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4월 26일 열린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타이거즈의 9회 초,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이미 107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이었다. 일주일 전 111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던 양현종의 힘은 떨어져 있었고, 그의 120번째 공은 결국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어서는 악력이 떨어진 듯 폭투까지 기록했고, 126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패를 떠안았다. 그로부터 6일 후, 양현종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다시 한번 등판했다.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5이닝 5실점, 11개의 피안타를 허용, 평소의 모습은 아니었다. 분명 시즌 초반의 양현종은 너무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지나치게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
불안한 투수진, 심화하는 양현종 의존도
지난 4월 26일 한화전, 3년 만의 완봉승이 걸려있기에 양현종의 9회 등판은 일견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111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둔 직후였기에, 상식적으로는 마무리 투수 김세현이 등판해야 했다. 하지만 KIA의 벤치는 김세현을 신뢰하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6.52로 높았고, 세이브 성공률 또한 66.7%로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최하위권이었다. 무엇보다 전날 경기에서 한화 타선을 이기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기에, KIA의 벤치는 다시 한번 양현종에게 등판 의사를 물었다. 107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양현종은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미 2:1로 역전을 허용한 상황,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싶지 않은 KIA에겐 이용규를 상대할 마땅한 투수 또한 없었다. 결국, 양현종은 6개의 공을 더 던지며 폭투로 추가 실점까지 허용한 채로 이닝을 끝마쳤다. ‘양현종의 승리를 위해’라는 명분이었지만, 그 뒤엔 박빙의 상황에서 구원 투수진을 믿고 기용하기 힘들었던, KIA 구원 투수진의 현실이 있었다.
개막 후 약 한 달이 지난 2018시즌, KIA의 벤치와 투수진이 양현종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KIA 구원 투수진의 평균 자책점은 리그 8위, 구원투수 WAR 10위로 지난 시즌보다 더욱 나빠진 모습이다. 구원 투수진의 힘이 가장 필요한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KIA가 3점 이내의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의 평균 자책점은 10.61로 압도적인 최하위이며, 피OPS 또한 1.024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선발 투수진의 상황 또한 좋지 않다. 1선발 헥터 노에시는 지난 2년간의 압도적인 모습을 잊었으며, 임기영은 이제 막 부상에서 벗어나 합류했다. 한승혁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확신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이 양현종에게 에이스의 책임감이라는 명목하에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하고 있다.
올 시즌 양현종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으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을 던진 투수이다. 또한, 7번의 등판 중 5경기에서 100구 이상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로서 100개를 넘는 공을 던지는 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팀의 사정이 양현종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많은 투구 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4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선 연패에 빠져있던 팀의 상황과 불안한 리드에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4월 19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도 이틀 연속 등판한 필승조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111구 완투를 기록했다. 5월 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또한 무리한 페이스를 고려해 로테이션을 거를 수도 있었지만, 연패에 빠진 팀은 양현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양현종은 시즌 236.2이닝을 소화할 페이스를 기록 중이다. 현재의 무리한 이닝 소화가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시즌 초반의 양현종에겐 분명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5년간 최다 이닝 소화. 양현종에겐 훈장으로, 팀에겐 약점으로
“가끔 보면 투구 수가 좀 많게 느껴져서 걱정될 때도 있다. 사실 그 마음이 뭔지 나도 잘 안다. 에이스로서 책임감도 있고, 승부가 타이트할 때는 내가 더 던져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 이는 2016시즌 말, KBO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인 윤성환이 인터뷰 중 양현종을 걱정하며 한 조언이다. 실제로 양현종은 최근 5시즌 동안 793.2이닝을 소화하며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12842개의 공을 던지며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팀은 긴 암흑기를 벗어나 11번째 우승을 이루었다. 양현종은 64승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WAR 24.99로 투수 중 가장 높은 WAR 수치를 기록했다. 투수로서는 영광의 기록인 20승 고지에도 올랐으며, KBO리그 최초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의 통합 MVP를 거머쥐었다.
많은 이닝과 투구 수를 통해 영광을 이루었지만, 그 후유증 또한 걱정되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 5년간 비슷한 이닝과 투구 수를 비롯한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은 구위 저하로 초반 부진을 겪고 있다. 팀 동료인 헥터 노에시 또한 초반 부진의 원인으로 2년 연속 200이닝을 넘긴 것이 지적되고 있다. 과거 비슷한 이닝을 소화한 이후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진 선수도 적지 않았다. 지난 5년간의 이닝과 투구 수는 양현종에게 자랑스러운 성과임이 분명하나 위험성 또한 동시에 안고 있다.
