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5위(70승 74패, 와일드카드전 패배)
[스포탈코리아] 잠시 시간을 작년으로 돌려보자. 전반기 57승 28패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압도적인 전반기를 보낸 KIA의 후반기 성적은 30승 28패 1무에 불과했다. 전반기 종료 시 13게임 차였던 두산에게 끝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우승을 결정짓지 못했다. 후반기 부진에 ‘1위팀답지 못한 1위팀’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KIA는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유리함과 양현종의 분투 등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2017시즌 가장 강했던 팀은 타이거즈로 기록됐고, 후반기 부진의 기억은 잊혀져 갔다. 외국인 선수 전원과 재계약에 성공해 전력을 지켰으며, 정성훈의 영입으로 선수층을 두텁게 했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즌에 앞서 KIA를 또 다시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팬들 또한 2017년 전반기의 KIA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후반기 KIA의 모습들에 각종 악재가 더해졌다.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는 아쉬운 5위라는 성적. 영원한 강팀은 없다지만 KIA는 또 다시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올해도 야수들은 제 몫을 해냈다. 각종 타격 지표에서 선두를 기록한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팀 타율 2위, 팀 OPS 4위로 이름값을 해냈다. 견고하지 못한 수비는 문제가 됐지만 시즌 막판 폭발한 공격력은 팀의 3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을 견인했다.
문제는 투수였다. 선발 투수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임기영이 부상으로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민우와 정용운이 4,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이내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외국인 듀오 헥터와 팻딘은 지난 시즌과 달리 모두 부진했다. 한승혁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무너지는 선발진을 양현종이 홀로 지탱했다.
*IP/GS: 선발 시 평균 이닝
부상에서 돌아온 임기영과 윤석민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팻딘은 계속되는 부진에 구원 투수로 보직을 옮겼고, 여러 마찰 끝에 43세의 임창용이 선발진에 합류했다. 시즌 막판에는 양현종마저 부상으로 이탈해 헥터와 임창용, 한승혁만이 남았다. 지난해 선발 WAR 1위, 평균자책점 2위로 우승을 견인했던 선발진은 올해는 WAR 7위, 평균자책점 10위로 극명히 대비되는 성적을 거뒀다.
구원 투수진 또한 시즌 전 구상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박정수는 시즌 초반부터 이탈했고 심동섭 또한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든든한 마무리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세현은 계속되는 블론 세이브로 마무리 자리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도 마무리를 맡은 임창용의 돌연 말소, 윤석민의 부진 등으로 시즌 내내 뒷문의 불안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KIA 구원 투수진의 성적은 구원 WAR 3위, 평균자책점 4위로 나쁘지 않았다. 이는 젊은 투수들의 약진 덕분이었다. 김윤동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필승조 자리를 지키며 리그 구원 투수 중 2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임기준 또한 독특함 투구 폼을 바탕으로 왼손 타자들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둘은 시즌 막판 팀의 와일드 카드 진출의 1등 공신이 됐다.
유승철과 문경찬 또한 롱 릴리프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다음 시즌을 기대할 만한 성적이었다.
