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해태에서 KIA로 이름을 바꾼 이후 타이거즈는 두 차례의 우승을 이뤄냈다. 2009년과 2017년 두 차례의 감격스러운 우승, 하지만 우승 이후의 타이거즈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버린다. 10번째 우승의 이듬해인 2010년엔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조차 실패했고, 11번째 우승 이후 정상 수상을 노렸던 올 시즌 성적은 41승 46패 6위를 기록 중이다. (7월 18일 기준) 선두 두산과는 17게임 차이가 나는 상황으로 사실상 우승은 멀어졌다. 우승 이후 부진을 겪는 타이거즈의 2010년과 2018년 부진은 비슷한 듯 또 다르다.
무너지는 선발진, 지쳐가는 에이스
2009년 선발 WAR 1위로 우승을 견인한 든든한 선발진은 2010년에도 건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원투펀치부터 무너졌다. 외국인 에이스 로페즈는 저조한 득점 지원과 수비 불안으로 승리를 올리지 못하자 연일 덕아웃에서 난동을 피웠다. 윤석민은 패전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화전을 내려쳐 선발진에서 이탈했다. 구톰슨 대신 영입한 라이트는 어이없는 부상으로 2경기 만에 팀을 떠났고 대체 외국인들의 활약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16승의 양현종과 9승의 서재응이 버텼지만 무너지는 팀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시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선발 WAR 1위를 기록했던 선발 투수진의 WAR은 8위에 머무르고 있다. 헥터와 양현종은 꾸준하지만 지난 시즌의 위력은 아니며, 팻 딘은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가장 낮은 WAR을 기록 중이다. 임기영과 한승혁도 선발과 구원 보직을 오가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에이스 양현종은 점점 지쳐간다.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128.2이닝을 소화했으며, 완투패는 벌써 2번이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제구력이 흔들리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에이스 양현종이 흔들리며 팀 선발 투수진은 5월보다 못한 6월을, 6월보다 못한 7월을 보내고 있다. 반등 요소를 찾지 못한다면 2018년의 KIA는 2010년보다 더 낮은 순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뒷문은 최악이 아니지만
우승 이후 나란히 약해진 2010년과 2018년의 KIA 타이거즈 선발 투수진이지만 불펜 상황은 사뭇 다르다. 2010년에는 2009년 우승을 이끌었던 유동훈, 손영민, 곽정철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며 구원 WAR은 6위에 머물렀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도 없어 트레이드로 이적해 온 안영명이 마무리로 나섰지만 실패했다. 구원 투수들의 잦은 방화는 팀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KIA는 조금 다르다. 지난 시즌의 구원진은 우승 팀의 전력이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올 시즌은 다소 개선됐다. 김윤동과 임기준은 확연히 발전했고 임창용도 지난 두 시즌보다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윤석민은 마무리 전환 이후 세이브 성공률 100%를 기록 중이며 유승철, 황인준, 문경찬 등 필승조의 뒤를 받치는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김세현의 아쉬운 부진이 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블론 세이브 행진을 펼친 김세현은 6패로 구원 투수 중 최다패를 기록 중이다. 지금 이대로 시즌을 마쳐도 김세현의 WAR은 역대 구원투수 단일시즌 최저 수치다.
하지만 김세현에 대한 기아 벤치의 집착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구원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김세현의 부활이 시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계속해서 김세현을 박빙의 상황에 투입하고 있다.
결과는 처참했다. 7월 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점차 리드에 투입된 김세현은 또 다시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이 경기의 패배를 시작으로 팀은 5연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그리고 김세현은 아직도 1군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다. 부진한 선수를 탓할 수만은 없다. 긴 선수 생활에서 부진한 시즌이 있을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부진한 선수가 박빙의 상황에서 계속 기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운용이 계속된다면 작년보다 나아진 불펜은 큰 의미가 없을 전망이다.
2010년엔 부진한 타선이, 2018년엔 불안한 수비가
많은 이들이 2009년 우승을 강력한 타선 덕으로 기억하지만 팀 OPS는 4위, 타격 WAR은 6위에 불과했다. 전년도 CK포의 대폭발로 우승을 차지했던 기아 타선은 김상현의 부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장성호의 이적 파동, 나지완과 김원섭 등 핵심 선수들의 부진이 더해져 팀의 각종 타격 지표는 크게 하락했다.