선발투수로서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긴 이닝을 소화한 것은 선발투수에겐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양현종이 지나치게 긴 이닝을 소화한 것은 팀으로서는 별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할수록 힘이 떨어지고 피안타율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양현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6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 양현종은 경기 후반 피안타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경기 후반 쉽사리 공을 넘기지 못했다. 승리를 확실히 지킬만한 구원 투수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5시즌 간, 윤석민이 마무리로 활약한 2015시즌을 제외하면 KIA의 구원 투수진의 각종 투구 지표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믿음직한 구원 투수진이 있었다면, 양현종의 소화 이닝은 줄어들고 기록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유일하게 구원 투수진이 제 몫을 다한 2015시즌 양현종의 게임당 평균 이닝은 5.8이닝으로 가장 적었지만, ERA 2.44와 8.14의 WAR로 최고의 투구 지표를 기록했다.
2018시즌 또한 구원 투수진이 못 미더운 출발을 하고 있지만, 올 시즌엔 과감하게 공을 넘길 필요가 있다. 지난 5시즌 간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에 더해, 올 시즌엔 아시안 게임 또한 열릴 예정이다. 부상이 없는 이상 양현종의 대표팀 합류가 확실시됨으로, 기존의 정규시즌보다 많은 경기를 뛰게 될 예정이다. 벤치도 양현종도, 정규시즌부터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양현종의 선발 경기를 보는 팬들은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향할 때 쉽사리 공을 넘기지 않는 양현종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책임감이며 투혼이었다. 하지만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순간 책임감과 투혼은 욕심으로 변한다. 모든 것이 무리한 욕심으로 변하기 전에, 양현종과 팀 모두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화 속 에이스가 아닌, 우리 눈앞의 에이스입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 양현종은 만화 같은 경기를 해냈다. 플레이오프부터 막강한 모습을 보여준 두산 베어스의 타선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기록했고, 팀은 이 경기를 통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는 그 경기의 잔상을 너무 진하게 간직한 채로, 만화 속 에이스 같은 활약을 또다시 바라고 있는 듯하다.
야구 만화 속의 에이스들은 모든 것을 본인이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인공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하지만 양현종은 야구 만화 안의 에이스가 아닌, 그저 현실을 살고 있는 타이거즈의 에이스일 뿐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과 같이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도, 이번 한화전과 같이 뼈아픈 결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실패는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막연한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없다.
양현종과 팀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남은 시즌 지난 한화전과 같은 상황에서도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남기 위해 넘기고 싶지 않은 공을 넘기는 것도 에이스의 역할이며, 넘기지 않는 공을 받아 오는 것 또한 팀의 역할이다. 매 경기 엄청난 활약을 해내길, 에이스의 책임감을 완수해 내길 바라는 것은 지나치다. 그저 아주 먼 훗날 선수 생활의 끝에서 평가받기를 바란다. ‘타이거즈의 에이스는 참 멋진 만화 주인공 같은 선수였다고’
기록 출처: Statiz
야구공작소
이승찬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불안한 투수진, 심화하는 양현종 의존도
지난 4월 26일 한화전, 3년 만의 완봉승이 걸려있기에 양현종의 9회 등판은 일견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111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승을 거둔 직후였기에, 상식적으로는 마무리 투수 김세현이 등판해야 했다. 하지만 KIA의 벤치는 김세현을 신뢰하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6.52로 높았고, 세이브 성공률 또한 66.7%로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최하위권이었다. 무엇보다 전날 경기에서 한화 타선을 이기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기에, KIA의 벤치는 다시 한번 양현종에게 등판 의사를 물었다. 107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양현종은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미 2:1로 역전을 허용한 상황,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싶지 않은 KIA에겐 이용규를 상대할 마땅한 투수 또한 없었다. 결국, 양현종은 6개의 공을 더 던지며 폭투로 추가 실점까지 허용한 채로 이닝을 끝마쳤다. ‘양현종의 승리를 위해’라는 명분이었지만, 그 뒤엔 박빙의 상황에서 구원 투수진을 믿고 기용하기 힘들었던, KIA 구원 투수진의 현실이 있었다.
개막 후 약 한 달이 지난 2018시즌, KIA의 벤치와 투수진이 양현종에게 의지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KIA 구원 투수진의 평균 자책점은 리그 8위, 구원투수 WAR 10위로 지난 시즌보다 더욱 나빠진 모습이다. 구원 투수진의 힘이 가장 필요한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KIA가 3점 이내의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의 평균 자책점은 10.61로 압도적인 최하위이며, 피OPS 또한 1.024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선발 투수진의 상황 또한 좋지 않다. 1선발 헥터 노에시는 지난 2년간의 압도적인 모습을 잊었으며, 임기영은 이제 막 부상에서 벗어나 합류했다. 한승혁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확신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이 양현종에게 에이스의 책임감이라는 명목하에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하고 있다.
