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인식 개선에 총대 맸던 리얼무토, 절반의 성공 거뒀다 [MLB 초점]
입력 : 2021.0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1년 전 J.T.리얼무토(29,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자신의 에이전트 제프 배리와 함께 '포수의 가치 재평가'를 연봉 조정 신청 이유로 내세워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마이너리그 시절 포수로 뛴 적 있는 배리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선수의 권익, 특히 포수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는 에이전트로 유명하다. 2011년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충돌 사건 당시 적극적으로 나서 홈 충돌 방지 규칙을 개정한 것은 배리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리얼무토와 배리는 "포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천편일률적인 구식"이라 칭하면서 "포수의 가치 평가와 FA 시장은 다른 야수들과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수가 저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가 리얼무토와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비교였다. 브라이언트는 2016년 컵스를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고의 선수였지만, 2018년부터 하락세를 겪었다.

리얼무토가 마지막 연봉 조정을 신청했던 2020년 초를 기준으로 2년의 활약만 높고 본다면, 리얼무토는 브라이언트보다 뛰어난 가치를 지닌 선수였다.

2018, 2019년 브라이언트가 기록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5.6 bWAR, 7.2 fWAR이었고, 리얼무토가 기록한 WAR은 9.0 bWAR, 10.6 fWAR이었다.

*bWAR -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 / fWAR - 팬그래프 기준 WAR

하지만 받는 연봉은 성적과 괴리가 컸다. 리얼무토가 연봉 조정 3년 차가 돼서야 어렵게 도달한 1,000만 달러를 브라이언트는 연봉 조정 첫해에 가볍게 받아냈다(1,085만 달러). 이후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브라이언트의 연봉은 같은 3년 차에 1,86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연유로 FA 자격을 갖춘 올해 리얼무토는 "본인뿐 아니라 다른 포수들의 자존심을 위해 고액의 장기계약을 맺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리얼무토의 계획은 초장부터 어그러졌다. 함께 대형 FA 선수로 불린 조지 스프링어, 트레버 바우어와 비교해도 소식의 빈도는 차이가 확연했다.

리얼무토의 몸값을 높일 유력 후보였던 뉴욕 메츠, LA 에인절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은 좀 더 저렴한 몸값의 포수들을 잡는 것으로 만족했다.

조 마우어는 11년 전 역대 포수 최고 계약을 따냈다

사실상 리얼무토에 진지하게 접근한 팀은 원소속팀 필라델피아만이 남았고, 27일(한국 시간) MLB 네트워크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필라델피아가 리얼무토와 5년 1억 1,55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금액은 목표액이었던 2억 달러보다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며, 2010년 조 마우어(미네소타 트윈스)가 체결한 포수 계약 최고 기록인 8년 1억 8,400만 달러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리얼무토의 도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 19라는 야구 외적인 불안 요소에도 포수의 평균 연봉을 높이고, 포수 FA 계약 1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리얼무토의 연봉 2,310만 달러는 기존의 포수 역대 최고 연봉인 마우어의 2,300만 달러를 10만 달러 차이로 경신했다.

또한, 리얼무토가 받아낸 1억 1,550만 달러는 기존의 포수 FA 계약 최고 기록이었던 브라이언 맥캔의 5년 8,500만 달러보다 36% 더 많은 금액이다. 리얼무토 이전에 1억 달러가 넘는 포수 계약은 모두 FA가 아닌 원소속팀과의 연장 계약이었다.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기자는 "2010년 마우어는 연 2,300만 달러를 받았고, 11년 후 리얼무토는 연 2,310만 달러를 받았다. 또한, 당시 마우어는 지금의 리얼무토보다 2살 어렸고, 8년 계약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2010년 마우어의 8년 계약은 만 27세 시즌부터 만 35세 시즌까지 커버했고, 이번 리얼무토의 5년 계약은 만 30세 시즌부터 만 35세 시즌을 커버하는 것으로 사실상 비슷한 수준의 계약이라는 평가다.

이어 "당시 마우어는 MVP를 수상했고, FA를 1년 앞둔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19는 장기 계약을 맺는 데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요점을 짚었다.

분명 리얼무토의 이번 계약은 목표했던 바를 모두 이루지 못한 아쉬운 계약이었다. 그러나 만 30세 시즌을 맞이하는 비 MVP 출신 포수가 1억 달러의 FA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소득은 충분히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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