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김태형 감독 ''이영하 나왔으면 155㎞ 찍었어'
입력 : 2019.10.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현세 기자= "(이)영하 나왔으면 시속 155㎞ 찍었을 거예요. 눈에 불을 켜고 있었으니…."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두산 베어스는 키움 히어로즈와 2019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1-9로 이겼다. 1점 차로 앞서다 9회 말 동점이 돼 연장 10회까지 승부했는데, 오재일이 결승 타점을 쳐 시리즈 4전 전승을 쓸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감독 부임 이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중 첫해이던 2015년과 이듬해인 2016년 2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이 3번째다. 통합 우승은 2016년에 이어 3년 만에 2번째로 달성했다.

경기가 끝나고 김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너무 좋다"며 웃었다.

다음은 김태형 감독과 일문일답

연장 10회 마운드 방문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던데.
▲그때 이용찬이 힘들어해 상황 보려고 올라가려는데 연장전은 못 오른다고 하더라. 배영수에게 "한 번은 던질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언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지 모르지 않나. 시리즈 앞두고 사실 지도자 제안도 했다. 내가 앞서 나가는 걸 수도 있다. 그래도 마지막에 좋은 그림이 생겼으면 했는데, 희한하게 맞아떨어졌다. 배영수가 공도 좋았고, 몸도 특별히 만들었다.

통합 우승은 3년 만이다.
▲시즌 말미에 역전 우승한 기운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게 아닌가 싶다.

언제가 가장 좋았나.
▲올해가 가장 좋다. 사실 오늘 시즌 때와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정규시즌에서 우승은 했어도 키움도 기세 좋게 올라와 만만치 않을 거로 봤다. 그런데 1, 2차전을 잡으면서 기운이 온 것 같다. 사실 첫해 우승할 때가 정말 좋더라.

키움은 어떤 상대였나.
▲젊은 선수들이 뛰는 걸 보면서 과감하고 잘 짜여진 팀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무너지는 법도 없다. 전부터 봐왔지만, 투타 모두 짜임새 있게 운영을 잘 한다. 전문성도 굉장히 빼어난 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주축 선수 이탈이 있었는데.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래도 그만큼 기존 선수들이 채워줬다. 그걸 아쉽다고 여기기만 하면 경기를 못 한다. 그래서 더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전력 누수에도 상위권 전력이 유지되는 비결이 있나.
▲그만큼 뭉쳤다. 선수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발전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영하가 미출장 선수로 된 배경을 '경기 끝나고 하겠다'고 했는데.
▲착오가 있었다. 하하. 이영하를 넣어야 했는데, 출근해 보니까 투수코치가 제외시켰더라. 이영하 본인은 출전 의지가 강했고, 불펜에 둬 상대를 압박하려고 했다. 아마 오늘 올렸으면 시속 155㎞는 던졌을 거다. 눈에 불을 켜고 있었으니….

내일부터 계획은.
▲계속 쉴 거다. 마무리 훈련을 안 가니 이천에서 젊은 선수들 파악 좀 하러 갈 계획이다. 이천은 추우니 직접 훈련을 돕기보다 조금 봐주는 거다. 주전들은 대표팀에 가고, 오재원은 미국 간다고 하면 말릴 거다.

구단주에게 한마디 한다면.
▲참 감사한 분들이다. 야구도 잘 알고 계실 정도로 사랑하신다.

주장 오재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기도 많이 못 뛰었을 텐데, 자기 걸 포기하면서 팀을 위해 주장 노릇 해달라고 하기가 참 미안했다. 올해 FA인데…. 처음에는 타격으로 고민이 많았을 거다. 그래도 벤치에서 주장으로서 역할이 컸다. 1년 동안 잘해줘 고맙다.

이영하 차 선물은….
▲그건…. 어쨌든 이영하는 이번 시리즈에서 공이 다소 높게 가거나 아쉬움도 남겼는데, 한층 성장했다. 긴장됐을 텐데 좋은 경험한 거로 생각한다.

정규시즌 때 '마음속 최우수선수(MVP)는 박세혁'이랬는데, 이번에는.
▲박세혁이다. 같은 포수 출신으로서 애정이 가고 같은 마음일 거로 생각한다. 사실 2차전에서 교체할 때 이영하가 점수를 주면 본인 탓으로 생각하니 빼주고 싶었다. 그러고는 다음 경기부터 잘하지 않았나. 팀 이끌기 쉽지 않았을 텐데…. MVP나 다름없다.

장정석 키움 감독이 '축하드린다고 전해달라. 잘 배웠다'고 하던데.
▲같은 감독끼리 뭘 배우나. 서로 추구하는 게 달라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나도 장 감독에게 배운 게 많다. 벤치에서 움직임이라든지, 차분함 같은 좋은 면을 배웠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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