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4위(75승 69패, 플레이오프 진출)
영웅 이야기에는 역경이 동반된다.
2월 이장석 구단주 법정 구속
3~4월 넥센 타이어 스폰서비 지급 유보
4월 서건창 정강이 부상으로 말소(130일)
4월 박병호 종아리 부상으로 말소(36일)
5월 조상우, 박동원 성폭행 혐의로 KBO 참가 활동 정지
5월 현금 트레이드 파동
5~6월 이정후 종아리 및 어깨 부상으로 말소(총 45일)
6월 로저스 손가락 부상으로 웨이버 공시
9월 최원태 팔꿈치 부상으로 말소(36일)
[스포탈코리아]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위를 미리 알았더라면,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시즌이 끝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모두 아찔한 사건들이다. ‘내우외환’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영웅 군단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규시즌 4위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차례로 기아와 한화를 꺾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끝내 패배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5차전 승부를 장식하며 오히려 저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역경을 차례로 극복하면서 2018년의 영웅 이야기는 완결되었다. 올해 넥센의 야수진은 평균 26.9세, 투수진은 평균 26.5세로 모두 KBO리그에서 가장 젊었다. 내년에 나올 후속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최고의 선수 – 브리검, 박병호
(GO/FO은 Ground Out/Fly Out, 즉 땅볼아웃과 뜬공아웃의 비율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뜬공에 비해 땅볼을 많이 유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야구계에서 2년차 선수에 대한 클리셰는 종종 모순되곤 한다. ‘2년차 징크스’라는 말도 있는 한편, ‘첫해 적응을 마쳐서 더 강력해질 것이다’라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브리검은 본인이 후자에 해당함을 몸소 증명했다. 2선발급 투수라는 초기 기대치를 뛰어넘었음은 물론, 팀의 1선발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묵묵히 그 빈자리를 메꿨다. 올해 그는 투수 가운데 리그 1위의 이닝 소화, 리그 6위의 평균자책점, 리그 3위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의 성적을 남겼다. 싱커를 앞세워 많은 땅볼아웃을 유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삼진도 잡는 완성형 투수로 거듭난 것이 그 비결이다. 88년생으로 향후 몇 년간 비슷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마찬가지로 2년차에 더 강해진 이정후도, 국가대표 팀의 우완 에이스를 도맡은 최원태도 팀 내 MVP 자격이 있다. 그러나 돌아온 4번 타자 박병호를 MVP로 꼽지 않을 수 있을까? 작년 유격수 김하성이 4번을 맡을 정도로 아쉬웠던 우타 거포의 부재는 박병호의 복귀로 단숨에 해결되었다. 그는 불의의 부상으로 113경기 488타석만을 소화하는 데 그쳤는데, 이렇게 ‘한정된 기회’는 거꾸로 박병호의 무서움을 방증했다. 그가 기록한 장타율 0.718은 올해 1위이자 역대 6위에 해당한다. 그가 홈런을 때려내는 데는 평균 11.3타석만이 필요했는데, 이는 올해 1위이자 역대 5위의 기록이다. 플레이오프 5차전 9회 말 투아웃에 나온 극적인 동점 홈런은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기대할 선수 – 임병욱, 송성문, 김혜성, 안우진
넥센은 젊은 팀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것이 현재의 성적을 희생한 대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넥센의 젊은 선수들은 주전의 공백을 단지 “메꿨다”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14년 1차 지명을 받은 임병욱의 실력은 진작부터 1군급으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그가 이를 보여줄 만큼 건강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작년 임병욱은 3월에 팔꿈치 부상, 7월에 엄지손가락 부상을 겪으며 불과 21경기 출전에 그쳤다. 1군 등록일수 187일을 모두 채운 올 시즌, 그는 넥센의 확실한 중견수로 발돋움했다. 빠른 발과 일발 장타에 대한 증명이 끝난 그에게 남은 다음 과제는 타석에서의 참을성일 것이다.
서건창이 부상으로 오래 이탈하고 김민성이 타격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넥센의 내야진에는 위기가 찾아올 “뻔”했다. 김혜성과 송성문이 없었다면 말이다. 특유의 빠른 발을 앞세운 김혜성은 수비에서는 넓은 범위를 자랑했고, 누상에서는 기민한 주루로 상대를 어렵게 했다. 송성문은 78경기 238타석의 꾸준하지 않았던 출전 기회 속에서도 견고한 타격을 보여주었다. 2017년 2차 1라운드 출신인 김혜성은 ‘될성 부른 떡잎’의 무서움을, 2015년 2차 5라운드 출신인 송성문은 넥센 육성 시스템의 저력을 각각 증명했다.
