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좌우 놀이'는 야구계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된 말이다. 이는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오른손 타자는 오른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1년 빌 제임스는 좌타자와 좌투수가 만났을 때 어떤 경향을 보이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그는 좌타자들은 우투수보다 좌투수를 상대할 때 OPS가 0.060가량 감소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하는 구단이 많고, 국내에서도 상대 선발의 좌우완 여부에 따라 선발 타순을 바꾸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구원 투수의 기용 또한 대부분 이에 맞춰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감독들의 지나친 좌우 놀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과연 이들의 비판처럼 좌우 놀이가 무분별하고 무의미하게 사용되는 것일까?
'역(逆)' 좌우 놀이
실제 좌타자를 기용하는 방식은 팀별로 조금씩 다르다. 2016시즌 후 SK와 kt에 새로 부임한 힐만과 김진욱 감독은 '역 좌우 놀이'를 자주 하면서, 각 팀에 좌완 구원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하는 횟수를 크게 감소시켰다. 일례로 지난 2017년 5월 26일 LG와 SK의 경기에서는 좌완 투수 허프를 선발로 맞은 힐만 감독이 우타자 김동엽을 4번타자에서 6번으로 보내고, 좌타자 한동민을 4번에, 정진기를 지명타자에 기용해 역으로 노림수를 세우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 또한 두산에 재임하던 시절에 우타자 정성훈을 상대로 좌완 투수 정대현을 기용하는 등 '역 좌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넥센과 삼성은 이전에 있던 투수코치를 연임하고 수석코치로 승격하면서 감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수치 변화는 없었다. 이처럼 '역 좌우 놀이' 성향이 모든 감독과 코치들에게 있지는 않다.
약은 약사에게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LG트윈스는 좌완 투수와 좌타자의 대결을 가장 많이 성사시켰던 팀이다. LG의 이러한 기용은 타 팀과 비교해서 효과적으로 운영되었다. 양상문 감독은 팀의 대표적인 좌완 구원 투수인 진해수, 최성훈, 윤지웅을 각각 60.0%, 60.2%, 58.6%의 높은 비율로 좌타자를 상대하도록 했다. 이들은 기용 전략에 응답하듯, 동일 팀의 우완 투수들에 비해 0.176 낮은OPS를 만들어냈다. 롯데 자이언츠 또한 이명우에게 좌타자를 자주 대면시켜(60.5%) 상대 좌타자들의 OPS를 감소시켰다.
좌타자일 때 사이드암 투수는 기용하지 말아라?
SK의 좌투수들은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좌타자에게 약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이에 역 좌우 놀이를 적용시켰다. 바로 좌투수들이 아닌, 상대 좌타자들에게 우완 사이드암 투수들을 붙인 것이다. 보통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주로 구사하는 슬라이더 등의 공은 좌타자가 공략하기 쉬운 궤적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둘의 상성은 최악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이에 도전하듯 좌타자를 상대로 우완 사이드암인 김주한을 내세웠다. 그의 지난 시즌 좌타자 상대 비율은 260명 중 114명으로 무려 43.9%에 달했다. 김주한보다 많은 좌타자와 대결한 투수일지라도 이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한 투수는 없다. 그리고 그는 기대에 부응하며 좌타자 상대 피OPS가 0.786으로 상대가 우타자일 때 0.883이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같은 팀의 백인식 또한 27명의 타자 중 15명의 좌타자를 상대하면서 55.6%의 비율을 보여줬다. 사이드암 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함에 따라, 좌완 스페셜리스트 신재웅은 지난 해에 비해 42.7%가량 감소한 37.3%의 비율로 좌타자를 상대했다.
그것은 무분별한 좌우 놀이였을까?
