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 사토’ 전철 밟은 日…한국 ‘약속의 8회’ 비결은 정신력? [U-18 월드컵]
입력 : 2019.09.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현세 기자= 일본이 또 한 번 실책으로 무너졌다. 하필이면 8회 그랬다. 한국은 ‘약속의 8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추가했다.

한국은 6일 부산 기장군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 일본과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5-4로 이겼다.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다. 먹구름 꼈던 결승 라운드 진출도 희망을 살렸다.

경기 전반 마운드 싸움이 접전이었다. 한국 선발 소형준은 6.2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고, 일본은 선발 사사키 로키가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는데도 니시 준야-이즈카 슈토-미야기 히로야가 7회까지는 0의 흐름을 이었다. 한국 타선은 내내 기회 살리는 데 애를 먹었다.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8회가 되자 테이블세터 이주형-김지찬이 연속 안타로 기회를 만들면서 물꼬를 텄다. 그런데 이기고 있던 일본이 되레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2사 2, 3루에서 남지민 땅볼 때 3루수 이시카와 다카야의 송구가 1루수 뒤로 빠지면서 동점 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한국은 9회 말 1사 1, 2루에서 김지찬 안타 때 2루 주자 강현우가 홈에서 잡히면서 끝내기 기회가 무산된 데다, 연장 10회 초 허윤동이 2점을 주면서 2-4가 됐는데도 결코 기죽지 않았다.

결국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이때도 일본 수비는 자멸했다. 10회 말 무사 1, 2루에서 박주홍이 보내기 번트를 댔는데, 투수 하야시 유키가 포구 과정에서 공을 더듬더니 악송구까지 범하면서 점수는 3-4가 됐다. 그러고는 장재영, 신준우가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동점, 박민이 1타점 희생플라이로 역전승의 방점을 찍었다.

8회 시작된 이야기는 10회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다시 한 번 ‘약속의 8회’ 역사책을 꾸몄다. 유독 8회 좋은 기억이 많은 한국은 대회 최종 결과와 별개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1, 2라운드 등 기분 좋은 징크스를 숱하게 만들어왔다.



그중 일본이 8회 실책으로 무너진 대표적 기억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강이다. 당시 7회까지 2-2로 팽팽히 맞서던 양상은 8회 완전히 뒤집혔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이 2점 홈런을 쳤고, 고영민의 높이 뜬 타구를 좌익수 G.G. 사토가 놓치면서 승리의 추가 기울었다. 한국은 8회에만 4점을 내면서 6-2로 이겼고, 결승행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도 비슷한 그림이다. 우연히도 8회를 기점으로 일본의 실책이 터지기 시작했고, 한국도 그때부터 탄력을 받았다. 이쯤 되니 과학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지난 7월 은퇴식을 가진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일본전은 실력 외 요소가 있다. 우리는 일본만 만나면 또 다른 힘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라이벌 역사가 긴 만큼 양국 선수단은 매번 남다른 정신력을 강조한다. 아무리 비과학적이고,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해도, 그라운드에서 몸소 뛴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력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이성열 감독도 정신력을 승리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만큼 양국 선수단은 반드시 서로를 꺾겠다는 마음이 컸을 터다. 그런데 그 높은 열망이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일본은 조급했고, 한국은 집중했다. 또다시 ‘약속의 8회’가 된 이유다.

사진=뉴스1,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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