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4년 전과 똑같이 포수 마스크를 쓴 양의지(33)는 투수의 공을 받았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날렸다. 내용은 같았으나 결과가 달랐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NC는 두산에 5-0 완승을 했다. NC의 선발 투수 구창모가 7이닝 무실점,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으로 호투했고 5차전 데일리 MVP 역시 구창모의 몫이었다.
하지만 정작 NC의 이동욱 감독과 데일리 MVP를 수상한 구창모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주 흘러나온 이름은 포수 양의지였다.
이동욱 감독은 "경기 전부터 투수전이 되리라 생각했다. 구창모가 초반 위기를 잘 넘기고 7이닝을 소화했다. 상대 투수인 플렉센도 좋은 투구를 보여줬는데 선취점이 컸고, 양의지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는 5차전 총평을 남겼다.
이날 첫 타석에서 초구 외야 뜬 공으로 물러난 양의지는 두 번째 타석 역시 초구를 노려 안타를 만들어냈다. 예열을 마친 양의지는 6회 플렉센의 잘 제구된 커브를 노려 중앙 담장을 크게 넘기는 2점 홈런을 쳐냈다. 플렉센을 탓할 수 없는, 양의지의 노림수가 통한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도망가는 점수가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한 양의지는 "(초구 공략에 대해서) 시즌 때도 플렉센에게 자신감이 있어 초구부터 자신 있게 휘둘렀다. (홈런 타석에서) 플렉센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져 변화구가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이 적중했다"며 확실한 노림수에 의해 만들어진 홈런임을 밝혔다.
양의지의 활약은 홈플레이트 뒤에서도 계속 됐다. 이날 선발 투수였던 구창모는 경기 초반 변화구 제구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4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플렉센과는 달랐다.
지난 한국시리즈 2차전도 초반 제구 난조로 3실점(2자책점)을 내주고, 경기도 내줬기 때문에 분명 위기였다. 그러나 구창모는 양의지의 공격적인 리드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7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이동욱 감독은 "2차전에 비해 제구를 잡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2회 위기를 넘기면서 자신의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다시 가져갔고, 그 자신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고 2차전과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빠른 공 위주로 던지면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간 부분들이 참 좋았다. 양의지가 그 부분에서 리드를 참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구창모 역시 "경기 초반, 긴장도 되고 제구가 많이 흔들렸는데 (양)의지 선배님이 좋은 볼 배합으로 범타를 유도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호투의 공을 양의지에게 돌렸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NC와 두산의 공통 분모이자 키 플레이어인 양의지로 인해 '양의지 시리즈'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5차전 경기 전까지 공격과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간간이 나오면서 별칭이 무안해 보였지만, 이동욱 감독은 "양의지 부진? 아무 말도 안 했다. 믿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양의지는 중요도가 남달랐던 5차전에서 맹활약하면서 믿음에 응답하고, 왜 자신이 KBO 리그 최고의 포수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4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NC를 상대 팀으로 만난 양의지는 뛰어난 포수 리드(팀 평균자책점 0.47)와 타격(16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타율 0.438)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자연스레 2016년 한국시리즈 MVP도 양의지의 몫이었다.
4년이 흐른 올해, 유니폼만 바꿔 입은 양의지는 비슷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5경기 18타수 7안타(1홈런) 3타점, 타율 0.389로 어느덧 본인의 타격 성적을 양 팀 전체 TOP 3까지 끌어올렸고, 팀 평균자책점은 2.05로 크게 내렸다. 두 번째 한국시리즈 MVP도 가능한 상황.
하지만 양의지는 결과는 다르게 내리려 한다. 이번에는 NC가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홈런까지 치면서 4년 전과 비슷해진 상황에 대해 "큰 의미 없다"고 말한 양의지는 "6차전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다 쏟아부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사진=NC 다이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