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김유민 기자= 지난번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데뷔 첫 '좌타자 상대 한 경기 2피홈런'을 허용한 카를로스 로돈(33·뉴욕 양키스)이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선보이며 2승을 수확했다.
1회부터 타선의 2득점 지원을 받은 로돈은 상대 가브리엘 아리아스에게 2루타, 호세 라미레즈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추격의 1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어진 카를로스 산타나, 윌 윌슨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더 이상의 실점을 추가하지 않았다.
로돈은 2회 말 앙헬 마르티네스에게 안타, 오스틴 헤지스에게 볼넷을 내주며 또다시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타자 브라이언 로치오에게 파울팁 삼진, 스티븐 콴에게 좌익수 뜬공을 솎아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안정감을 찾은 로돈은 압도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3회 라미레즈에게 볼넷, 5회 콴에게 안타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7회까지 나머지 모든 이닝을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1회에 이어 2회 초에도 2점을 추가하며 로돈을 지원한 양키스 타선은 7회 초 오스틴 웰스의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는 9회까지 양 팀의 추가점 없이 흘러가 5-1 양키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시즌 전적 14승 10패로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는 클리블랜드를 손쉽게 잠재운 로돈이지만, 지난 14일 자신의 시즌 네 번째 등판이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은 마치 악몽과 같았다.
그날 경기 초반 타선의 3득점 지원을 받고 출발한 로돈은 4회 주자 없는 상황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에게 비거리 406피트(약 123.7m)짜리 추격포를 얻어맞았다. 메이저 30개 구장 중 오라클 파크를 제외한 모든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6회 다시 이정후를 만난 로돈은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며 유리하게 승부를 끌고 갔다. 양키스 배터리는 그날 타격감이 좋던 이정후를 완벽히 따돌리기 위해 아껴뒀던 커브를 결정구로 꺼내 들었다.
하지만 구종의 생소함도 이정후를 막을 순 없었다. 이정후는 기다렸다는 듯 높은 코스의 커브를 받아쳐 비거리 363피트(약 110.6m) 우중간 담장을 넘는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로돈의 11년 빅리그 커리어 중 좌타자를 상대로 한 경기 2개의 홈런을 허용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결국 로돈은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이정후의 '원맨쇼' 활약에 분위기를 완전히 뺏긴 양키스는 쫓아가는 점수를 하나도 뽑지 못한 채 그대로 패배했다. 심지어 당시 양키스 포수였던 J.C 에스카라는 경기 후 "이정후는 경기 내내 커브볼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싱커와 패스트볼로 그를 공략했고, 2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그가 잘 스윙했다"라며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다.


그날 이정후의 홈런 두 방이 로돈에게 큰 충격을 준 걸까. 로돈은 지난 19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6이닝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에 이어 이날 경기까지 총 13이닝 동안 단 1실점만을 내주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이정후에게 2홈런을 얻어맞고 5.48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어느새 3.50까지 끌어내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