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서 특별했던 유승안 감독의 11년
입력 : 2019.07.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산] 김현세 인턴기자= “아쉽지. 11년인데….”

10일 서산구장. 해단 절차를 밟는 경찰 야구단과 한화 이글스 2군의 마지막 공식 경기가 취소됐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가 좀체 잦아들지 않은 까닭이다. 경찰 야구단은 마지막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작별인사를 고할 수밖에 없었다.

유승안 감독은 이내 시원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유 감독은 “마지막 경기는 누구나 슬픈 것 아니겠나”라면서 “그래도 스포츠는 스포츠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경찰 야구단의 지난 14년 역사 가운데 11년을 감독으로 지냈다. 그중 잊을 수 없는 순간도 분명 있었을 터. 그는 11년 세월을 천천히 되짚었다.

유 감독은 “부임 첫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면서 “첫 경기를 상무와 치렀는데, 그때까지 상무와 전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상무를 이기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된다’고 생각했고, 일부러 원정을 갔다. 그때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면서 사기가 많이 올랐다”라고 회상했다.

그날을 시작으로 11년 동안 수많은 제자가 그를 거쳐 갔다. 유 감독은 “누구 하나 눈에 밟히지 않는 선수 없지만, 경찰 야구단 출신은 어디서도 잘할 것”이라고 선수단을 치켜세웠다.

그동안 숱한 스타 플레이어가 거쳐 간 만큼 유 감독이 느끼는 감회도 남달랐다. 그는 “몇 년 전에 한국시리즈를 보는데 두산 베어스 선수 중 상당수가 경찰 야구단 출신이더라”라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유 감독 혼자 해낸 일이 아니다. 코치진, 매니저, 선수단 등이 똘똘 뭉쳤고, 또 경찰 야구단을 수년간 응원해온 팬들까지 있기에 가능했다. 유 감독은 “우리 팬들은 충성도가 아주 높다. 경찰 야구단에 살고, 경찰 야구단에 죽는 팬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다수의 팬이 서산구장을 찾았다. 그중 한 경찰 야구단 팬은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사람이 항상 적었다. 그래서 ‘기죽지 말라’는 생각으로 응원해왔다”라면서 “앞으로는 감독님을 비롯해 경찰 야구단 선수들 모두 향후 행보를 응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야구단은 내달 12일 11기 선수들의 전역과 함께 완전히 해단하게 된다. 유 감독도 “해설을 해보고 싶다. 야구 관련 일이라면 뭐든 할 생각”이라고 한 만큼 새로운 삶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곧 뿔뿔이 흩어지겠지만, 유 감독의 11년은 함께라서 참 특별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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