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6월 21일, 넥센 히어로즈가 에릭 해커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로저스가 타구에 맞아 수술하면서 대체할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넥센은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해커를 새로운 카드로 꺼내 들었다.
부상, 혹은 부진
2018시즌을 앞두고 넥센의 선발진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미 놀라운 기량을 보여준 로저스, 준수한 2선발감인 브리검, 매년 기대를 모으는 최원태, 부상에서 돌아온 한현희가 1~4선발이라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선발 후보군도 다채로웠다. 2년 차 징크스 탈출을 기대하는 신재영 외에도 김성민, 안우진, 김선기란 유망주를 갖추며 기대감을 높였다. 선발투수 때문에 시즌 운영에 골머리를 앓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에 ‘만약’은 없다. 시즌 초부터 신재영이 작년보다 더 심한 부진에 빠졌고, 한현희는 좌타자 상대로 무력했다. 꾸준히 활약한 선수는 로저스, 브리검, 최원태뿐이었다.
부진하던 두 투수는 6월부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신재영은 선발과 불펜으로 나선 두 경기에서 7실점 하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현희는 이전과는 다른 호투를 보여주며 반등에 성공했다. 최원태에 이어 토종 2선발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졌다. 이로써 제대로 된 4선발+1의 로테이션이 구축되는 듯했다.
그런데 한 구멍을 메우니 다른 구멍이 생겼다. 팀의 1선발 로저스가 다치며 사실상 시즌아웃됐다. 팀의 4, 5선발이라면 모를까 에이스의 빈자리는 쉽게 채울 수 없는 법이다.
다행히 넥센 프런트는 로저스의 대체자를 비교적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NC와 결별한 뒤에도 KBO리그에 관심을 보였던 에릭 해커가 있었다. 협상 끝에 얻어낸 총액 30만 불의 계약도 정말 넥센다웠다.
약간의 우려, 그리고 기대
지난 시즌 해커는 재계약에 실패하리라고 믿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위의 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해커는 매년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NC의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도 큰 공헌을 했다. 지난해 3점대 초중반의 평균자책점과 1.1대의 WHIP는 각각 리그 3, 2위에 해당하는 진기록이다. 왜 이런 출중한 성적을 기록하고서도 재계약에 실패했을까.
우선 문제는 부상이다. 2016년 팔꿈치 통증으로 인한 두 달간의 공백, 지난해 개막 엔트리 합류를 막았던 팔꿈치 부상과 목, 발목의 연이은 통증. 이런 모습은 그의 노쇠화를 증명했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부위를 다쳤다는 점이 NC 프런트를 주저하게 했던 원인이 아닐까.
더구나 해커가 다친 시기는 팀이 한창 순위싸움에 사활을 걸던 때였다. 그런 중요한 때 입은 부상은 해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특유의 ‘철저하고 예민한’ 루틴, 수비실책이나 심판의 판정 등으로 인한 감정 기복이 팀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점도 계속해서 지적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KBO 리그에서 해커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우려는 사소해 보인다. 단언컨대 해커는 지금 넥센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옵션이다.
해커의 가장 큰 장점은 매 시즌 본인이 다른 패턴의 투구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2014년엔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를 중점적으로 던졌는데, 다음 해부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싱커(투심)를 때에 따라 늘이고 줄였다. 이런 변칙적인 투구 덕분에 해커는 5년 동안 KBO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도 변화했다. 표2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의 K/9은 경기당 두 개 가까이 감소했다. 구위 저하로 인한 변화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투구 스타일의 영향일 수도 있다. 맞춰 잡는 투구를 선보였다는 뜻이다. 싱커(투심)의 구사율이 증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닝 당 투구 수 (15.1 / 리그 1위), 선발 등판 시 평균 이닝(경기 평균 6.1)은 이를 증명한다.
로저스의 이탈 이후 넥센의 필승조 이보근-김상수의 등판이 잦아졌다. 특히 선발투수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르게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셋업맨 이보근이 6, 7회를 막고 마무리 투수 김상수가 8회에 투구하곤 한다. 이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6월 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넥센의 불펜은 무려 7점을 헌납하기도 했다.
5월까지 평균 1점대였던 필승 듀오의 평균자책점은 수직으로 상승했다(6월 평균자책점 이보근 5.19, 김상수 9.00). 해커가 NC에서 보여준 것처럼 6회까지만 막아준다면, 필승조의 조기 투입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조상우의 이탈에도 여전히 탄탄한 양현 – 이보근 – 김상수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알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가을야구를 위한 넥센의 마지막 희망
올해는 넥센 팬에게 가혹한 해다. 지금 KBO리그 팬들에게 ‘넥센 히어로즈’는 어떤 팀일까. 아마 이장석 전 대표이사와 구단의 여러 구설수가 떠오를 것이다. 안 그래도 프런트의 문제로 시끄러웠던 구단이었는데 프런트에 이어 유망주, 대체불가의 주전 선수들까지 말썽을 일으켰다. 한 해 동안 이 정도로 문제가 터진 팀이 야구 역사에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넥센은 오히려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논란 속에서 로저스까지 부상으로 나간 6월, 영웅군단은 5위 자리를 탈환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을 되살렸다. 이럴 때 로테이션을 확실히 소화해줄 수 있는 해커의 합류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영웅은 가장 어려울 때 빛나는 법이다. 어쩌면 ‘넥센’으로써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는 2018시즌, 에릭 해커의 합류가 그 마지막을 아름답게 빛내주길 바란다. 먼 훗날에 넥센 히어로즈를 떠올릴 때, 해피 엔딩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 출처 : STATIZ
야구공작소
오정택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
부상, 혹은 부진
2018시즌을 앞두고 넥센의 선발진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미 놀라운 기량을 보여준 로저스, 준수한 2선발감인 브리검, 매년 기대를 모으는 최원태, 부상에서 돌아온 한현희가 1~4선발이라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선발 후보군도 다채로웠다. 2년 차 징크스 탈출을 기대하는 신재영 외에도 김성민, 안우진, 김선기란 유망주를 갖추며 기대감을 높였다. 선발투수 때문에 시즌 운영에 골머리를 앓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에 ‘만약’은 없다. 시즌 초부터 신재영이 작년보다 더 심한 부진에 빠졌고, 한현희는 좌타자 상대로 무력했다. 꾸준히 활약한 선수는 로저스, 브리검, 최원태뿐이었다.
