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지난해 한국시리즈 4연승을 포함해 포스트시즌 8연승을 달리며 순항하던 두산 베어스가 KT 위즈에 쓰라린 첫 패를 당했다.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은 KT에 2-5로 패했다. 7회까지 실점 없이 잘 막아냈던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8회 흔들렸고, 도미노처럼 불펜 투수들이 무너졌다. 길었던 8회 초가 끝나고 점수는 0-5로 벌어졌지만, 8회 오재원의 홈런, 9회 김재환의 홈런이 있어 최악은 면할 수 있었다.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김재환의 방망이는 꽤 매서웠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7타수 1안타 2볼넷 4삼진으로 다소 아쉬웠던 김재환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3타수 6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
2차전 3안타 3타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끈 김재환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타격감이 살아난 비결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결과는 안 좋았지만, 감이 엄청 나쁘지 않았다"고 밝힌 김재환은 3볼 0스트라이크에서 적시타를 친 3회 초 상황을 두고 "자신이 있었고, 벤치에서도 사인이 났다. 믿어주신 만큼 과감하게 스윙했다"고 얘기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외국인 투수들이 좋은 공을 주진 않는다. 4번 타자인데 어느 상황이든 쳐야 된다"라며 김재환의 활약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3차전에서 중심 타선 중 유일하게 안타 및 홈런을 때려내며 체면치레한 김재환은 4차전에서 배제성을 상대한다. 김재환은 배제성을 상대로 통산 15타수 4안타를 기록했는데 장타는 지난해 때려낸 2루타가 한 번일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두산 타자 중 유일하게 삼진을 두 번이나 당했다.

이 시점에서 관심이 가는 선수들이 있다. 정규 시즌 배제성을 상대로 강했던 박건우는 그 중 하나다.
배제성을 강했던 두산 타자들은 꽤 되지만, 그 중에서도 박건우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정규 시즌에서는 장타를 보여줄 수 있는 팀의 중심 타자로서 활약했지만 유독 포스트시즌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의 모습은 박건우에게 기대한 많은 두산 팬들을 실망시켰다.
올해도 여전히 박건우는 아쉽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박건우는 9타수 2안타 1삼진을 기록 중이다. 이런 박건우를 두고 김태형 감독은 "확실히 타격감이 좋진 않다. 현재로선 9번 타순이 가장 적당하다. (박)건우가 큰 경기에서 부진한 거야 연례행사 같은 거라 괜찮다. 정 안되면 대타로 쓰면 된다"고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박건우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일은 없었다. 꾸준히 선발로 내보냈고 9번 타순에 배치해 부담을 줄여줬다. 훈련 때는 따로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3차전 경기 전 훈련에서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가 서두르는 것 같아서 그러지 말고, 타이밍을 뒤에다 놓고 치라고 했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 같아 그 부분을 조언해줬다"며 박건우와의 대화를 공개했다.
조언이 통했을까. 3차전에서 박건우는 두 번째 타석 만에 내야 깊숙한 안타를 기록했고, 호투를 보여준 쿠에바스를 상대로 안타를 기록한 3명의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쿠에바스의 변화구를 차분히 걷어내는 등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박건우는 오늘 상대할 배제성에게 통산 13타수 5안타(2루타 2개) 2타점을 기록하는 등 강했다. 자연스레 어떤 타순에서든 박건우는 오늘도 선발 라인업에 나올 확률이 높다.
KT의 이강철 감독은 오늘 경기를 난타전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 난타전이 된다면 박건우의 정규 시즌과 같은 모습은 두산에 꼭 필요하다.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