결정적 순간 – 두 번째 와일드카드, 서로 다른 두 방향으로 가는 길
KIA는 3년 사이에 두 번째 와일드카드전을 경험했다. 모두 5위로서 4위팀에 도전하는 상황. 결과는 두 차례 모두 실패였다. 하지만 2년 전과 올 시즌의 경기 후 반응은 사뭇 다르다. 2년 전 LG와의 와일드카드전은 아쉬운 패배 이후 호평이 이어졌다. 첫 경기를 이긴 덕분만은 아니었다. 2차전에서 1안타의 빈공으로 패배했지만 이는 LG 선수들의 호투와 호수비 때문이었고, KIA 또한 노수광과 김호령의 호수비로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졌지만 ‘우리도 강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경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했지만 등판할 선발 투수도 마땅치 않았다. 몸이 온전치 않은 양현종이 선발 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관록의 투구를 보여줬지만 야수들의 계속되는 실책으로 무너졌다. 이범호가 2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타선은 6점을 뽑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한 경기의 아쉬움이 아니었다. 양현종의 과부화는 시즌 내내 제기되던 문제였으며, 포수 김민식의 불안한 수비 또한 시즌 중 지속적으로 보여진 모습이었다. 김선빈이 몸에 맞는 공으로 이탈해 투입된 황윤호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실책을 범했다. 김하성의 평범한 안타에 2루를 허용하는 좌익수 최형우의 수비는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이처럼 시즌 중에 보여지던 문제점들이 한 경기에 집약되며 디펜딩 챔피언 KIA는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2년 전과는 다르게 올해의 와일드카드전은 ‘다시 약팀으로 향한다’는 불안감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최고의 선수들 – 또 진화한 안치홍, 홀로 지켜낸 양현종
데뷔 첫해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안치홍은 차근차근 성장을 이뤄왔다. 신인 시절 약점으로 평가 받던 컨택 능력을 보완해 3년차에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이후엔 장타력에 집중해 20홈런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우승과 함께 3할, 20홈런을 기록하며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하지만 안치홍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장타력을 늘리기 위해 타격 자세를 수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범경기에서는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돌입 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불의의 사구로 잠시 이탈했음에도 전반기에만 16개의 홈런, OPS 1.039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홀로 이끌었다.
후반기에 성적이 떨어졌지만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팀의 4번 타자 최형우에게 쏟아지는 견제에 안치홍은 4번으로 자리를 옮겨 견제를 나눠 받았다. 아시안 게임 차출로 체력적 어려움도 겪었다. 결국 10월 44타석에서 OPS 0.461을 기록하며 2루수 최초의 OPS 1.0 돌파는 아쉽게 실패했다.
그럼에도 안치홍은 기념할만한 기록들로 시즌을 마쳤다. 118타점을 기록하며 100타점을 돌파한 역대 3번째 2루수가 됐으며 0.342의 고타율로 타격 5위에 올랐다. 통산 3번째 골든글러브 수상도 유력하다.
타선에서 안치홍이 활약했다면 투수진에서는 양현종이 무너지는 팀의 마운드를 홀로 지탱했다. 헥터와 팻딘이 동반 부진을 겪고 다른 선발 투수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양현종은 에이스의 역할을 해냈다. 단순히 승리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긴 이닝까지 소화하며 구원 투수진의 부담을 덜어 줬다. 팀을 연패에서 구해내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양현종은 20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과 내용면에서 크게 다를 것 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올해는 많은 승수를 쌓지는 못했지만 피OPS, K/BB등 각종 세부 지표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고, 더 많은 경기당 이닝을 소화하며 KIA 선수 중 가장 높은 WAR을 기록했다.
하지만 꾸준히 제기되던 지나친 이닝 소화가 문제가 됐다. 시즌 막판 9월 24일 LG전에서 투구 밸런스에 이상을 보이며 4이닝 7실점으로 흔들렸다. 이어진 10월 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3이닝 5실점 후 옆구리 부상으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남은 시즌 모습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양현종은 와일드카드전에 돌아왔다. 평상시의 양현종은 아니었다. 속구 구속은 평소보다 3~4km 느렸고 변화구도 마음먹은 대로 제구되지 않았다. 관록을 바탕으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지만 야수들의 계속된 실책으로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아쉬움을 남긴 등판이었지만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실책을 범한 황윤호를 격려하는 모습은 그가 왜 KIA의 에이스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쉬운 선수들 – 마무리 김세현, 그리고 팻딘 딜레마
지난 시즌 김세현의 성적은 KIA로의 트레이드 전후로 완전히 반전됐다. 트레이드 이후 부진했던 전반기를 뒤로 한 채 후반기와 한국시리즈 동안 뒷문을 지키며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또 다시 성적이 반전됐다. 시즌 초반부터 블론 세이브를 거듭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벤치는 계속해서 신뢰를 보여주며 반등을 기대했지만 응답하지 못했다. 거듭되는 블론 세이브에 팀은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결국 4번째 블론 세이브와 5번째 패배를 기록한 5월 4일 NC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시즌 초반에 김세현의 부진이 아쉬웠다면, 이후에는 외국인 투수 팻딘의 부진이 크게 느껴졌다. 지난 시즌 후반기와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팻딘은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거듭했다. 6월까지 선발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며 피안타율은 0.326, 피 OPS는 0.861에 육박했다. 팀의 무너진 선발 투수진을 생각한다면 교체가 유력한 상황, 하지만 KIA의 벤치는 교체가 아닌 보직 변경을 선택했다.
