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조연 김재호를 주연으로 만든 키워드 '욕심'
입력 : 2020.1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11번의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베테랑 김재호(35)에게 이제껏 포스트시즌 홈런이 없었던 이유는 '욕심이 없어서'였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에 5-4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1-1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팽팽하던 초반 분위기에 균열을 일으킨 것은 4회 초 터진 김재호의 뜬금포였다.

2-1로 두산이 앞선 4회 초, 김재호는 선두 타자로 들어섰고, NC의 선발 투수 구창모의 초구를 받아쳐 좌월 홈런(비거리 115M)을 만들어냈다. 프로 데뷔 17년 차, 포스트시즌 79경기 만에 나온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이날 타석에서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하고, 수비에선 두 번의 병살을 합작한 김재호에게 2차전 데일리 MVP와 '오늘의 깡' 부상(副賞)이 주어졌다. 포스트시즌 홈런도, 포스트시즌 데일리 MVP도 부상도 김재호에게는 모두 처음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재호는 "승리해서 정말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또, 처음 해본 것이 많아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포스트시즌과 같은 중요 경기에서 하위 타순에 주로 배치됐던 김재호는 매번 상위 타순에 흐름을 잇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이런 경기에서 주연이 되고 싶다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담담하게 과거를 떠올린 김재호는 "타순이 그런 만큼 연결하는 역할에만 치중했고, 스스로 조연이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큰 거(홈런)에는 욕심을 내본 적이 없었다. 잘 못 치기도 하고"라며 웃어 보였다.

포스트시즌 첫 홈런의 배경에는 주장 오재일의 요청이 있었다. 김재호는 "타석에 나서기 전 (오)재일이가 '형, 홈런 한 방 쳐주세요'라고 부탁했다"고 말하면서 "사실 나도 3회를 마치고 나서 흐름이 우리와 NC를 왔다 갔다 한다고 생각했고,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그러던 김재호는 이날 욕심을 냈다. 이날 두 팀은 경기 초반 점수를 주고받으며, 시소게임을 하고 있었다. 위기를 수비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의 눈에는 흐름을 가져올 한 방이 필요해 보였다.

한 방이 필요하다 느낀 시점에서 김재호는 선두 타자로 들어서게 됐다. 여기에는 주장 오재일의 부탁도 있었다. "(오)재일이가 '홈런 한 방 쳐주세요'라고 했다"고 뒷얘기를 밝힌 김재호는 "나 역시 흐름을 바꿔야 하는 한 방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욕심을 한 번 내봤고, 다행히 생각했던 공이 날아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환상적인 점프 캐치로 순식간에 이닝을 끝냈다

김재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회 말 수비에서는 머리 위로 날아오는 이명기의 타구를 낚아채고 곧바로 2루까지 달려온 박민우를 태그해 순식간에 병살을 만들어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임창민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흐름을 가져오기 위한 베테랑의 욕심은 본인뿐 아니라 팀 전체에 선순환을 가져왔고, 그렇게 두산은 반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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