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올여름의 더위는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로 가장 가혹했던 폭염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쉼 없이 기승을 부렸다. 야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은 더위에 경기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교체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경기 취소를 검토해 달라고 KBO에 요청하고 나설 지경이었다.
이는 불볕더위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실제로 덥고 습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높아질 때면 사람은 적은 운동에도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폭염 기간 동안 구단들이 강조한 것 역시 자율적인 훈련과 충분한 휴식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은 야구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기온과 함께 급증한 장타
먼저 타자들의 경우, 예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장타 생산이 눈에 띈다. 10개 구단 체제가 확립된 2015년부터 4년 동안의 동기간대(7.16~8.15) 기록을 비교해 보면 올 시즌 유난히 장타 관련 수치가 급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평균 0.445 수준이었던 장타율은 올해 0.476까지 상승했으며, 타수당 홈런 수는 지난해 0.032개에서 0.038개로 크게 뛰어올랐다. 순수장타율(ISO) 역시 0.177로 4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같은 시즌 내에서의 변화 양상은 어땠을까? 아래는 올 시즌, 폭염이 찾아오기 전과 본격적인 폭염 기간 사이의 타격 기록 변화를 나타낸 표다.
같은 시즌 내에서의 상승 폭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다. 개막부터 7월 15일까지의 기록과 이후 한 달 동안의 기록을 비교했을 때 타자들의 장타율은 폭염을 맞아 7.3%만큼 상승했고, 타수당 홈런 수는 무려 16.5%나 늘어났다. 동일한 기간 장타율이 2.2%, 타수당 홈런수가 9.1% 상승하는 데 그쳤던 지난해와는 명백히 다른 양상이다. 순수장타율 역시 두 자릿수 퍼센트의 상승 폭을 그린 것은 올해가 유일하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홈런과 장타가 많아지는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입자가 팽창하면서 야구공을 둘러싼 공기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리노이 대학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런 네이선은 “같은 조건의 타구라도 기온이 섭씨 5도가량 높은 곳에서는 1미터 정도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폭염은 타자들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장타 허용과 볼넷은 늘었지만
타자들의 성적이 올라갔다는 것은 달리 말해 투수들의 성적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폭염 기간 동안 KBO 리그 투수들이 기록한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5.59에 이르렀다. 볼넷 허용 또한 늘어났다. 개수 자체는 지난 시즌들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올 시즌 내에서 비교했을 때는 무려 6.7%나 증가한 수치였다.
이번 폭염 기간 투수들의 유일한 위안거리가 되어 준 지표는 탈삼진이었다. 지난 4년간의 동기간대(7.16~8.15) 기록을 비교했을 때, 올여름 투수들이 기록한 9이닝당 7.31개의 탈삼진은 단연 으뜸이었다. 허나 같은 시즌 내에서의 변화 양상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시즌 동안의 9이닝당 탈삼진 증감 폭은 2016년과 비슷한 -2.8% 수준이었다.
패스트볼의 구속 변화 역시 폭염이 투수들에게 미친 영향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올해 폭염 기간 동안 KBO 리그의 투수들이 기록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2.60km로 상당히 빨랐지만, 이는 사실 폭염 이전보다 고작 시속 0.25km가 오른 수치에 불과했다. 올 들어 시속 142km대로 상승한 리그 평균 패스트볼 구속의 영향을 받았을 뿐, 폭염을 전후해 눈에 띄는 구속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듯 무더위가 투수들의 기록에 미친 영향을 명확하게 구분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폭염 전용 라인업?
그렇다면 내년에도 다시 찾아올지 모를 폭염을 대비해 맞춤 전략을 세워볼 수는 없을까. 우선 타자들은 장타를 노리는 타격을 하는 편이 좋다. 타선에는 가급적이면 공을 잘 띄우는 타자들을 배치하는 편이 유리하다. 일단 띄우기만 하면 평소보다 멀리 날아가므로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수들은 장타를 억제하는 것이 급선무다. 늘어난 장타에 노출된 투수들은 그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코칭스태프는 가급적 땅볼 유도에 능한 선수, 제구력에 자신이 있는 투수를 내세우는 것이 좋다. 삼진을 잡기 위한 공격적인 투구도 방편이 될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투수들의 변화 양상은 그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정도는 타자들의 변화에 맞춰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사실 위와 같은 라인업은 폭염이라는 조건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좋은 라인업이다. 장타력이 좋은 타자,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 탈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투수는 평소에도 좋은 활약을 펼쳐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는 상기한 강점을 지닌 선수들이 평소에 비해서도 한층 더 돋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야구는 계절을 따라 변화하고 있다. 마냥 성가신 줄로만 알았던 폭염 역시도 야구 경기에서는 나름의 고유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러한 폭염의 영향은 대체로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타자들이 올해 같은 더위를 다시 바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자료 출처: 스포츠투아이, Popular Science
야구공작소
장원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의재
이는 불볕더위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실제로 덥고 습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높아질 때면 사람은 적은 운동에도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폭염 기간 동안 구단들이 강조한 것 역시 자율적인 훈련과 충분한 휴식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은 야구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기온과 함께 급증한 장타
먼저 타자들의 경우, 예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난 장타 생산이 눈에 띈다. 10개 구단 체제가 확립된 2015년부터 4년 동안의 동기간대(7.16~8.15) 기록을 비교해 보면 올 시즌 유난히 장타 관련 수치가 급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평균 0.445 수준이었던 장타율은 올해 0.476까지 상승했으며, 타수당 홈런 수는 지난해 0.032개에서 0.038개로 크게 뛰어올랐다. 순수장타율(ISO) 역시 0.177로 4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같은 시즌 내에서의 변화 양상은 어땠을까? 아래는 올 시즌, 폭염이 찾아오기 전과 본격적인 폭염 기간 사이의 타격 기록 변화를 나타낸 표다.