부진하던 두 투수는 6월부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신재영은 선발과 불펜으로 나선 두 경기에서 7실점 하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현희는 이전과는 다른 호투를 보여주며 반등에 성공했다. 최원태에 이어 토종 2선발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졌다. 이로써 제대로 된 4선발+1의 로테이션이 구축되는 듯했다.
그런데 한 구멍을 메우니 다른 구멍이 생겼다. 팀의 1선발 로저스가 다치며 사실상 시즌아웃됐다. 팀의 4, 5선발이라면 모를까 에이스의 빈자리는 쉽게 채울 수 없는 법이다.
다행히 넥센 프런트는 로저스의 대체자를 비교적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NC와 결별한 뒤에도 KBO리그에 관심을 보였던 에릭 해커가 있었다. 협상 끝에 얻어낸 총액 30만 불의 계약도 정말 넥센다웠다.
약간의 우려, 그리고 기대
지난 시즌 해커는 재계약에 실패하리라고 믿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위의 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해커는 매년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NC의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도 큰 공헌을 했다. 지난해 3점대 초중반의 평균자책점과 1.1대의 WHIP는 각각 리그 3, 2위에 해당하는 진기록이다. 왜 이런 출중한 성적을 기록하고서도 재계약에 실패했을까.
우선 문제는 부상이다. 2016년 팔꿈치 통증으로 인한 두 달간의 공백, 지난해 개막 엔트리 합류를 막았던 팔꿈치 부상과 목, 발목의 연이은 통증. 이런 모습은 그의 노쇠화를 증명했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부위를 다쳤다는 점이 NC 프런트를 주저하게 했던 원인이 아닐까.
더구나 해커가 다친 시기는 팀이 한창 순위싸움에 사활을 걸던 때였다. 그런 중요한 때 입은 부상은 해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특유의 ‘철저하고 예민한’ 루틴, 수비실책이나 심판의 판정 등으로 인한 감정 기복이 팀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점도 계속해서 지적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KBO 리그에서 해커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우려는 사소해 보인다. 단언컨대 해커는 지금 넥센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옵션이다.
해커의 가장 큰 장점은 매 시즌 본인이 다른 패턴의 투구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2014년엔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를 중점적으로 던졌는데, 다음 해부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싱커(투심)를 때에 따라 늘이고 줄였다. 이런 변칙적인 투구 덕분에 해커는 5년 동안 KBO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도 변화했다. 표2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의 K/9은 경기당 두 개 가까이 감소했다. 구위 저하로 인한 변화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투구 스타일의 영향일 수도 있다. 맞춰 잡는 투구를 선보였다는 뜻이다. 싱커(투심)의 구사율이 증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닝 당 투구 수 (15.1 / 리그 1위), 선발 등판 시 평균 이닝(경기 평균 6.1)은 이를 증명한다.
로저스의 이탈 이후 넥센의 필승조 이보근-김상수의 등판이 잦아졌다. 특히 선발투수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르게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셋업맨 이보근이 6, 7회를 막고 마무리 투수 김상수가 8회에 투구하곤 한다. 이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6월 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넥센의 불펜은 무려 7점을 헌납하기도 했다.
5월까지 평균 1점대였던 필승 듀오의 평균자책점은 수직으로 상승했다(6월 평균자책점 이보근 5.19, 김상수 9.00). 해커가 NC에서 보여준 것처럼 6회까지만 막아준다면, 필승조의 조기 투입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조상우의 이탈에도 여전히 탄탄한 양현 – 이보근 – 김상수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알맞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가을야구를 위한 넥센의 마지막 희망
올해는 넥센 팬에게 가혹한 해다. 지금 KBO리그 팬들에게 ‘넥센 히어로즈’는 어떤 팀일까. 아마 이장석 전 대표이사와 구단의 여러 구설수가 떠오를 것이다. 안 그래도 프런트의 문제로 시끄러웠던 구단이었는데 프런트에 이어 유망주, 대체불가의 주전 선수들까지 말썽을 일으켰다. 한 해 동안 이 정도로 문제가 터진 팀이 야구 역사에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넥센은 오히려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논란 속에서 로저스까지 부상으로 나간 6월, 영웅군단은 5위 자리를 탈환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을 되살렸다. 이럴 때 로테이션을 확실히 소화해줄 수 있는 해커의 합류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영웅은 가장 어려울 때 빛나는 법이다. 어쩌면 ‘넥센’으로써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는 2018시즌, 에릭 해커의 합류가 그 마지막을 아름답게 빛내주길 바란다. 먼 훗날에 넥센 히어로즈를 떠올릴 때, 해피 엔딩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 출처 : STATIZ
야구공작소
오정택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