팀의 좌우 놀이는 대부분 분명히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과도한 좌우 놀이 때문에 경기 운영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팬들의 머릿속에는 좌우놀이 성공의 기억보다는 좌우놀이로 인한 실패의 기억이 더 강하게 박히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이 사이드암 투수를 활용해 매우 특이하게 역 좌우 놀이에 성공했음에도, 인터넷에서 '좌우 놀이를 너무 심하게 하는 감독'이라는 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 좌우 놀이 카드를 시도해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꼭 무분별한 좌우 놀이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이한 실패 하나는 평범한 성공 100개를 뒤집어버릴 정도의 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기록 출처: STATIZ
야구공작소
김우빈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예림
'역(逆)' 좌우 놀이
실제 좌타자를 기용하는 방식은 팀별로 조금씩 다르다. 2016시즌 후 SK와 kt에 새로 부임한 힐만과 김진욱 감독은 '역 좌우 놀이'를 자주 하면서, 각 팀에 좌완 구원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하는 횟수를 크게 감소시켰다. 일례로 지난 2017년 5월 26일 LG와 SK의 경기에서는 좌완 투수 허프를 선발로 맞은 힐만 감독이 우타자 김동엽을 4번타자에서 6번으로 보내고, 좌타자 한동민을 4번에, 정진기를 지명타자에 기용해 역으로 노림수를 세우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 또한 두산에 재임하던 시절에 우타자 정성훈을 상대로 좌완 투수 정대현을 기용하는 등 '역 좌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넥센과 삼성은 이전에 있던 투수코치를 연임하고 수석코치로 승격하면서 감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수치 변화는 없었다. 이처럼 '역 좌우 놀이' 성향이 모든 감독과 코치들에게 있지는 않다.
약은 약사에게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LG트윈스는 좌완 투수와 좌타자의 대결을 가장 많이 성사시켰던 팀이다. LG의 이러한 기용은 타 팀과 비교해서 효과적으로 운영되었다. 양상문 감독은 팀의 대표적인 좌완 구원 투수인 진해수, 최성훈, 윤지웅을 각각 60.0%, 60.2%, 58.6%의 높은 비율로 좌타자를 상대하도록 했다. 이들은 기용 전략에 응답하듯, 동일 팀의 우완 투수들에 비해 0.176 낮은OPS를 만들어냈다. 롯데 자이언츠 또한 이명우에게 좌타자를 자주 대면시켜(60.5%) 상대 좌타자들의 OPS를 감소시켰다.
좌타자일 때 사이드암 투수는 기용하지 말아라?
SK의 좌투수들은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좌타자에게 약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이에 역 좌우 놀이를 적용시켰다. 바로 좌투수들이 아닌, 상대 좌타자들에게 우완 사이드암 투수들을 붙인 것이다. 보통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주로 구사하는 슬라이더 등의 공은 좌타자가 공략하기 쉬운 궤적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둘의 상성은 최악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이에 도전하듯 좌타자를 상대로 우완 사이드암인 김주한을 내세웠다. 그의 지난 시즌 좌타자 상대 비율은 260명 중 114명으로 무려 43.9%에 달했다. 김주한보다 많은 좌타자와 대결한 투수일지라도 이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한 투수는 없다. 그리고 그는 기대에 부응하며 좌타자 상대 피OPS가 0.786으로 상대가 우타자일 때 0.883이었던 것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같은 팀의 백인식 또한 27명의 타자 중 15명의 좌타자를 상대하면서 55.6%의 비율을 보여줬다. 사이드암 투수들이 좌타자를 상대함에 따라, 좌완 스페셜리스트 신재웅은 지난 해에 비해 42.7%가량 감소한 37.3%의 비율로 좌타자를 상대했다.
그것은 무분별한 좌우 놀이였을까?
팀의 좌우 놀이는 대부분 분명히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과도한 좌우 놀이 때문에 경기 운영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팬들의 머릿속에는 좌우놀이 성공의 기억보다는 좌우놀이로 인한 실패의 기억이 더 강하게 박히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이 사이드암 투수를 활용해 매우 특이하게 역 좌우 놀이에 성공했음에도, 인터넷에서 '좌우 놀이를 너무 심하게 하는 감독'이라는 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 좌우 놀이 카드를 시도해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꼭 무분별한 좌우 놀이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특이한 실패 하나는 평범한 성공 100개를 뒤집어버릴 정도의 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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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