같은 시즌 내에서의 상승 폭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다. 개막부터 7월 15일까지의 기록과 이후 한 달 동안의 기록을 비교했을 때 타자들의 장타율은 폭염을 맞아 7.3%만큼 상승했고, 타수당 홈런 수는 무려 16.5%나 늘어났다. 동일한 기간 장타율이 2.2%, 타수당 홈런수가 9.1% 상승하는 데 그쳤던 지난해와는 명백히 다른 양상이다. 순수장타율 역시 두 자릿수 퍼센트의 상승 폭을 그린 것은 올해가 유일하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홈런과 장타가 많아지는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입자가 팽창하면서 야구공을 둘러싼 공기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리노이 대학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런 네이선은 “같은 조건의 타구라도 기온이 섭씨 5도가량 높은 곳에서는 1미터 정도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폭염은 타자들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장타 허용과 볼넷은 늘었지만
타자들의 성적이 올라갔다는 것은 달리 말해 투수들의 성적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폭염 기간 동안 KBO 리그 투수들이 기록한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5.59에 이르렀다. 볼넷 허용 또한 늘어났다. 개수 자체는 지난 시즌들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올 시즌 내에서 비교했을 때는 무려 6.7%나 증가한 수치였다.
이번 폭염 기간 투수들의 유일한 위안거리가 되어 준 지표는 탈삼진이었다. 지난 4년간의 동기간대(7.16~8.15) 기록을 비교했을 때, 올여름 투수들이 기록한 9이닝당 7.31개의 탈삼진은 단연 으뜸이었다. 허나 같은 시즌 내에서의 변화 양상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시즌 동안의 9이닝당 탈삼진 증감 폭은 2016년과 비슷한 -2.8% 수준이었다.
패스트볼의 구속 변화 역시 폭염이 투수들에게 미친 영향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올해 폭염 기간 동안 KBO 리그의 투수들이 기록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2.60km로 상당히 빨랐지만, 이는 사실 폭염 이전보다 고작 시속 0.25km가 오른 수치에 불과했다. 올 들어 시속 142km대로 상승한 리그 평균 패스트볼 구속의 영향을 받았을 뿐, 폭염을 전후해 눈에 띄는 구속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듯 무더위가 투수들의 기록에 미친 영향을 명확하게 구분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폭염 전용 라인업?
그렇다면 내년에도 다시 찾아올지 모를 폭염을 대비해 맞춤 전략을 세워볼 수는 없을까. 우선 타자들은 장타를 노리는 타격을 하는 편이 좋다. 타선에는 가급적이면 공을 잘 띄우는 타자들을 배치하는 편이 유리하다. 일단 띄우기만 하면 평소보다 멀리 날아가므로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수들은 장타를 억제하는 것이 급선무다. 늘어난 장타에 노출된 투수들은 그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코칭스태프는 가급적 땅볼 유도에 능한 선수, 제구력에 자신이 있는 투수를 내세우는 것이 좋다. 삼진을 잡기 위한 공격적인 투구도 방편이 될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투수들의 변화 양상은 그리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정도는 타자들의 변화에 맞춰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사실 위와 같은 라인업은 폭염이라는 조건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좋은 라인업이다. 장타력이 좋은 타자,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 탈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투수는 평소에도 좋은 활약을 펼쳐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는 상기한 강점을 지닌 선수들이 평소에 비해서도 한층 더 돋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야구는 계절을 따라 변화하고 있다. 마냥 성가신 줄로만 알았던 폭염 역시도 야구 경기에서는 나름의 고유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러한 폭염의 영향은 대체로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타자들이 올해 같은 더위를 다시 바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자료 출처: 스포츠투아이, Popular Science
야구공작소
장원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의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