안우진은 입단 전부터 웬만한 프로 선수보다 많은 뉴스를 몰고 다녔다. 이는 투수로서 높은 잠재력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 저지른 학교 폭력 전과가 더 큰 지분을 차지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내린 3년 자격 정지, 구단 자체에서 내린 50경기 출전 정지 처분만으로는 그 논란을 잠재우기에 부족했다. 그런 그가 가을야구에서는 다른 의미로 뉴스거리가 됐다.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과 140km를 넘나드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실력만은 진짜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올해 인성과 실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그가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실망스러웠던 선수 – 조상우, 초이스
넥센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한 악재도 있었다. 조상우는 18경기 동안 5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보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사생활을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라도 쓸모없음을 증명했다(관련 칼럼 : 조상우·박동원 사건, 핵심 쟁점은?). 그가 있을 때도 두텁지 못했던 넥센의 불펜은 그가 이탈한 후 시즌 내내 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올 시즌 넥센의 구원투수들은 5.67의 평균자책점과 블론세이브 23회를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10개 팀의 구원투수진 가운데 가장 높았다.
8월 15일부터 경기를 뛴 샌즈는 넥센에 있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한국 생활 적응을 마친 그는 정규시즌에 12홈런 1.122 OPS, 포스트시즌에 3홈런 1.106 OPS를 기록하며 넥센의 가을야구에 앞장섰다. 혹시 넥센 팬들은 샌즈가 뛸 수 있도록 웨이버 공시를 당한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에게 감사라도 해야 것일까? 작년보다 기회를 약 두 배나 더 받았지만, 초이스의 홈런 개수에는 변함이 없었다. 작년에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받은 홈런 당 플라이볼 수치는 결국 운이었다. 전반적인 타격 성적이 실망스러웠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밝은 미래에도 변수는 있다.
넥센의 미래는 어느 팀과 견줘 봐도 희망적이다. 그러나 분명 다음 시즌을 앞두고 고민할 만한 몇 가지 포인트는 있다.
로저스의 대안으로 영입한 해커는 잔뼈가 굵은 외국인 투수답게 나름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계약 여부는 다른 문제다. 내년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팀으로서 노쇠화 경향이 있는 외국인 투수는 아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외국인 투수 계약이 당연하지만은 않다. 다음 시즌부터 영입되는 외국인 선수는 100만 달러 이하 규모의 계약만을 맺을 수 있다. 과연 넥센이 오프시즌에 어떤 선택을 내릴지 두고 볼 만하다.
16시즌이 끝난 후 장정석 당시 운영팀장은 파격적으로 감독에 선임됐다. 당시에 주목을 덜 받았지만 장정석은 기존에 초보 감독치고는 긴 3년이라는 기간을 보장받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19시즌은 바로 그의 계약 마지막 해다. ‘1번 타자’ 이정후가 왼쪽 어깨 수술로 시즌 초 결장이 불가피하고 ‘토종 에이스’ 최원태는 복귀 일정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올해 가을야구에 성공함으로써 내년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감독직을 수행함에 있어 부담스러운 시즌을 맞아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리고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 변수는 구단 경영과 연관이 있다.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장석 현 구단주는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구단은 신속하게 키움 증권과 5년 간 총액 500억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발표하며 구단 운영이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다. 그러나 이장석 구단주에 대한 처분을 공식적으로 내리기도 전에 이를 발표한 것을 두고 KBO측에서 반발하면서 스토브리그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구단 경영에는 물음표가 생겼다.
적지 않은 변수가 쌓여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즌 내내 팀 안팎으로 온갖 역경을 겪은 ‘원 팀’ 넥센은 그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란 믿음이다. 굳은 멘탈을 갖춘 동시에 젊기까지 한 팀만큼 무서운 팀이 또 있을까? 영웅들은 늘 그랬듯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헤쳐나갈 것이다.
야구공작소
박광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남통현, 김혜원
기록 출처: STATIZ
사진=넥센 히어로즈 구단 홈페이지, 인스타그램(@k_kristen95)
영웅 이야기에는 역경이 동반된다.
