약은 불가능하고 입실도 자정 이후에나 가능하다. 업소 관계자는 "대실 손님이 많을텐데 취소 가능성이 있는 숙박 예약을 받을 수는 없다"며 "아예 대실만 하고 숙박 손님은 안 받는 모텔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인들의 명절이 된 크리스마스에 '바가지 상술'라는 불청객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시내 호텔 뷔페는 이날 저녁 평소보다 10.5%~54%까지 가격을 인상했고 제과업계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격을 지난해보다 최대 6% 올렸다. 모텔비는 부르는 게 값이지만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음식점들은 크리스마스용 메뉴판을 따로 만들어 단품 주문은 받지 않고 코스 주문만 받기도 한다.

대목을 맞은 업계의 바가지 물가가 기승을 부리다보니 지갑이 얇은 젊은 연인들은 크리스마스가 공포스러울 지경이다. 대학생 이씨는 "대목이라는 건 알지만 해도 너무한다"며 "평소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2~3배나 높다는 것은 상도덕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 초년생인 송모씨(27)는 "특별한 날이라 여자친구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웬만한 식당은 모두 예약이 끝나고 남은 곳은 20만원짜리 코스요리 주문만 되는 곳이었다"며 "여자친구를 실망시키기 싫어 울며 겨자먹기로 예약을 했지만 입맛이 쓰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지만 규제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숙박업소의 경우 요금표를 게시하게 돼 있고 요금표보다 비싼 부당요금을 받으면 민원 제기를 받아 단속할 수 있다"면서도 "이용자가 크리스마스용 요금표를 확인한 뒤 업소를 이용했다면 문제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미구 전문심리상담센터 헬로스마일 원장은 "남들이 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집단 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소비자 심리가 15개월째 위축중이고 상인들은 어떤 이벤트라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합리적 판단보다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뒤쳐지지 않으려 하는 심리 때문에 상술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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