구원 전환 이후 팻딘은 선발에서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 등판 시 문제로 제기됐던 단순한 구종의 약점은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하며 구속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했다. 얼핏 기록만으로는 좋은 선택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를 구원 투수로 활용하는 선택은 분명 낭비였다. 같은 기간 타 팀의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 투수로서 70이닝 이상을 소화할 때 팻 딘이 구원, 선발을 오가며 활약한 이닝은 36.2이닝뿐이었다. 외국인 선수 출장 제한 규정에 헥터의 등판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반복되는 보직 이동에 팻딘 또한 적응에 어려움을 보였다.
결국 팻딘은 와일드카드전에서 구원 등판해 패전 투수가 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마치 2년 전 와일드카드전을 끝으로 팀을 떠났던 지크 스프루일처럼, 팻딘 또한 지난 와일드카드전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야구보다 ‘야구단’이 더 아쉬웠던 한 해. KIA의 미래는?
이번 시즌 KIA 타이거즈에 대한 아쉬움은 경기 내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즌 중반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임창용과 정성훈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이대진 코치는 2군으로 향했다. 임창용과 김기태 감독 간의 불화가 원인으로 제기됐지만 구단은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시즌 후 임창용은 방출됐다. 구단은 ‘어린 투수를 육성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제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치열한 5강 경쟁이 벌어지던 시즌 막판 정회열 수석 코치의 말소 또한 궤를 같이 했다. 갑작스러운 수석 코치의 말소에 김기태 감독은 ‘잘 해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밝혔지만, 시즌이 종료된 후 정회열 코치는 팀을 떠나며 또 다시 의문을 남겼다. 선수단 내부의 모든 사정을 팬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지만, 팬들의 시선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운용이 반복됐다.
이에 시즌은 끝났지만 KIA팬들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임창용의 방출을 기점으로 김기태 감독의 퇴진 시위가 벌어지는 등 팬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와일드카드전 패배 후 ‘나부터 변하겠다’던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과 정회열 코치를 방출하고 수석 코치 보직을 없앤 뒤 ‘투수 총괄’과 ‘야수 총괄’이라는 보직을 신설하는 등 더욱더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고 있다.
다친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성과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범호, 최형우 등 주전 야수들의 수비력이 해가 갈수록 하락하는 중이지만 여전한 타격 능력을 고려하면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기 쉽지 않다. 지명타자 자리는 한 자리인데 지원자는 너무나 많다. 문제인 수비력이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다.
투수진 또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5년 연속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양현종의 활약을 장담할 수 없으며, 구원투수로 2년 연속 80이닝을 넘긴 김윤동의 상태도 걱정이 앞선다. 임창용의 공백 또한 느껴진다. 구단은 임창용 대신 어린 투수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시즌 임창용이 소화한 86.1이닝은 대부분 박빙의 리드 상황, 혹은 선발 투수로서 소화한 이닝이다. 어린 투수들이 소화해내기엔 분명 버거운 역할이다.
