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차 지명 신인 스카우팅 리포트 –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
입력 : 2018.08.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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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롯데 자이언츠
투수, 우투우타, 187cm, 90kg, 2000년 11월 05일생
개성중-경남고


[스포탈코리아]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 선수는…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그 선수입니다. 저희는 올해 지명 대상 중 가장 우수한 투수가 저희 지역에 있어줘서 크나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6월 25일 열린 2019 KBO 신인 1차 지명에서 이윤원 롯데 자이언츠 단장이 한 말이다. ‘이대호가 도루하는 것보다’ 쉬웠던 롯데의 선택, 올해 최고의 투수는 경남고등학교의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이었다.

배경



서준원이 수술 후 처음으로 투구를 했던 제5회 롯데기 부산고교 야구대회. 경남고는 3연패를 달성했다.(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를 시작한 서준원은 개성중학교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팔꿈치에 이상을 느끼며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말부턴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선 동성고 김기훈과 더불어 유이하게 18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뽑히기도 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동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체격은 서준원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경남고는 1990년대부터 좋은 사이드암을 배출하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에 뽑혔던 박석진, 홀드왕 임경완, 2007년 1차지명 이재곤, 최근엔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한 심창민과 한현희까지 라인업이 화려하다. 그중에서도 서준원은 가장 빠른 공과 좋은 체격조건을 가지고 있다.

서준원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른 구속’이다. 서준원이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기록한 최고 구속은 시속 153km이다. 불펜으로 등판해선 평균 140km대 중반을 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버핸드로도 빠른 편에 속하는 기록이다. 이정도 구속을 사이드암 투수가 보여준다는 점이 서준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패스트볼에 비해 변화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서준원의 슬라이더는 속구와 함께 결정구로 사용할 수 있는 구종 중 하나다. 시속 110km 후반대의 구속 때문에 많은 사람이 커브로 오해하곤 하는데, 스트라이크 존 끝에서 바깥으로 휘어 나가는 각이 일품이다. 서준원이 꼽은 변화구 롤모델인 LG 트윈스 신정락의 슬라이더만큼 좋다.

그런데 이를 보완해 줄 제3의 구종은 미완성이다.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고 최근엔 스플리터를 추가했지만 결정구로 사용하기엔 부족하다. 현장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서준원이 프로에 입단한다면 관건은 ‘서드 피치’의 완성이다.



지명 직후 기념촬영을 하는 서준원(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투구폼에 대한 문제도 있다. 올해부터 사이드암으로만 투구하고 있지만, 서준원은 지난해까지 구종에 따라 팔 각도를 바꿔 던졌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는 사이드암과 로우 스리쿼터,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을 던질 땐 언더핸드로 던졌다. 팔 각도를 고정한 후 변화구의 위력이 감소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것도 서준원이 당면한 과제다.

좋은 신체조건은 서준원이 전국구 유망주로 인정받는 요인 중 하나다. 187cm, 90kg의 신체 조건은 서준원의 구위를 담기 충분하다. 투구폼에서 알 수 있듯이 유연하기까지 하다. 유연한 신체는 잠수함 투수들의 롱런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강철, 임창용의 선수 생활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큰 경기 경험이 많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어린 나이부터 대표팀 선발이 잦았고 소속팀에서도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는 투수인 만큼 강한 배짱도 가지고 있다. 올해 명문고 야구열전 결승, 황금사자기 4강전에서도 경남고의 마지막 투수는 서준원이었다.

다만 이 부분은 오히려 서준원에 대한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아마추어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라는 말은 곧 ‘혹사가 예정된 투수’라는 말과 같다. 실제로 서준원은 토미존 수술을 마치고 처음으로 시즌을 온전히 뛴 2017년에 85.1이닝을 던졌다. 김기훈, 원태인, 전용주 등 같은 1차 지명 선수의 2학년 때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거기에 국가대표까지 뽑히면서 서준원은 한 해 동안 거의 100이닝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다행인 점은 프로 입단을 눈앞에 둔 3학년부턴 어느 정도 관리받고 있다. 전국대회의 투구 수 제한 역시 서준원을 보호하는 장치가 됐다.


전망



서준원의 롤모델인 넥센 한현희.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사진=OSEN)


현재 롯데의 사이드암 투수는 오현택, 배장호, 그리고 경찰청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인 홍성민 정도다. 세 선수 모두 1군에서 필승조, 혹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셋 모두 내년이면 30대 초중반이 된다. 다른 팀에서 영입하지 않는다면 수년 뒤엔 서준원이 팀 내 유일한 사이드암 투수가 될 수도 있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내년부터 당장 1군에서 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사이드암으로 150을 던지는 투수는 프로에서도 흔치 않은 자원이다. 실제로 서준원과 비슷한 스타일이자 그의 롤모델인 한현희는 프로 첫 시즌부터 69.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불펜이 헐거워진 롯데엔 천군만마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관리가 필요하다. 당장 내년에 홍성민이 돌아오는 롯데로썬 서준원을 급하게 전력에 투입할 이유가 없다. 아마추어 시절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가 수술대에 오르거나 긴 재활을 하는 사례도 많다. 어쩌면 내년 시즌 서준원을 1군에서 자주 본다는 것은 롯데의 비극이 될 수도 있다.


야구공작소
양정웅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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