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3위(77승 67패, 준PO 패)
[스포탈코리아] 11년, 긴 시간이다. 그동안 세 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다섯 명의 감독과 두 명의 감독 대행이 한화 이글스에 왔다. 20대 중반이던 4번 타자는 어느덧 불혹을 눈앞에 뒀다.
그렇지만 11년은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화는 과거의 명장들이 줄줄이 실패를 겪고 떠난 팀이었다. 백약이 무효했다. 수백억을 들여 영입한 FA 스타 군단도, 100만 불을 훌쩍 넘는 대형 외국인 선수도 독수리의 날개를 펴지 못했다. 야수진은 노쇠했고 투수진은 혹사로 지쳤다.
보란 듯이 구단도 투자를 멈췄다. 스토브 리그에 들려오는 소식은 영입이 아닌 방출이었다. 대형 FA 영입은 고사하고 내부 FA 계약도 쉽지 않았다. 안영명과 박정진이 각각 12억과 7억 5천에 계약했다. 4년 전 70억을 받고 대전에 온 정근우는 지루한 협상 끝에 2+1년 동안 27억을 받는 조건으로 남았다. 그동안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불리던 한화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도 줄었다. 2016년엔 에스밀 로저스(190만 불)와 윌린 로사리오(120만 불), 2017년에는 알렉시 오간도(180만 불),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 불)를 영입했던 한화는 2018년에 완전히 기조를 바꿨다. 최저 연봉(계약금 포함 57만 5천 불)인 제이슨 휠러를 포함해 총액 197만 5천 불만으로 외국인 선수 명단을 채웠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지도자로 돌아왔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은 초보 감독이자 과거 실패한 코치였다. 우승 청부사 감독도, 성공신화를 연이어 쓴 스타 타격코치나 외국인 코치도 없었다. 한화의 2018년은 지난 11년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그 누구도 한화의 기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거짓말 같은 기적을 이뤄내는 과정이 순탄할 순 없었다. 3월 25일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노리던 한화 벤치는 8회에만 4명의 투수를 올렸다. 당시 한화 마운드를 단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고 한화 마운드엔 이른바 ‘계산이 서는 선수’가 없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은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토종 선발들은 더 불안했다. 지난 3년간 한화를 이끌었던 권혁과 송창식, 박정진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타선도 최악이었다. 정근우, 이성열, 김태균 등 베테랑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했고 하주석, 최재훈은 수비만 남은 반쪽 선수로 전락했다. 한화는 송광민과 제라드 호잉의 분투 속에서 한 경기 한 경기를 근근이 버텼다.
팀은 흔들렸지만 벤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키버스 샘슨-휠러-김재영-김민우-윤규진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많은 실점을 기록해도 꾸역꾸역 5이닝-100구를 채울 때까지 버텼다. 수비가 불안했던 정근우 대신 정은원과 강경학에게 2루를 맡겼다. 자리를 잃은 정근우는 1루수로 밀려났다. 다른 팀의 화려한 신인엔 미치지 못해도 어린 선수들이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린 백업 선수들은 한화의 리빌딩 성과를 체감시켰다.
리빌딩으로 끝날 것 같았던 시즌은 마운드가 변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부진으로 서산행을 통보받았던 이태양과 안영명이 구속을 끌어올리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송은범이 마침내 새 구종 장착에 성공하면서 한화는 순식간에 리그 최강의 필승조를 완성했다. 여기에 평균자책점 0에 도전했던 사이드암 서균과 우완 강속구 투수 박상원, 체인지업을 장착한 장민재가 합류하면서 한화 불펜의 양과 질은 독보적인 수준으로 바뀌었다.
불펜진이 완성되자 승리 공식도 재편됐다. 경기 초반에 지고 있더라도 불펜으로 버티며 역전하는 패턴으로 차곡차곡 승리를 만들어냈다. 타선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경기 후반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 불펜들을 공략했다. 불펜은 이겨야 할 경기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다. 5월 월간 승률 1위, 월간 MVP(정우람)를 차지할 정도로 한화는 뜨겁게 질주했다.