아쉬운 성적과 구단의 운용에 팬들의 불만은 커졌다. 지난 아쉬운 행보를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구단이 성적, 혹은 리빌딩의 성과를 통해 이에 답할 시점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 다음 시즌 KIA와 김기태 감독은 팬들에게 그들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이승찬 칼럼니스트 / 에디터=김우빈, 오연우
기록 출처: STATIZ
[스포탈코리아] 잠시 시간을 작년으로 돌려보자. 전반기 57승 28패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압도적인 전반기를 보낸 KIA의 후반기 성적은 30승 28패 1무에 불과했다. 전반기 종료 시 13게임 차였던 두산에게 끝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우승을 결정짓지 못했다. 후반기 부진에 ‘1위팀답지 못한 1위팀’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KIA는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유리함과 양현종의 분투 등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2017시즌 가장 강했던 팀은 타이거즈로 기록됐고, 후반기 부진의 기억은 잊혀져 갔다. 외국인 선수 전원과 재계약에 성공해 전력을 지켰으며, 정성훈의 영입으로 선수층을 두텁게 했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즌에 앞서 KIA를 또 다시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팬들 또한 2017년 전반기의 KIA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후반기 KIA의 모습들에 각종 악재가 더해졌다.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는 아쉬운 5위라는 성적. 영원한 강팀은 없다지만 KIA는 또 다시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올해도 야수들은 제 몫을 해냈다. 각종 타격 지표에서 선두를 기록한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팀 타율 2위, 팀 OPS 4위로 이름값을 해냈다. 견고하지 못한 수비는 문제가 됐지만 시즌 막판 폭발한 공격력은 팀의 3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을 견인했다.
문제는 투수였다. 선발 투수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임기영이 부상으로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민우와 정용운이 4,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이내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외국인 듀오 헥터와 팻딘은 지난 시즌과 달리 모두 부진했다. 한승혁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무너지는 선발진을 양현종이 홀로 지탱했다.
*IP/GS: 선발 시 평균 이닝
부상에서 돌아온 임기영과 윤석민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팻딘은 계속되는 부진에 구원 투수로 보직을 옮겼고, 여러 마찰 끝에 43세의 임창용이 선발진에 합류했다. 시즌 막판에는 양현종마저 부상으로 이탈해 헥터와 임창용, 한승혁만이 남았다. 지난해 선발 WAR 1위, 평균자책점 2위로 우승을 견인했던 선발진은 올해는 WAR 7위, 평균자책점 10위로 극명히 대비되는 성적을 거뒀다.
구원 투수진 또한 시즌 전 구상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박정수는 시즌 초반부터 이탈했고 심동섭 또한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든든한 마무리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세현은 계속되는 블론 세이브로 마무리 자리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도 마무리를 맡은 임창용의 돌연 말소, 윤석민의 부진 등으로 시즌 내내 뒷문의 불안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KIA 구원 투수진의 성적은 구원 WAR 3위, 평균자책점 4위로 나쁘지 않았다. 이는 젊은 투수들의 약진 덕분이었다. 김윤동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필승조 자리를 지키며 리그 구원 투수 중 2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임기준 또한 독특함 투구 폼을 바탕으로 왼손 타자들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둘은 시즌 막판 팀의 와일드 카드 진출의 1등 공신이 됐다.
유승철과 문경찬 또한 롱 릴리프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다음 시즌을 기대할 만한 성적이었다.