2월 이장석 구단주 법정 구속
3~4월 넥센 타이어 스폰서비 지급 유보
4월 서건창 정강이 부상으로 말소(130일)
4월 박병호 종아리 부상으로 말소(36일)
5월 조상우, 박동원 성폭행 혐의로 KBO 참가 활동 정지
5월 현금 트레이드 파동
5~6월 이정후 종아리 및 어깨 부상으로 말소(총 45일)
9월 최원태 팔꿈치 부상으로 말소(36일)
[스포탈코리아]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위를 미리 알았더라면,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시즌이 끝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모두 아찔한 사건들이다. ‘내우외환’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영웅 군단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규시즌 4위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차례로 기아와 한화를 꺾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끝내 패배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5차전 승부를 장식하며 오히려 저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역경을 차례로 극복하면서 2018년의 영웅 이야기는 완결되었다. 올해 넥센의 야수진은 평균 26.9세, 투수진은 평균 26.5세로 모두 KBO리그에서 가장 젊었다. 내년에 나올 후속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최고의 선수 – 브리검, 박병호
(GO/FO은 Ground Out/Fly Out, 즉 땅볼아웃과 뜬공아웃의 비율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뜬공에 비해 땅볼을 많이 유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야구계에서 2년차 선수에 대한 클리셰는 종종 모순되곤 한다. ‘2년차 징크스’라는 말도 있는 한편, ‘첫해 적응을 마쳐서 더 강력해질 것이다’라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브리검은 본인이 후자에 해당함을 몸소 증명했다. 2선발급 투수라는 초기 기대치를 뛰어넘었음은 물론, 팀의 1선발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묵묵히 그 빈자리를 메꿨다. 올해 그는 투수 가운데 리그 1위의 이닝 소화, 리그 6위의 평균자책점, 리그 3위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의 성적을 남겼다. 싱커를 앞세워 많은 땅볼아웃을 유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삼진도 잡는 완성형 투수로 거듭난 것이 그 비결이다. 88년생으로 향후 몇 년간 비슷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마찬가지로 2년차에 더 강해진 이정후도, 국가대표 팀의 우완 에이스를 도맡은 최원태도 팀 내 MVP 자격이 있다. 그러나 돌아온 4번 타자 박병호를 MVP로 꼽지 않을 수 있을까? 작년 유격수 김하성이 4번을 맡을 정도로 아쉬웠던 우타 거포의 부재는 박병호의 복귀로 단숨에 해결되었다. 그는 불의의 부상으로 113경기 488타석만을 소화하는 데 그쳤는데, 이렇게 ‘한정된 기회’는 거꾸로 박병호의 무서움을 방증했다. 그가 기록한 장타율 0.718은 올해 1위이자 역대 6위에 해당한다. 그가 홈런을 때려내는 데는 평균 11.3타석만이 필요했는데, 이는 올해 1위이자 역대 5위의 기록이다. 플레이오프 5차전 9회 말 투아웃에 나온 극적인 동점 홈런은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기대할 선수 – 임병욱, 송성문, 김혜성, 안우진
넥센은 젊은 팀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것이 현재의 성적을 희생한 대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넥센의 젊은 선수들은 주전의 공백을 단지 “메꿨다”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14년 1차 지명을 받은 임병욱의 실력은 진작부터 1군급으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그가 이를 보여줄 만큼 건강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작년 임병욱은 3월에 팔꿈치 부상, 7월에 엄지손가락 부상을 겪으며 불과 21경기 출전에 그쳤다. 1군 등록일수 187일을 모두 채운 올 시즌, 그는 넥센의 확실한 중견수로 발돋움했다. 빠른 발과 일발 장타에 대한 증명이 끝난 그에게 남은 다음 과제는 타석에서의 참을성일 것이다.
서건창이 부상으로 오래 이탈하고 김민성이 타격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넥센의 내야진에는 위기가 찾아올 “뻔”했다. 김혜성과 송성문이 없었다면 말이다. 특유의 빠른 발을 앞세운 김혜성은 수비에서는 넓은 범위를 자랑했고, 누상에서는 기민한 주루로 상대를 어렵게 했다. 송성문은 78경기 238타석의 꾸준하지 않았던 출전 기회 속에서도 견고한 타격을 보여주었다. 2017년 2차 1라운드 출신인 김혜성은 ‘될성 부른 떡잎’의 무서움을, 2015년 2차 5라운드 출신인 송성문은 넥센 육성 시스템의 저력을 각각 증명했다.