위기가 올 때면 새 얼굴들도 함께 나타났다. 주전 2루수 정근우가 수비 불안과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신인 정은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조상우에게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하고 안정적인 수비력까지 자랑하며 기대를 높였다. 정은원이 흔들리자 이번엔 서산에서 막 올라온 강경학이 폭발적인 타격으로 팀 공격력을 메꿨다. 기복 있는 중심 타자들이 돌아가며 해결사 역할을 한 덕에 한화는 최하위권의 팀 타격으로도 순위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봄부터 2위 쟁탈전을 벌이며 일찌감치 가을야구 자리를 예약했지만, 순위싸움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봄부터 계속된 SK와 2위 싸움은 물론 빠르게 치고 올라온 넥센과 추격전을 벌였다. 마침내 3위 자리가 걸린 시즌 최종전, 한화는 NC에게 승리하면서 자력으로 3위를 확정했다. 11년의 암흑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최고의 선수 - 제라드 호잉
2018시즌 한화의 공격력은 역대 최악 수준이었다. 김태균은 부상과 부진에 허덕였고 이용규는 장타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장타자의 자리인 좌익수는 시즌 내내 무주공산이었다. 그나마 송광민과 이성열이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낮은 출루율과 높은 삼진율 때문에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순위 싸움을 이끈 선수가 새로운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이었다. 물음표투성이었던 한화의 전반기 속에서 호잉은 전임자 로사리오가 떠난 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정확도 낮은 타격을 한다던 평가와 달리 호잉은 장점인 장타력은 물론 3할 타율 이상을 유지했다. 전반기 중심 타자들의 부진과 공백을 홀로 채워냈다고 해도 무방하다(전반기 타율 0.326 OPS 0.990 21홈런 75타점).
그러나 호잉의 진가는 기록만이 아니다. 공·수·주의 다재다능함과 클러치 능력이다. 그는 개막전 첫 타석부터 번트안타와 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자랑하며 한화 타자론 10년 만에 20-20을 달성했다. 2008년 클락 이후 처음이다. 수비력도 남달랐다. 보살 개수는 9개로 공동 3위였지만 시즌 초부터 강한 어깨를 자랑하면서 상대 주자들을 누상에 묶었다. 두산전 9회 2아웃 동점 홈런 등을 비롯해 중요한 상황마다 인상 깊은 활약도 선보였다. 성실함과 팬 서비스, 어린 선수들과의 소통 등 그라운드 밖 모습 역시 팬들의 사랑과 구단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후반기 부진의 원인만 해결한다면 내년에도 호잉을 한국 무대에서 보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름 이후 부쩍 체력 문제를 호소한 호잉은 9월과 10월 각각 OPS 0.789와 0.405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안타 생산은 물론 특유의 장타력마저 사라진 배경에 체력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142경기 590타석을 쉼 없이 치고 달리며 시즌 동안 체중 10kg을 잃어버린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면 내년엔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발전한 선수 - 박상원
리빌딩을 표방한 2018시즌, 한화는 여러 신인 선수를 1군 무대에 올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 기회를 받은 박주홍, 데뷔전 홈런과 안정적인 수비를 뽐낸 정은원, 백업 포수로 장타력을 증명한 지성준 등이 베테랑들의 주전 자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그 중 군계일학은 단연 우완 강속구 투수 박상원이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7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지명된 박상원은 이미 지난 시즌 팬들에게 인상을 남긴 투수였다. 강속구와 비야누에바에게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배우는 모습이 호평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장차 1군 불펜의 한 축이 될 것이라 언급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8시즌의 성적은 그 기대치보다도 더 훌륭했다. 올해 박상원은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44경기 이상 출전한 구원투수 중 1위다. 1군급 신인 투수 정도가 아닌 리그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FIP 3.62나 잔루처리율 84%에서 알 수 있듯 박상원의 평균자책점은 다른 구원 투수들의 호투라는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압도적인 한화 구원진의 양과 질 덕분에 박상원은 불바다가 된 다른 팀의 불펜진과 달리 온실 속에서 성장을 만끽할 수 있었다.
2018년의 행운이 내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박상원의 성장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150km의 강속구와 140km에 육박하는 포크볼, 비야누에바에게 배운 슬라이더의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박상원은 충분히 정우람의 후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적은 이어질 것인가
한화의 2018시즌은 결과도 내용도 기적에 가깝다. 대형 외부 영입이나 거물 외국인 선수 없이 반전을 이뤄냈다. 내용을 들여다봐도 그렇다. 시즌 729득점 761실점이었음에도 5할을 훌쩍 넘는 승률을 시즌 내내 유지했다. 긍정적 변수들이 모두 성공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압도적인 강팀은 아니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팀이 2018시즌 한화인 셈이다.
기적적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 나아갈 것인지가 한화의 새로운 과제다. 3위 전력에 대형 FA를 보강해 우승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노쇠화를 벗어나기 위해 리빌딩 작업을 이어갈 것인가. 2018시즌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대형 야수 세 명에 집중한 건 한화가 여전히 리빌딩을 이어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과연 한화는 지나간 11년을 다시 반복하지 않고 기적을 현실로 바꿔나갈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차승윤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조예은
기록 출처: STATIZ
[스포탈코리아] 11년, 긴 시간이다. 그동안 세 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다섯 명의 감독과 두 명의 감독 대행이 한화 이글스에 왔다. 20대 중반이던 4번 타자는 어느덧 불혹을 눈앞에 뒀다.
