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예고한 KT 이강철 감독, 인생투 펼친 쿠에바스 앞에서 머쓱
입력 : 2020.11.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감독으로서의 가을 야구는 선수, 코치 시절과는 또 다르다. 지난 2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움직임이 한발 늦었었는데 이번엔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보려 한다"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이강철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스스로 바뀔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인생투를 펼치는 윌리엄 쿠에바스를 앞에 두고 머쓱하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12일 KT가 두산 베어스를 5-2로 물리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선 쿠에바스는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8회 오재원이 1점 홈런을 기록하긴 했지만, 쿠에바스의 호투를 가리기엔 부족했다.

쿠에바스의 호투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이강철 감독은 "(두산에 좋은 좌타자들이 즐비하지만) 쿠에바스는 좋은 체인지업을 갖고 있고, 한창 좋을 때는 커브와 슬라이더도 좋았다. 1차전에는 중간에 투입되다 보니 부담을 가졌던 것 같고, 오늘은 선발로 나가니 잘 던질 것"이라며 믿음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8이닝 1실점이란 결과는 이강철 감독에게도 의외였던 것 같다. 경기 후 만난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의 투구를 "인생투"라고 표현했다. 이어 "경기 초반 타자들이 득점 기회를 못 살렸지만 쿠에바스가 분위기를 잘 끊어줬다"고 덧붙였다.

KT 벤치에서 이날 마운드에 오른 것은 두 차례였다. 4회 쿠에바스의 실책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을 때와 마지막 이닝이었던 8회였다. 쿠에바스가 흔들릴 시 빠른 교체를 예고했던 만큼 두 번 모두 교체를 떠올리게 했으나 쿠에바스의 인생투는 이강철 감독의 결심도 꺾게 만들었다.

4회 마운드 방문에 대해서는 "흥분할까 싶어 한 타임 끊어주는 의미로 올라갔을 뿐"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은 이강철 감독은 8회 빅이닝으로 공·수 교대 시간이 길어졌음에도 "그렇게 잘 던지는데 어떻게 바꿀까. 이런 날은 오히려 뒤에 등판하는 투수가 긴장하기 마련이다. 오늘은 쿠에바스로 끝까지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좋은 구종과 구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본인의 고집으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간 것에 몇 차례 쓴소리를 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날 쿠에바스는 두 차례만 고개를 저었을 뿐 포수 장성우의 리드에 충실히 따랐다. 이에 이강철 감독 역시 "시즌 중에 강조했던 것이 그거다. (장)성우가 쿠에바스를 잘 이끌어준 것 같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쿠에바스의 인생투는 이강철 감독의 결심도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의 변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었다. 바로 터질 듯 터지지 않던 타선이었다. 지난 2경기에서 다른 타순을 들고 왔던 이강철 감독은 3차전에서도 조금은 변화를 줬다. "공격이 연결되는 쪽으로 최대한 이어지도록 구상해봤다"고 운을 띄운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들은 결국 해야 될 선수들이기 때문에 잘할 거라 생각하고 서로 띄어 놓았다"고 얘기했다.

결국 이강철 감독의 믿음은 8회 빅이닝으로 실현됐고, KT는 KT다운 공격 야구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베테랑 띄어 놓기 전략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번 타자로 나선 조용호는 5타수 3안타를 기록했고, 부진했던 강백호 역시 5번 타순에서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부진하긴 했지만, 5번 안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타석에서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은 뭔가 하려나 싶었고,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고마웠다"며 웃어 보였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성장하는 것은 어린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감독으로서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있는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사진=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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