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돌아온 KT 박경수, 최고령 PS 데뷔부터 첫 안타까지
입력 : 2020.1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오늘 경기 제 역할이요? 제 타석에서 기회가 오면 주저 없이 방망이를 돌릴 겁니다. 선두 타자로 나선다거나 하면, 상황에 맞게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나설 겁니다."

9일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를 앞두고 박경수(36, KT 위즈)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베테랑답지 않게 들뜬 기분을 나타냈지만, 경기에 들어서서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만 36세의 박경수가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003년 만 19세의 나이로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박경수는 올해, 만 36세가 되기 전까지 한 번도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LG는 박경수가 1군에 데뷔한 2003시즌부터 입대한 2012시즌까지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2년 한국 시리즈를 구리 숙소에서 지켜봤었는데 그땐 당연히 매년 갈 줄 알았다"라며 신인 시절을 떠올린 박경수는 "그때부터 시작될 줄은 몰랐다"라고 씁쓸히 웃었다.

박경수에게는 운도 따르지 않았다. 2013년 LG가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을 때 그는 공익 근무 중이었고, 소집 해제 후 복귀한 2014년에는 정규 시즌 끝 무렵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포스트시즌에는 나서지 못했다.

2015년 KT로 팀을 옮긴 이후에는 좀처럼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으나 올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또다시 햄스트링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10월 7일 햄스트링 부상 당시를 두고 박경수는 "그 순간 끝났다고 생각했다. 햄스트링 부상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다치는 순간 어느 정도인지 안다. 트레이너에게 부축을 받고 내려가면서 Grade 2 같다고 얘기했는데 검진 결과도 역시나였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박경수의 첫 포스트시즌을 위해 KT 구단 모두가 나섰다. 선수들은 박경수의 회복 기원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나섰고, 트레이닝 파트는 선수 본인보다 적극적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열의를 갖고 재활 프로그램을 짜줬다.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라며 웃어 보인 박경수는 "적극적으로 재활에 신경 써준 덕분에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등록될 수 있었고,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예정"이라고 KT 트레이닝 팀에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팀 동료들이 잘해줘서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회복 기원 패치 관해서) 구단에서 그렇게 신경 써줄 줄 몰랐는데 너무나 감사했다"고 덧붙이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만의 팀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박경수를 포스트시즌으로 보내고 싶다는 KT 선수단의 열망은 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경기 전 "아직 시작을 안 해서 그런지 실감은 안 난다"고 말했던 박경수는 2회 말 크리스 플렉센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면서 KBO리그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만 36세 7개월 9일, 데뷔 후 1,712경기 5,989타석 만이었다.

2회 첫 타석에서 무사 1루 상황을 맞이한 박경수는 공언한 대로 시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방망이를 휘둘러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다.

7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포스트시즌 첫 출루에 성공했다. 경기 내내 뛰어난 투구 내용을 보여주던 플렉센에게 눌려 있었지만, 끈질기게 걷어내고 골라내면서 볼넷을 만들었다.

만 36세 노장 박경수가 9회 보여준 모습은 어린 KT 선수단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포스트시즌 첫 안타에 성공했다. 이영하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3-유 간 깊숙한 타구를 만들어냈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집념의 내야 안타를 완성했다.

이후 후속타 불발로 경기는 그대로 KT의 2-3 패배로 끝났지만, KT는 보다 나은 분위기로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박경수가 9회 말 보여준 모습은 8회 말 유한준의 2타점 적시타와 함께 이강철 KT 감독이 바랐던 베테랑의 역할이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레 나왔다. 이강철 감독은 "KT다운 경기를 했다. 베테랑들이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고, 그로 인해 내일도 전력을 다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면서 패배에도 흡족한 심정을 나타냈다.

사진=KT 위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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