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한 스승' 김태형 감독 밑에서 '우승 포수' 박세혁은 성장 중
입력 : 2020.11.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지난해 주전 포수로서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박세혁(30)이지만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의 눈에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는 포수였다.

올해 3위로 정규 시즌을 마친 두산은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 모두를 쓸어 담으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 놓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4연승을 포함하면 포스트시즌 8연승이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선수단의 풍부한 경험부터 라울 알칸타라 - 크리스 플렉센으로 이뤄진 강력한 외인 원투 펀치까지. 두산은 3위임에도 무시 못 할 우승 후보로 여겨졌다. 그런 두산에도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었고, 대상은 한창 리빌딩이 진행 중인 투수진이었다.

마무리로 보직 전환한 이영하,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박치국, 가능성을 보인 최원준, 이승진, 김민규 등 올해 가능성을 보인 투수들은 많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그 약점을 포수 박세혁의 리드로 메우려 했고, 자연스레 박세혁의 책임과 부담은 커졌다.

그런 박세혁에게 김태형 감독은 먼저 '신뢰'라는 당근을 내밀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이 본인이 하던 대로 하면 된다. 하던 대로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여주면서 "(큰 경기인 만큼) 되도록 안타를 안 맞고, 점수를 안 주려고 할 텐데 그러면 본인이 너무 힘들다. 거기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사인이 자신 있게 안 나올 수 있다"고 주문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알칸타라의 부진으로 어린 투수들이 연달아 마운드에 올랐고, 1점 차로 쫓기는 등 불안한 상황을 노출했다. 그렇지만 김태형 감독은 계획대로 투수를 운영했고, 그 계획에는 박세혁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었다. 어린 투수들이 계속해서 흔들렸지만, 김태형 감독은 "포수를 바꾼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박)세혁이가 경험이 제일 많으니 알아서 잘 리드해주리라 믿었다"고 얘기했다.

온전히 박세혁에게만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니었다. 투수 교체뿐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는 김태형 감독이 항상 마운드를 올랐고, 이러한 모습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 됐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김태형 감독의 마운드 방문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됐다

당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필요할 땐 채찍도 과감하게 들었다.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8회 말 유한준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중계화면에는 더그아웃에서 얘기를 나누는 김태형 감독과 박세혁의 모습이 잡혔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유한준을 상대로 이영하가 유리한 볼카운트(2스트라이크 0볼)를 끌고 갔지만, 3구째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린 실투가 된 것이 원인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김태형 감독은 "베테랑들은 볼카운트가 몰렸을 때 변화구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직전 공(스트라이크존 하단에 꽂힌 152km/h 패스트볼)도 좋았는데 왜 그걸 유인구로 안 썼는지 물어봤다. 좋은 소리는 안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요점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유인구를 던져봤자 볼카운트만 불리해지니 빠르게 승부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언을 받아들인 효과는 다음날 바로 나타났다. 2차전에서 박세혁은 공격적인 리드로 많은 범타를 양산했고, 5회 이후에는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 데뷔 9년 차지만 박세혁이 주전 포수로 올라선 것은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것은 어린 투수진뿐이 아니다. 올해 두산의 포스트시즌 관전 포인트 중에는 하루하루 성장하는 박세혁의 모습도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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