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우리도 올해 FA 상황을 의식하고 있고, 헤어지고 싶지 않다. 언제 또 이렇게 좋은 동료가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좋은 추억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 - 김재호
"이 멤버로 뛰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우리끼리 농담한다. 각자 말은 안 해도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 한다. 지금 멤버들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 오재원
지난 준플레이오프 도중 김재호(35)와 오재원(35)은 담담하게 자신의 속내와 선수단 내 끈끈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두산은 LG 트윈스와 KT 위즈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좋은 추억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였다.
올해 김재호, 오재일, 허경민, 최주환, 정수빈 등 두산의 주축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직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주전으로 올라선 시기가 비슷했던 탓에 주축 선수 7~8명이 동시다발적으로 FA가 되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모든 FA 선수들이 잔류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두산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전력으로 불릴 이 선수단도 이제 최대 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이 보여준 야구는 남달랐다. 5년의 경험이 쌓인 두산 선수단은 여유가 있었고, 공격·수비·주루 면에서 상대 팀들에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의 호투도 눈부셨지만, 플렉센 역시 안정적인 수비로 자신을 지탱한 야수진에 감사를 표했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투수들은 약점으로 지적받았지만, 형들을 믿고 자신 있게 공을 뿌렸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제외하면 두산은 평균 3득점으로 폭발력을 보이진 않았지만, 베테랑들이 적재적소에서 점수를 뽑아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오재원이 맹타를 휘둘렀고, 플레이오프에서는 김재환, 허경민, 최주환이 힘을 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두산 선수단
그렇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역사가 시작된 2015년과 비슷한 상황에서 조금은 친숙한 상대를 만난다. 2015년에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4위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와 2위 NC 다이노스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기적적인 업셋 우승을 달성하며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NC는 지난 5년간 두산에 가장 친숙한 상대 중 하나였다. 두산은 2015년, 2017년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모두 승리를 거뒀고,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4-0으로 완승했다. 그때의 한국시리즈 MVP는 양의지였다.
2018, 2019년에는 NC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지 못하면서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2016년 NC의 우승을 저지했던 양의지가 2018년 겨울, NC로 이적해 2년 만에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을 이끌면서 두산과 NC의 4년 만의 리턴 매치가 완성됐다.
하지만 2016의 NC와 지금의 NC는 꽤 다르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있었던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도 "지금 NC와 그때의 NC는 다른 팀, 다른 감독이라 전혀 다른 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NC는 1위 팀이고 우리는 도전하는 입장"이라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NC 타선의 짜임새가 좋다. 빠르고, 정교하고, 힘 있는 타자들이 고루 있다. 양의지가 가서 도움이 됐다고는 하지만, (정규 시즌 상대하면서) 굉장히 팀이 탄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NC는 4년 전 한국시리즈 0-4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가졌다. 그런 NC를 상대로 아름다운 이별이란 그에 못지않은 동기부여를 가진 두산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단계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도달한 두산이 NC마저 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이번 한국시리즈에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