올 시즌 양현종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으며,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을 던진 투수이다. 또한, 7번의 등판 중 5경기에서 100구 이상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로서 100개를 넘는 공을 던지는 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팀의 사정이 양현종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많은 투구 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4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선 연패에 빠져있던 팀의 상황과 불안한 리드에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4월 19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도 이틀 연속 등판한 필승조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111구 완투를 기록했다. 5월 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또한 무리한 페이스를 고려해 로테이션을 거를 수도 있었지만, 연패에 빠진 팀은 양현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양현종은 시즌 236.2이닝을 소화할 페이스를 기록 중이다. 현재의 무리한 이닝 소화가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시즌 초반의 양현종에겐 분명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5년간 최다 이닝 소화. 양현종에겐 훈장으로, 팀에겐 약점으로
“가끔 보면 투구 수가 좀 많게 느껴져서 걱정될 때도 있다. 사실 그 마음이 뭔지 나도 잘 안다. 에이스로서 책임감도 있고, 승부가 타이트할 때는 내가 더 던져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 이는 2016시즌 말, KBO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인 윤성환이 인터뷰 중 양현종을 걱정하며 한 조언이다. 실제로 양현종은 최근 5시즌 동안 793.2이닝을 소화하며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12842개의 공을 던지며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팀은 긴 암흑기를 벗어나 11번째 우승을 이루었다. 양현종은 64승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WAR 24.99로 투수 중 가장 높은 WAR 수치를 기록했다. 투수로서는 영광의 기록인 20승 고지에도 올랐으며, KBO리그 최초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의 통합 MVP를 거머쥐었다.
많은 이닝과 투구 수를 통해 영광을 이루었지만, 그 후유증 또한 걱정되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 5년간 비슷한 이닝과 투구 수를 비롯한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은 구위 저하로 초반 부진을 겪고 있다. 팀 동료인 헥터 노에시 또한 초반 부진의 원인으로 2년 연속 200이닝을 넘긴 것이 지적되고 있다. 과거 비슷한 이닝을 소화한 이후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진 선수도 적지 않았다. 지난 5년간의 이닝과 투구 수는 양현종에게 자랑스러운 성과임이 분명하나 위험성 또한 동시에 안고 있다.
선발투수로서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긴 이닝을 소화한 것은 선발투수에겐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양현종이 지나치게 긴 이닝을 소화한 것은 팀으로서는 별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할수록 힘이 떨어지고 피안타율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양현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6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 양현종은 경기 후반 피안타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경기 후반 쉽사리 공을 넘기지 못했다. 승리를 확실히 지킬만한 구원 투수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5시즌 간, 윤석민이 마무리로 활약한 2015시즌을 제외하면 KIA의 구원 투수진의 각종 투구 지표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믿음직한 구원 투수진이 있었다면, 양현종의 소화 이닝은 줄어들고 기록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유일하게 구원 투수진이 제 몫을 다한 2015시즌 양현종의 게임당 평균 이닝은 5.8이닝으로 가장 적었지만, ERA 2.44와 8.14의 WAR로 최고의 투구 지표를 기록했다.
2018시즌 또한 구원 투수진이 못 미더운 출발을 하고 있지만, 올 시즌엔 과감하게 공을 넘길 필요가 있다. 지난 5시즌 간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에 더해, 올 시즌엔 아시안 게임 또한 열릴 예정이다. 부상이 없는 이상 양현종의 대표팀 합류가 확실시됨으로, 기존의 정규시즌보다 많은 경기를 뛰게 될 예정이다. 벤치도 양현종도, 정규시즌부터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양현종의 선발 경기를 보는 팬들은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향할 때 쉽사리 공을 넘기지 않는 양현종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책임감이며 투혼이었다. 하지만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순간 책임감과 투혼은 욕심으로 변한다. 모든 것이 무리한 욕심으로 변하기 전에, 양현종과 팀 모두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화 속 에이스가 아닌, 우리 눈앞의 에이스입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 양현종은 만화 같은 경기를 해냈다. 플레이오프부터 막강한 모습을 보여준 두산 베어스의 타선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기록했고, 팀은 이 경기를 통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는 그 경기의 잔상을 너무 진하게 간직한 채로, 만화 속 에이스 같은 활약을 또다시 바라고 있는 듯하다.
야구 만화 속의 에이스들은 모든 것을 본인이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인공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하지만 양현종은 야구 만화 안의 에이스가 아닌, 그저 현실을 살고 있는 타이거즈의 에이스일 뿐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과 같이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도, 이번 한화전과 같이 뼈아픈 결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실패는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막연한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없다.
양현종과 팀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남은 시즌 지난 한화전과 같은 상황에서도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남기 위해 넘기고 싶지 않은 공을 넘기는 것도 에이스의 역할이며, 넘기지 않는 공을 받아 오는 것 또한 팀의 역할이다. 매 경기 엄청난 활약을 해내길, 에이스의 책임감을 완수해 내길 바라는 것은 지나치다. 그저 아주 먼 훗날 선수 생활의 끝에서 평가받기를 바란다. ‘타이거즈의 에이스는 참 멋진 만화 주인공 같은 선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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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찬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