결정적 순간 – 두 번째 와일드카드, 서로 다른 두 방향으로 가는 길
KIA는 3년 사이에 두 번째 와일드카드전을 경험했다. 모두 5위로서 4위팀에 도전하는 상황. 결과는 두 차례 모두 실패였다. 하지만 2년 전과 올 시즌의 경기 후 반응은 사뭇 다르다. 2년 전 LG와의 와일드카드전은 아쉬운 패배 이후 호평이 이어졌다. 첫 경기를 이긴 덕분만은 아니었다. 2차전에서 1안타의 빈공으로 패배했지만 이는 LG 선수들의 호투와 호수비 때문이었고, KIA 또한 노수광과 김호령의 호수비로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졌지만 ‘우리도 강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경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했지만 등판할 선발 투수도 마땅치 않았다. 몸이 온전치 않은 양현종이 선발 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관록의 투구를 보여줬지만 야수들의 계속되는 실책으로 무너졌다. 이범호가 2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타선은 6점을 뽑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한 경기의 아쉬움이 아니었다. 양현종의 과부화는 시즌 내내 제기되던 문제였으며, 포수 김민식의 불안한 수비 또한 시즌 중 지속적으로 보여진 모습이었다. 김선빈이 몸에 맞는 공으로 이탈해 투입된 황윤호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실책을 범했다. 김하성의 평범한 안타에 2루를 허용하는 좌익수 최형우의 수비는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이처럼 시즌 중에 보여지던 문제점들이 한 경기에 집약되며 디펜딩 챔피언 KIA는 아쉬운 시즌을 마감했다. 2년 전과는 다르게 올해의 와일드카드전은 ‘다시 약팀으로 향한다’는 불안감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최고의 선수들 – 또 진화한 안치홍, 홀로 지켜낸 양현종
데뷔 첫해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안치홍은 차근차근 성장을 이뤄왔다. 신인 시절 약점으로 평가 받던 컨택 능력을 보완해 3년차에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이후엔 장타력에 집중해 20홈런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우승과 함께 3할, 20홈런을 기록하며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하지만 안치홍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장타력을 늘리기 위해 타격 자세를 수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범경기에서는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돌입 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불의의 사구로 잠시 이탈했음에도 전반기에만 16개의 홈런, OPS 1.039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홀로 이끌었다.
후반기에 성적이 떨어졌지만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팀의 4번 타자 최형우에게 쏟아지는 견제에 안치홍은 4번으로 자리를 옮겨 견제를 나눠 받았다. 아시안 게임 차출로 체력적 어려움도 겪었다. 결국 10월 44타석에서 OPS 0.461을 기록하며 2루수 최초의 OPS 1.0 돌파는 아쉽게 실패했다.
그럼에도 안치홍은 기념할만한 기록들로 시즌을 마쳤다. 118타점을 기록하며 100타점을 돌파한 역대 3번째 2루수가 됐으며 0.342의 고타율로 타격 5위에 올랐다. 통산 3번째 골든글러브 수상도 유력하다.
타선에서 안치홍이 활약했다면 투수진에서는 양현종이 무너지는 팀의 마운드를 홀로 지탱했다. 헥터와 팻딘이 동반 부진을 겪고 다른 선발 투수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양현종은 에이스의 역할을 해냈다. 단순히 승리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긴 이닝까지 소화하며 구원 투수진의 부담을 덜어 줬다. 팀을 연패에서 구해내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양현종은 20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과 내용면에서 크게 다를 것 없는 투구를 이어갔다. 올해는 많은 승수를 쌓지는 못했지만 피OPS, K/BB등 각종 세부 지표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고, 더 많은 경기당 이닝을 소화하며 KIA 선수 중 가장 높은 WAR을 기록했다.
하지만 꾸준히 제기되던 지나친 이닝 소화가 문제가 됐다. 시즌 막판 9월 24일 LG전에서 투구 밸런스에 이상을 보이며 4이닝 7실점으로 흔들렸다. 이어진 10월 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3이닝 5실점 후 옆구리 부상으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남은 시즌 모습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양현종은 와일드카드전에 돌아왔다. 평상시의 양현종은 아니었다. 속구 구속은 평소보다 3~4km 느렸고 변화구도 마음먹은 대로 제구되지 않았다. 관록을 바탕으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지만 야수들의 계속된 실책으로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아쉬움을 남긴 등판이었지만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실책을 범한 황윤호를 격려하는 모습은 그가 왜 KIA의 에이스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쉬운 선수들 – 마무리 김세현, 그리고 팻딘 딜레마
지난 시즌 김세현의 성적은 KIA로의 트레이드 전후로 완전히 반전됐다. 트레이드 이후 부진했던 전반기를 뒤로 한 채 후반기와 한국시리즈 동안 뒷문을 지키며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또 다시 성적이 반전됐다. 시즌 초반부터 블론 세이브를 거듭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벤치는 계속해서 신뢰를 보여주며 반등을 기대했지만 응답하지 못했다. 거듭되는 블론 세이브에 팀은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결국 4번째 블론 세이브와 5번째 패배를 기록한 5월 4일 NC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시즌 초반에 김세현의 부진이 아쉬웠다면, 이후에는 외국인 투수 팻딘의 부진이 크게 느껴졌다. 지난 시즌 후반기와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팻딘은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거듭했다. 6월까지 선발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며 피안타율은 0.326, 피 OPS는 0.861에 육박했다. 팀의 무너진 선발 투수진을 생각한다면 교체가 유력한 상황, 하지만 KIA의 벤치는 교체가 아닌 보직 변경을 선택했다.