2017년 역대 팀 타율 1위로 11번째 우승을 견인했던 타선은 올해도 건재하다. 지난 시즌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팀 OPS 3위, 타격 WAR 3위로 여전히 준수하다. 문제점이 없진 않지만 여전히 실점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다. 1루수 김주찬의 실책은 1개, 3루수 이범호의 실책은 2개로 얼핏 준수해 보이지만 이는 어려운 타구에 도전 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 또한 불안한 수비가 계속된다. 병살 타구 처리율은 34.2%로 압도적인 최하위다. 외야로 눈을 돌려도 중견수 버나디나를 제외한 외야수들의 수비 범위는 넓지 않다. 좌익수 최형우는 종종 한 베이스를 더 내주는 아쉬운 수비를 보여준다.
백업 야수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팀 내 최고 유망주 최원준은 고정 포지션 없이 거의 모든 포지션을 떠돈다. 한 경기 중 3개의 포지션을 오가기도 한다. 또 다른 백업 야수 최정민도 내야와 외야를 반복해서 오간다. 한 수비 포지션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 힘든 프로에서 내, 외야를 모두 소화해낼 것이 강요된다. 자연스럽게 어느 포지션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며 타격 부진까지 연결된다. 결국 주전과 백업 야수 모두 불안정한 수비가 계속되며 팀은 위기를 겪고있다.
흔들리는 벤치의 리더십
우승을 거둔 팀들은 대게 코칭 스태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우승을 차지한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KIA는 두 차례의 우승 이후 모두 코칭스태프 교체를 단행했다. 2009년 우승 이후엔 김종모 수석코치를 해임 하고 다수의 코치들을 보직 이동시켰다. 조범현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였다.
하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경기 중 선수들의 불필요한 감정표현이 계속되며 조범현 감독의 리더십이 지적됐다. 장성호의 트레이드 파동 등 일부 선수들은 감독, 구단과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음은 분명했다.
2017년 우승 이후에도 KIA는 코칭 스태프에 변화를 줬다. 대다수의 1군 코치들이 2군으로 이동했고 조계현 수석코치는 단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젊은 코치진이 1군에서 경험을 쌓고 2군 선수들을 더 효과적으로 육성한다는 명분이었다. 주전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나이 차가 거의 없어진 만큼 더 좋은 분위기가 기대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좋지 못하다. 김기태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인 좋은 팀 분위기는 사라졌다.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팀의 분위기가 밝을 수는 없지만 최근 기아의 벤치에서는 활력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우승을 이뤄낸 감독들의 경기 운용에 대한 비판 또한 끊이지 않는다. 2010년 KIA는 팀 최다인 16연패를 기록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조범현 감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소극적인 경기운용과 투수 교체 타이밍, 선수단 장악력이 문제로 지적됐다. 우승 이후 높아졌던 팬들의 지지는 한 시즌도 이어지지 못했다.
조범현 감독이 소극적인 운용으로 비판 받았다면, 김기태 감독은 비상식적인 경기 운용이 지적된다. 2점차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고의사구, 포수의 2번타자 기용, 2번타자 이범호, 안치홍 1루수 기용 등 이해하기 힘든 운용이 계속 됐다. 지명타자 소멸도 빈번했다. 내셔널리그도 아닌데 투수 황인준은 전반기에만 3타석에 들어섰다. 연승 중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정성훈과 임창용이 말소되며 팀은 연패에 접어들었다. 전반기 막판 반등의 불씨를 찾았지만 또 다시 김세현을 기용하며 스스로 반등의 불씨를 꺼트렸다. 물론 감독의 모든 기용은 성공할 수 없고, 승부수가 모두 통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올해 김기태 감독의 운용은 승부수보다 ‘승리 확률 낮추기’에 가깝다. 타이거즈의 3번째 우승 감독임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결말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2010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후 KIA는 계속해서 우승 도전을 외쳤다. 꾸준히 FA 선수들을 영입했고 선동렬 감독 영입을 통해 우승 도전을 천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잠시 선두를 질주할 때도 있었으나 얇은 선수층에 이내 곤두박질쳤다. 결국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김기태 감독은 황무지와 같은 팀을 물려받았다.
후반기 KIA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외국인 선수 교체와 주전 선수들의 복귀를 통해 가을 야구 진출에 도전할 수도 있고 류승현, 박준태와 같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기용하며 훗날의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전선수들이 모두 기용되던 시기에도 팀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일시적인 부진 때문이 아니라 선수단이 급격히 고령화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과 다른 결말을 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과감한 선택은 올해 순위를 2010년보다 낮은 곳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후의 결말은 다를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잃은 전반기의 KIA 타이거즈, 그들의 후반기 선택에 팀의 미래가 달려있다.
