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김지현 기자] 유희관. /사진=뉴스1
유희관이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느림의 미학' 안에 담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경기였다.
유희관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117구를 던져 7피안타 5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유희관의 활약 속에 두산은 6-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유희관은 겉으로 보이는 성적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구력, 완급조절, 마운드에서의 영리함 등과 같은 내실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아무리 빠른 공을 갖고 있어도 제구가 뒷받침이 안되면 마운드에서 빛을 볼 수 없다. 비록 느리지만 속이 꽉 찬 유희관의 투구는 묵직했다.
이날 유희관의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2km였고 최저 구속은 시속 120km였다. 12km의 구속 차를 활용한 강약조절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또한 시속 100km대의 느린 커브는 타자들의 허를 찔렀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를 넘나들며 타자들을 괴롭혔다.
강속구는 없었지만, 정확한 제구를 바탕으로 한 영리한 투구만으로도 충분히 타자들의 방망이를 봉쇄할 수 있었다. 유희관이 이날 기록한 117구 중 78개가 스트라이크였고 39개가 볼이었다. 78개의 스트라이크는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고 38개의 볼은 스트라이크존을 교묘하게 벗어나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경기 후 유희관은 "오늘 경기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커브의 비율을 높여 다른 패턴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이날 커브 19개를 던졌다. 속구와 대비해 구속차가 최대 37km에 달했고, 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느린 커브 이후 포수 양의지의 미트로 빨려 들어가는 시속 132km의 속구는 분명 구속 이상의 가치가 있다. 뛰어난 완급조절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유희관은 6회초 1사 1,2루로 몰렸다. 좌타 김경언을 맞이했다. 좌타자에게 약점을 보였던 유희관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유희관은 볼카운트 1-2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김경언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8회초 1사 만루서는 정근우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이 왜 아름다운지를 보였다. 빠르게 날아가는 공도 좋지만 조금은 느려도 공 안에 담긴 메시지에 따라 공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김지현 기자 xnom0415@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