구원 전환 이후 팻딘은 선발에서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 등판 시 문제로 제기됐던 단순한 구종의 약점은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하며 구속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했다. 얼핏 기록만으로는 좋은 선택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를 구원 투수로 활용하는 선택은 분명 낭비였다. 같은 기간 타 팀의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 투수로서 70이닝 이상을 소화할 때 팻 딘이 구원, 선발을 오가며 활약한 이닝은 36.2이닝뿐이었다. 외국인 선수 출장 제한 규정에 헥터의 등판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반복되는 보직 이동에 팻딘 또한 적응에 어려움을 보였다.
결국 팻딘은 와일드카드전에서 구원 등판해 패전 투수가 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마치 2년 전 와일드카드전을 끝으로 팀을 떠났던 지크 스프루일처럼, 팻딘 또한 지난 와일드카드전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야구보다 ‘야구단’이 더 아쉬웠던 한 해. KIA의 미래는?
이번 시즌 KIA 타이거즈에 대한 아쉬움은 경기 내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즌 중반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임창용과 정성훈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이대진 코치는 2군으로 향했다. 임창용과 김기태 감독 간의 불화가 원인으로 제기됐지만 구단은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시즌 후 임창용은 방출됐다. 구단은 ‘어린 투수를 육성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제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치열한 5강 경쟁이 벌어지던 시즌 막판 정회열 수석 코치의 말소 또한 궤를 같이 했다. 갑작스러운 수석 코치의 말소에 김기태 감독은 ‘잘 해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밝혔지만, 시즌이 종료된 후 정회열 코치는 팀을 떠나며 또 다시 의문을 남겼다. 선수단 내부의 모든 사정을 팬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지만, 팬들의 시선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운용이 반복됐다.
이에 시즌은 끝났지만 KIA팬들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임창용의 방출을 기점으로 김기태 감독의 퇴진 시위가 벌어지는 등 팬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와일드카드전 패배 후 ‘나부터 변하겠다’던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과 정회열 코치를 방출하고 수석 코치 보직을 없앤 뒤 ‘투수 총괄’과 ‘야수 총괄’이라는 보직을 신설하는 등 더욱더 자신의 색깔을 강화하고 있다.
다친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성과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범호, 최형우 등 주전 야수들의 수비력이 해가 갈수록 하락하는 중이지만 여전한 타격 능력을 고려하면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기 쉽지 않다. 지명타자 자리는 한 자리인데 지원자는 너무나 많다. 문제인 수비력이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다.
투수진 또한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5년 연속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양현종의 활약을 장담할 수 없으며, 구원투수로 2년 연속 80이닝을 넘긴 김윤동의 상태도 걱정이 앞선다. 임창용의 공백 또한 느껴진다. 구단은 임창용 대신 어린 투수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시즌 임창용이 소화한 86.1이닝은 대부분 박빙의 리드 상황, 혹은 선발 투수로서 소화한 이닝이다. 어린 투수들이 소화해내기엔 분명 버거운 역할이다.
아쉬운 성적과 구단의 운용에 팬들의 불만은 커졌다. 지난 아쉬운 행보를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제 구단이 성적, 혹은 리빌딩의 성과를 통해 이에 답할 시점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 다음 시즌 KIA와 김기태 감독은 팬들에게 그들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이승찬 칼럼니스트 / 에디터=김우빈, 오연우
기록 출처: 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