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홈런타자’ 박병호, 잠자리채 없이도 전설 잇는다
입력 : 2019.09.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기자= 잠자리채. ‘국민 타자’ 이승엽이 홈런 열풍을 몰고 왔을 때 외야 관중석에 즐비했던 물건이다. 그런 상징적 물건이 없더라도 전설은 계속된다. ‘국민 거포’ 박병호가 전설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박병호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6연 연속 30홈런 금자탑을 쌓았다. 2-0으로 앞선 8회 2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윤명준의 4구 시속 132㎞ 슬라이더를 통타, 우월 2점 홈런을 쳤다. 그는 “볼카운트가 0S·3B 상황이었고, 직구보다는 변화구를 노렸다. 타이밍이 잘 맞아서 좋은 타구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 2년을 빼놓고는 KBO 리그에서는 2012년부터 세운 이정표다. 박병호는 종전 이승엽이 세운 7시즌 연속 30홈런(1997~2003)에도 한 시즌 차로 다가섰다. 그는 “이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다만, 사실 올 시즌 ‘30홈런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해봤는데, 이렇게 치고 나니 후련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홈런 부문에서 가장 먼저 30홈런 고지를 밟은 이도 박병호다. 2위 제리 샌즈와도 3개 차다. 올 시즌 장타 기근 원인 가운데 하나로 조정된 공인구 반발계수를 꼽기도 하는데, 박병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를 만들고 있다. 이대로 홈런왕에 등극한다면 2012년부터 4시즌 연속 타이틀을 획득한 데 이어 통산 5번째인데, 이승엽(97·99·01·02·03)과도 타이기록이다.

시즌이 저물 때쯤 되니 박병호는 볼 만한 홈런쇼를 연일 선보인다. 지난달 27일 청주 한화와 경기는 무려 4개 아치를 그렸다. 2014년 9월 4일 목동 NC와 경기 때 첫 4홈런 경기를 치른 지 1,818일 만에 나온 개인 통산 두 번째 진기록이다. 최근 7경기에서 6홈런을 치고 있으니 몰아치기 대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구도 못 넘볼 것 같던 50홈런 고지도 두 번 올랐다. 지금껏 50홈런 타자로는 이승엽(99년 54개·03년 56개), 심정수(03년 53개), 박병호(14년 52개·15년 53개) 셋이 전부다. 그중 두 번이나 달성한 것은 이승엽과 박병호 둘뿐이다. 잠자리채를 든 관중은 없더라도 박병호 역시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같다. 박병호는 우리 시대 홈런타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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