기록 출처: Statiz (*모든 기록은 7월 18일 기준)
야구공작소
이승찬 칼럼니스트 / 에디터=양정웅, 오연우
무너지는 선발진, 지쳐가는 에이스
2009년 선발 WAR 1위로 우승을 견인한 든든한 선발진은 2010년에도 건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원투펀치부터 무너졌다. 외국인 에이스 로페즈는 저조한 득점 지원과 수비 불안으로 승리를 올리지 못하자 연일 덕아웃에서 난동을 피웠다. 윤석민은 패전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화전을 내려쳐 선발진에서 이탈했다. 구톰슨 대신 영입한 라이트는 어이없는 부상으로 2경기 만에 팀을 떠났고 대체 외국인들의 활약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16승의 양현종과 9승의 서재응이 버텼지만 무너지는 팀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시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선발 WAR 1위를 기록했던 선발 투수진의 WAR은 8위에 머무르고 있다. 헥터와 양현종은 꾸준하지만 지난 시즌의 위력은 아니며, 팻 딘은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가장 낮은 WAR을 기록 중이다. 임기영과 한승혁도 선발과 구원 보직을 오가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에이스 양현종은 점점 지쳐간다.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128.2이닝을 소화했으며, 완투패는 벌써 2번이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제구력이 흔들리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에이스 양현종이 흔들리며 팀 선발 투수진은 5월보다 못한 6월을, 6월보다 못한 7월을 보내고 있다. 반등 요소를 찾지 못한다면 2018년의 KIA는 2010년보다 더 낮은 순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뒷문은 최악이 아니지만
우승 이후 나란히 약해진 2010년과 2018년의 KIA 타이거즈 선발 투수진이지만 불펜 상황은 사뭇 다르다. 2010년에는 2009년 우승을 이끌었던 유동훈, 손영민, 곽정철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며 구원 WAR은 6위에 머물렀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도 없어 트레이드로 이적해 온 안영명이 마무리로 나섰지만 실패했다. 구원 투수들의 잦은 방화는 팀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KIA는 조금 다르다. 지난 시즌의 구원진은 우승 팀의 전력이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올 시즌은 다소 개선됐다. 김윤동과 임기준은 확연히 발전했고 임창용도 지난 두 시즌보다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윤석민은 마무리 전환 이후 세이브 성공률 100%를 기록 중이며 유승철, 황인준, 문경찬 등 필승조의 뒤를 받치는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김세현의 아쉬운 부진이 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블론 세이브 행진을 펼친 김세현은 6패로 구원 투수 중 최다패를 기록 중이다. 지금 이대로 시즌을 마쳐도 김세현의 WAR은 역대 구원투수 단일시즌 최저 수치다.
하지만 김세현에 대한 기아 벤치의 집착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구원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김세현의 부활이 시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계속해서 김세현을 박빙의 상황에 투입하고 있다.
결과는 처참했다. 7월 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점차 리드에 투입된 김세현은 또 다시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이 경기의 패배를 시작으로 팀은 5연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그리고 김세현은 아직도 1군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다. 부진한 선수를 탓할 수만은 없다. 긴 선수 생활에서 부진한 시즌이 있을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부진한 선수가 박빙의 상황에서 계속 기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운용이 계속된다면 작년보다 나아진 불펜은 큰 의미가 없을 전망이다.
2010년엔 부진한 타선이, 2018년엔 불안한 수비가
많은 이들이 2009년 우승을 강력한 타선 덕으로 기억하지만 팀 OPS는 4위, 타격 WAR은 6위에 불과했다. 전년도 CK포의 대폭발로 우승을 차지했던 기아 타선은 김상현의 부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장성호의 이적 파동, 나지완과 김원섭 등 핵심 선수들의 부진이 더해져 팀의 각종 타격 지표는 크게 하락했다.
2017년 역대 팀 타율 1위로 11번째 우승을 견인했던 타선은 올해도 건재하다. 지난 시즌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팀 OPS 3위, 타격 WAR 3위로 여전히 준수하다. 문제점이 없진 않지만 여전히 실점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다. 1루수 김주찬의 실책은 1개, 3루수 이범호의 실책은 2개로 얼핏 준수해 보이지만 이는 어려운 타구에 도전 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 또한 불안한 수비가 계속된다. 병살 타구 처리율은 34.2%로 압도적인 최하위다. 외야로 눈을 돌려도 중견수 버나디나를 제외한 외야수들의 수비 범위는 넓지 않다. 좌익수 최형우는 종종 한 베이스를 더 내주는 아쉬운 수비를 보여준다.