그렇지만 11년은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화는 과거의 명장들이 줄줄이 실패를 겪고 떠난 팀이었다. 백약이 무효했다. 수백억을 들여 영입한 FA 스타 군단도, 100만 불을 훌쩍 넘는 대형 외국인 선수도 독수리의 날개를 펴지 못했다. 야수진은 노쇠했고 투수진은 혹사로 지쳤다.
보란 듯이 구단도 투자를 멈췄다. 스토브 리그에 들려오는 소식은 영입이 아닌 방출이었다. 대형 FA 영입은 고사하고 내부 FA 계약도 쉽지 않았다. 안영명과 박정진이 각각 12억과 7억 5천에 계약했다. 4년 전 70억을 받고 대전에 온 정근우는 지루한 협상 끝에 2+1년 동안 27억을 받는 조건으로 남았다. 그동안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불리던 한화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도 줄었다. 2016년엔 에스밀 로저스(190만 불)와 윌린 로사리오(120만 불), 2017년에는 알렉시 오간도(180만 불),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50만 불)를 영입했던 한화는 2018년에 완전히 기조를 바꿨다. 최저 연봉(계약금 포함 57만 5천 불)인 제이슨 휠러를 포함해 총액 197만 5천 불만으로 외국인 선수 명단을 채웠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지도자로 돌아왔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은 초보 감독이자 과거 실패한 코치였다. 우승 청부사 감독도, 성공신화를 연이어 쓴 스타 타격코치나 외국인 코치도 없었다. 한화의 2018년은 지난 11년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 그 누구도 한화의 기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거짓말 같은 기적을 이뤄내는 과정이 순탄할 순 없었다. 3월 25일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노리던 한화 벤치는 8회에만 4명의 투수를 올렸다. 당시 한화 마운드를 단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고 한화 마운드엔 이른바 ‘계산이 서는 선수’가 없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은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토종 선발들은 더 불안했다. 지난 3년간 한화를 이끌었던 권혁과 송창식, 박정진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타선도 최악이었다. 정근우, 이성열, 김태균 등 베테랑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했고 하주석, 최재훈은 수비만 남은 반쪽 선수로 전락했다. 한화는 송광민과 제라드 호잉의 분투 속에서 한 경기 한 경기를 근근이 버텼다.
팀은 흔들렸지만 벤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키버스 샘슨-휠러-김재영-김민우-윤규진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많은 실점을 기록해도 꾸역꾸역 5이닝-100구를 채울 때까지 버텼다. 수비가 불안했던 정근우 대신 정은원과 강경학에게 2루를 맡겼다. 자리를 잃은 정근우는 1루수로 밀려났다. 다른 팀의 화려한 신인엔 미치지 못해도 어린 선수들이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린 백업 선수들은 한화의 리빌딩 성과를 체감시켰다.
리빌딩으로 끝날 것 같았던 시즌은 마운드가 변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부진으로 서산행을 통보받았던 이태양과 안영명이 구속을 끌어올리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송은범이 마침내 새 구종 장착에 성공하면서 한화는 순식간에 리그 최강의 필승조를 완성했다. 여기에 평균자책점 0에 도전했던 사이드암 서균과 우완 강속구 투수 박상원, 체인지업을 장착한 장민재가 합류하면서 한화 불펜의 양과 질은 독보적인 수준으로 바뀌었다.
불펜진이 완성되자 승리 공식도 재편됐다. 경기 초반에 지고 있더라도 불펜으로 버티며 역전하는 패턴으로 차곡차곡 승리를 만들어냈다. 타선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경기 후반부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 불펜들을 공략했다. 불펜은 이겨야 할 경기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다. 5월 월간 승률 1위, 월간 MVP(정우람)를 차지할 정도로 한화는 뜨겁게 질주했다.
