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타오르다…권혁 1185일 만의 SV에 담긴 의미
입력 : 2019.09.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기자= 불꽃이 타올랐다. 유독 활활 타올랐다. 모두 하나둘씩 지쳐 녹초가 돼버릴 때라서 더욱 그랬다.

권혁(35, 두산 베어스)은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9회 1사 1루, 마운드에 오른 권혁은 첫 타자 이학주와 만났다. 8회 김재호가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승기를 잡았다고는 해도 언제고 뒤집힐 수 있는 2점 차다. 더구나 상대는 ‘3안타’ 이학주. 쉬운 승부일 리 없었다.

권혁은 시속 140㎞ 중반대 속구를 좌타자 기준 바깥쪽에 꽂았다. 꽉 찬 공 두 개가 연속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숨을 골랐다. 승부는 2S·2B까지 갔고, 6구째 던진 속구를 이학주가 쳤다. 권혁은 투수 정면 타구를 동물적 감각으로 잡고서는 채 귀루 못 한 1루 주자 윌리엄슨까지 병살로 잡았다.

권혁은 야수진과 승리를 자축하면서 옅은 미소를 띠었다. 지난 2016년 6월 2일, 한화 이글스 시절 대전 SK와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린 지 1,185일 만에 잡은 마지막 아웃 카운트다. 전문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역사가 길지는 않았어도 그 시절 강렬했던 기억을 떠올릴 만했다. 또, 현시점에서는 큰 의미도 있다. 두산 불펜 과부하를 해소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31일은 마무리 이형범의 휴식일이었다. 이형범은 보직을 완전히 바꾸고서는 난공불락이었는데, 30일 수원 kt와 경기에서 2안타, 1볼넷을 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할 만큼 최근 흐름이 좋지 않았다. 권혁의 호투가 달가울 수밖에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오늘 형범이가 쉬는 날이라 걱정했는데, 명준, 혁이가 잘 마무리해줬다”고 칭찬했다.

선참으로서 버팀목이 된 것이다. 앞서 김 감독은 kt와 경기 때 불펜 소모를 두고 “필승조가 연투를 한 터라 최대한 아끼고 싶었다”고 걱정을 비쳤다. 게다가 허리 역할에 충실하던 김승회마저 부상으로 빠진 터라 있는 자원으로만 살림하자니 벅차기도 했다. 그러니 최근 3경기 연속 홀드와 세이브까지 챙긴 권혁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권혁은 올 시즌 45경기에 나와 29.1이닝을 던지면서 2승 2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60,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16으로 제 몫을 다한다. 덩달아 두산 불펜도 중심이 선다. 올 시즌 두산 불펜이 부상과 피로 누적에 신음해도 구원 평균자책점 3.50(2위)으로 탄탄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얗게 타버린 줄만 알았던 불꽃이 잠실에서 다시 타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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