백업 야수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팀 내 최고 유망주 최원준은 고정 포지션 없이 거의 모든 포지션을 떠돈다. 한 경기 중 3개의 포지션을 오가기도 한다. 또 다른 백업 야수 최정민도 내야와 외야를 반복해서 오간다. 한 수비 포지션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 힘든 프로에서 내, 외야를 모두 소화해낼 것이 강요된다. 자연스럽게 어느 포지션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며 타격 부진까지 연결된다. 결국 주전과 백업 야수 모두 불안정한 수비가 계속되며 팀은 위기를 겪고있다.
흔들리는 벤치의 리더십
우승을 거둔 팀들은 대게 코칭 스태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우승을 차지한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KIA는 두 차례의 우승 이후 모두 코칭스태프 교체를 단행했다. 2009년 우승 이후엔 김종모 수석코치를 해임 하고 다수의 코치들을 보직 이동시켰다. 조범현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였다.
하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경기 중 선수들의 불필요한 감정표현이 계속되며 조범현 감독의 리더십이 지적됐다. 장성호의 트레이드 파동 등 일부 선수들은 감독, 구단과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음은 분명했다.
2017년 우승 이후에도 KIA는 코칭 스태프에 변화를 줬다. 대다수의 1군 코치들이 2군으로 이동했고 조계현 수석코치는 단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젊은 코치진이 1군에서 경험을 쌓고 2군 선수들을 더 효과적으로 육성한다는 명분이었다. 주전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나이 차가 거의 없어진 만큼 더 좋은 분위기가 기대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좋지 못하다. 김기태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인 좋은 팀 분위기는 사라졌다.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팀의 분위기가 밝을 수는 없지만 최근 기아의 벤치에서는 활력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우승을 이뤄낸 감독들의 경기 운용에 대한 비판 또한 끊이지 않는다. 2010년 KIA는 팀 최다인 16연패를 기록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조범현 감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소극적인 경기운용과 투수 교체 타이밍, 선수단 장악력이 문제로 지적됐다. 우승 이후 높아졌던 팬들의 지지는 한 시즌도 이어지지 못했다.
조범현 감독이 소극적인 운용으로 비판 받았다면, 김기태 감독은 비상식적인 경기 운용이 지적된다. 2점차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고의사구, 포수의 2번타자 기용, 2번타자 이범호, 안치홍 1루수 기용 등 이해하기 힘든 운용이 계속 됐다. 지명타자 소멸도 빈번했다. 내셔널리그도 아닌데 투수 황인준은 전반기에만 3타석에 들어섰다. 연승 중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정성훈과 임창용이 말소되며 팀은 연패에 접어들었다. 전반기 막판 반등의 불씨를 찾았지만 또 다시 김세현을 기용하며 스스로 반등의 불씨를 꺼트렸다. 물론 감독의 모든 기용은 성공할 수 없고, 승부수가 모두 통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올해 김기태 감독의 운용은 승부수보다 ‘승리 확률 낮추기’에 가깝다. 타이거즈의 3번째 우승 감독임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결말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2010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후 KIA는 계속해서 우승 도전을 외쳤다. 꾸준히 FA 선수들을 영입했고 선동렬 감독 영입을 통해 우승 도전을 천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잠시 선두를 질주할 때도 있었으나 얇은 선수층에 이내 곤두박질쳤다. 결국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김기태 감독은 황무지와 같은 팀을 물려받았다.
후반기 KIA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외국인 선수 교체와 주전 선수들의 복귀를 통해 가을 야구 진출에 도전할 수도 있고 류승현, 박준태와 같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기용하며 훗날의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전선수들이 모두 기용되던 시기에도 팀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일시적인 부진 때문이 아니라 선수단이 급격히 고령화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과 다른 결말을 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과감한 선택은 올해 순위를 2010년보다 낮은 곳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후의 결말은 다를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잃은 전반기의 KIA 타이거즈, 그들의 후반기 선택에 팀의 미래가 달려있다.
기록 출처: Statiz (*모든 기록은 7월 18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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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찬 칼럼니스트 / 에디터=양정웅, 오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