위기가 올 때면 새 얼굴들도 함께 나타났다. 주전 2루수 정근우가 수비 불안과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신인 정은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조상우에게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하고 안정적인 수비력까지 자랑하며 기대를 높였다. 정은원이 흔들리자 이번엔 서산에서 막 올라온 강경학이 폭발적인 타격으로 팀 공격력을 메꿨다. 기복 있는 중심 타자들이 돌아가며 해결사 역할을 한 덕에 한화는 최하위권의 팀 타격으로도 순위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봄부터 2위 쟁탈전을 벌이며 일찌감치 가을야구 자리를 예약했지만, 순위싸움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봄부터 계속된 SK와 2위 싸움은 물론 빠르게 치고 올라온 넥센과 추격전을 벌였다. 마침내 3위 자리가 걸린 시즌 최종전, 한화는 NC에게 승리하면서 자력으로 3위를 확정했다. 11년의 암흑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최고의 선수 - 제라드 호잉
2018시즌 한화의 공격력은 역대 최악 수준이었다. 김태균은 부상과 부진에 허덕였고 이용규는 장타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장타자의 자리인 좌익수는 시즌 내내 무주공산이었다. 그나마 송광민과 이성열이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낮은 출루율과 높은 삼진율 때문에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순위 싸움을 이끈 선수가 새로운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이었다. 물음표투성이었던 한화의 전반기 속에서 호잉은 전임자 로사리오가 떠난 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정확도 낮은 타격을 한다던 평가와 달리 호잉은 장점인 장타력은 물론 3할 타율 이상을 유지했다. 전반기 중심 타자들의 부진과 공백을 홀로 채워냈다고 해도 무방하다(전반기 타율 0.326 OPS 0.990 21홈런 75타점).
그러나 호잉의 진가는 기록만이 아니다. 공·수·주의 다재다능함과 클러치 능력이다. 그는 개막전 첫 타석부터 번트안타와 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자랑하며 한화 타자론 10년 만에 20-20을 달성했다. 2008년 클락 이후 처음이다. 수비력도 남달랐다. 보살 개수는 9개로 공동 3위였지만 시즌 초부터 강한 어깨를 자랑하면서 상대 주자들을 누상에 묶었다. 두산전 9회 2아웃 동점 홈런 등을 비롯해 중요한 상황마다 인상 깊은 활약도 선보였다. 성실함과 팬 서비스, 어린 선수들과의 소통 등 그라운드 밖 모습 역시 팬들의 사랑과 구단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후반기 부진의 원인만 해결한다면 내년에도 호잉을 한국 무대에서 보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름 이후 부쩍 체력 문제를 호소한 호잉은 9월과 10월 각각 OPS 0.789와 0.405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안타 생산은 물론 특유의 장타력마저 사라진 배경에 체력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142경기 590타석을 쉼 없이 치고 달리며 시즌 동안 체중 10kg을 잃어버린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면 내년엔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발전한 선수 - 박상원
리빌딩을 표방한 2018시즌, 한화는 여러 신인 선수를 1군 무대에 올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 기회를 받은 박주홍, 데뷔전 홈런과 안정적인 수비를 뽐낸 정은원, 백업 포수로 장타력을 증명한 지성준 등이 베테랑들의 주전 자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그 중 군계일학은 단연 우완 강속구 투수 박상원이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7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로 지명된 박상원은 이미 지난 시즌 팬들에게 인상을 남긴 투수였다. 강속구와 비야누에바에게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배우는 모습이 호평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장차 1군 불펜의 한 축이 될 것이라 언급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8시즌의 성적은 그 기대치보다도 더 훌륭했다. 올해 박상원은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44경기 이상 출전한 구원투수 중 1위다. 1군급 신인 투수 정도가 아닌 리그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FIP 3.62나 잔루처리율 84%에서 알 수 있듯 박상원의 평균자책점은 다른 구원 투수들의 호투라는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압도적인 한화 구원진의 양과 질 덕분에 박상원은 불바다가 된 다른 팀의 불펜진과 달리 온실 속에서 성장을 만끽할 수 있었다.
2018년의 행운이 내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박상원의 성장은 충분히 고무적이다. 150km의 강속구와 140km에 육박하는 포크볼, 비야누에바에게 배운 슬라이더의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박상원은 충분히 정우람의 후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적은 이어질 것인가
한화의 2018시즌은 결과도 내용도 기적에 가깝다. 대형 외부 영입이나 거물 외국인 선수 없이 반전을 이뤄냈다. 내용을 들여다봐도 그렇다. 시즌 729득점 761실점이었음에도 5할을 훌쩍 넘는 승률을 시즌 내내 유지했다. 긍정적 변수들이 모두 성공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압도적인 강팀은 아니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팀이 2018시즌 한화인 셈이다.
기적적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 나아갈 것인지가 한화의 새로운 과제다. 3위 전력에 대형 FA를 보강해 우승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노쇠화를 벗어나기 위해 리빌딩 작업을 이어갈 것인가. 2018시즌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대형 야수 세 명에 집중한 건 한화가 여전히 리빌딩을 이어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과연 한화는 지나간 11년을 다시 반복하지 않고 기적을 현실로 바꿔나갈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차승윤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조예은
기록 출처: 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