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6년 연속 KS 진출 이끈 선봉장, 촌스럽게 포효하던 '그' 플렉센
입력 : 2020.1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포효하며 마운드를 내려온 크리스 플렉센(26)을 두고 김재호(35)는 "촌스럽다"며 귀여워했다. 큰 경기를 많이 겪어보지 못한 플렉센 나름의 긴장 풀기에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것.

그랬던 플렉센이 일주일 뒤 플레이오프의 시작과 마무리를 책임지며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1등 공신이 됐다.

두산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KT 위즈에 2-0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SK 와이번스(2007년~2012년), 삼성 라이온스(2010년~2015년)에 이어 세 번째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3위에 올라선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만나는 것으로 가을 야구 여정을 시작했다. 1차전 선발은 올해 KBO 리그에 입성한 외인 플렉센이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였지만 플렉센은 6이닝 무실점,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6회를 마치고 포효하는 모습은 새로운 가을 사나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도 플렉센의 몫이었다. KT 타선은 7회까지 플렉센의 공에 속수무책이었고, 8회 플렉센의 투구 수가 100개가 넘어가고 나서야 첫 장타를 뽑아냈다. 구원 등판한 이영하의 블론으로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7.1이닝 2실점,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플렉센은 3이닝 세이브 확정 직후 박세혁을 격하게 끌어안는 '촌스러움'도 잊지 않았다

108개의 공을 던진 플렉센에게 다음 등판은 기껏해야 5차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4차전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플렉센의 투구 수 25개 이내의 짧은 투구를 예고했고, 7회 두산이 2-0으로 리드하는 상황에서 플렉센이 올라왔다.

3일 휴식 후 등판이었지만, 플렉센의 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평균 150km/h를 살짝 상회하는 패스트볼 일변도 투구에도 KT 타선은 속수무책이었다. 9회 조용호가 끈질기게 걷어냈으나 결과는 중견수 뜬 공이었고, 황재균을 삼진, 로하스를 내야 뜬 공으로 처리하며 플렉센은 또 한 번 포효했다. 투구 수는 당초 예상됐던 25개를 살짝 넘긴 30개였다.

이날 3이닝 세이브를 포함해 플레이오프 총 2경기 10.1이닝 2실점, 5피안타 2볼넷 13탈삼진,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한 플렉센은 자연스레 기자단 선정 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 따르면 선수와 감독 모두 끝까지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플렉센이 그대로 마무리했을 것"이라 얘기했고, 플렉센 역시 "마음 자체는 항상 끝낸다는 의지를 갖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제 두산은 3일의 휴식을 취한 뒤 17일, 같은 장소에서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앞선 두 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1차전에 나섰던 플렉센은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선발을 희망했다.

"(1차전 선발 문제는) 내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감독님과 코치진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선택을 존중한 플렉센은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오늘 투구 수가 많지 않아서 1차전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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