안우진은 입단 전부터 웬만한 프로 선수보다 많은 뉴스를 몰고 다녔다. 이는 투수로서 높은 잠재력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 저지른 학교 폭력 전과가 더 큰 지분을 차지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내린 3년 자격 정지, 구단 자체에서 내린 50경기 출전 정지 처분만으로는 그 논란을 잠재우기에 부족했다. 그런 그가 가을야구에서는 다른 의미로 뉴스거리가 됐다.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과 140km를 넘나드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실력만은 진짜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올해 인성과 실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그가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실망스러웠던 선수 – 조상우, 초이스
넥센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냈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한 악재도 있었다. 조상우는 18경기 동안 5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보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사생활을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라도 쓸모없음을 증명했다(관련 칼럼 : 조상우·박동원 사건, 핵심 쟁점은?). 그가 있을 때도 두텁지 못했던 넥센의 불펜은 그가 이탈한 후 시즌 내내 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올 시즌 넥센의 구원투수들은 5.67의 평균자책점과 블론세이브 23회를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10개 팀의 구원투수진 가운데 가장 높았다.
8월 15일부터 경기를 뛴 샌즈는 넥센에 있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한국 생활 적응을 마친 그는 정규시즌에 12홈런 1.122 OPS, 포스트시즌에 3홈런 1.106 OPS를 기록하며 넥센의 가을야구에 앞장섰다. 혹시 넥센 팬들은 샌즈가 뛸 수 있도록 웨이버 공시를 당한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에게 감사라도 해야 것일까? 작년보다 기회를 약 두 배나 더 받았지만, 초이스의 홈런 개수에는 변함이 없었다. 작년에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받은 홈런 당 플라이볼 수치는 결국 운이었다. 전반적인 타격 성적이 실망스러웠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밝은 미래에도 변수는 있다.
넥센의 미래는 어느 팀과 견줘 봐도 희망적이다. 그러나 분명 다음 시즌을 앞두고 고민할 만한 몇 가지 포인트는 있다.
로저스의 대안으로 영입한 해커는 잔뼈가 굵은 외국인 투수답게 나름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계약 여부는 다른 문제다. 내년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팀으로서 노쇠화 경향이 있는 외국인 투수는 아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외국인 투수 계약이 당연하지만은 않다. 다음 시즌부터 영입되는 외국인 선수는 100만 달러 이하 규모의 계약만을 맺을 수 있다. 과연 넥센이 오프시즌에 어떤 선택을 내릴지 두고 볼 만하다.
16시즌이 끝난 후 장정석 당시 운영팀장은 파격적으로 감독에 선임됐다. 당시에 주목을 덜 받았지만 장정석은 기존에 초보 감독치고는 긴 3년이라는 기간을 보장받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19시즌은 바로 그의 계약 마지막 해다. ‘1번 타자’ 이정후가 왼쪽 어깨 수술로 시즌 초 결장이 불가피하고 ‘토종 에이스’ 최원태는 복귀 일정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올해 가을야구에 성공함으로써 내년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감독직을 수행함에 있어 부담스러운 시즌을 맞아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리고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 변수는 구단 경영과 연관이 있다.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장석 현 구단주는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구단은 신속하게 키움 증권과 5년 간 총액 500억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발표하며 구단 운영이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다. 그러나 이장석 구단주에 대한 처분을 공식적으로 내리기도 전에 이를 발표한 것을 두고 KBO측에서 반발하면서 스토브리그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구단 경영에는 물음표가 생겼다.
적지 않은 변수가 쌓여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즌 내내 팀 안팎으로 온갖 역경을 겪은 ‘원 팀’ 넥센은 그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란 믿음이다. 굳은 멘탈을 갖춘 동시에 젊기까지 한 팀만큼 무서운 팀이 또 있을까? 영웅들은 늘 그랬듯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헤쳐나갈 것이다.
야구공작소
박광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남통현, 김혜원
기록 출처: STATIZ
사진=넥센 히어로즈 구단 홈페이지, 인스타그램(@k_kristen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