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KBO리그 시절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해 정상급 좌타자들의 천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브룩스 레일리(37)가 다시 메츠와 손을 잡고 빅리그 복귀를 노린다.
메이저리그(MLB) 이적 소식을 전하는 'MLB 트레이드루머스(MLBTR)'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포스트'의 조엘 셔먼을 인용해 "좌완 투수 레일리가 메츠와 계약에 합의했으며 신체검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레일리의 계약 기간은 1년이고 2026년 구단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레일리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5시즌(2015~2019)을 활약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그는 KBO리그 통산 48승 53패 평균자책점 4.13의 성적을 거두며 롯데의 좌완 에이스로 오랜 시간 활약했다.

2020년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로 컴백한 레일리는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지만, 4경기 평균자책점 9.00의 부진 끝에 그해 8월 양도 지명(DFA) 조처됐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다시 기회를 잡은 그는 17경기 1패 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하며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2021년 휴스턴에서 58경기 2승 3패 1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78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10개)를 기록한 레일리는 시즌 종료 후 2년 1,0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고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2년 60경기 1승 2패 25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2.68의 특급 성적을 거둔 레일리는 단숨에 리그 정상급 좌완 불펜으로 떠올랐다.

2022년 12월 트레이드로 메츠에 입성한 레일리는 2023년 66경기 1승 2패 2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과 25홀드라는 특급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시즌 초반 레일리는 부상 전까지 8경기서 1승 4홀드, 7이닝 무실점으로 순항했다. 그러나 4월 20일 LA 다저스전(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그대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30대 후반의 팔꿈치 수술을 받아 미래가 불투명했던 레일리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MLB 구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윌 새먼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SNS를 통해 "레일리가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한 스포츠 의학센터에서 최소 12개의 MLB 구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불펜 세션을 가졌다"라고 전했다.
전직 마이너리거이자 투수코치로 활동 중인 존 민콘에 따르면 레일리는 이날 체인지업, 스위퍼 등을 섞어가며 30구를 던졌다.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89~91마일(약 143.2~146.5km) 정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적인 쇼케이스를 치른 레일리는 다시 메츠와 손을 잡았다. 주치의 소견에 따르면 6월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소화할 예정인 레일리의 현실적인 복귀 시점은 후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은 천적 관계였던 이정후와 만남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좌승사자'로 불린 레일리는 수많은 KBO리그 좌타자를 공포에 떨게 했는데, 가장 호되게 당했던 선수 중 한 명이 이정후다.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0)에 빛나는 정교함을 자랑하는 이정후의 방망이도 레일리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두 선수의 통산 맞대결 성적은 15타수 무안타 1볼넷 1사구 6삼진으로 완전히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통산 2,504안타' 레전드 박용택은 레일리에게 약했던 이유에 대해 그의 투심 패스트볼은 우투수의 슬라이더보다 더 크게 몸쪽을 파고들며,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의 수평 무브먼트도 엄청났기 때문에 공략하기 어려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여기에 디셉션까지 좋은 레일리를 한 번 상대하고 나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욱 곤란했음을 털어놨다. 이정후도 비슷한 이유로 레일리에게 고전했으며, 아예 레일리가 등판하는 날 라인업에서 제외될 정도로 '공포증'을 겪었다.


지난해 이정후가 MLB 무대에 진출하면서 두 선수의 재회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레일리는 팔꿈치 수술, 이정후는 어깨 수술로 나란히 시즌 아웃돼 두 선수의 맞대결은 불발됐다.
레일리가 빠르게 실전 감각을 되찾고 후반기에 돌아온다면 이정후와 투타 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홈에서 메츠와 3연전을 치른다. 이어 8월 2일부터 4일까지는 원정 3연전서 맞붙는다. 해당 기간 메츠의 로스터에 레일리가 포함되어 있다면 감독이 이정후 타석에서 '천적'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샌프란시스코와 메츠가 시즌 초반 흐름을 이어가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가을야구 무대에서 또 한 번 맞붙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후와 레일리의 마지막 맞대결은 2018년으로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이정후는 KBO리그를 평정하고 더욱 업그레이드된 기량으로 미국 무대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레일리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예전의 기량을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과연 7년 만에 두 선수의 맞대결이 이뤄진다면 이정후는 '레일리 공포증'을 떨쳐낼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