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겨우내 잠잠하던 추신수(38, FA)와 관련된 소식이 스프링캠프를 얼마 앞둔 시점에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2월 4일(이하 한국 시간)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기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후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마윈 곤잘레스, 브래드 밀러, 추신수 등과 얘기를 나눴다"는 소식을 전했다.
2020시즌을 끝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7년 계약을 마무리한 추신수는 두 번째 FA 시장에 나왔지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은퇴를 고려하거나 KBO 리그로 돌아올 법도 하지만, 추신수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계약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 38세로 선수 생활 황혼기를 지나는 중인 추신수는 지난해 주루 도중 오른손 부상을 당해 60경기 중 33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3년간 지명타자로 분류된 점과 좌완 투수를 상대로 아쉬운 점도 인기가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최근 내셔널리그의 지명타자 제도 도입이 거부된 것은 추신수 영입을 검토할 팀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미에서 악재였다. 그런 악재 속에 헤이먼이 전해온 소식의 출처는 내셔널리그팀 필라델피아였다.
여러 후보 중 하나로 언급된 것뿐이지만, 내셔널리그팀의 관심을 받았다는 것은 여전히 추신수의 외야 수비를 나쁘지 않게 봤다는 뜻이어서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추신수가 뛸 수 있는 코너 외야수 자리에는 앤드류 맥커친(34), 브라이스 하퍼(28)라는 확실한 주전 선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로만 퀸(27), 애덤 헤슬리(24), 미키 모니악(22) 등 어린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 안에서 추신수가 경쟁력을 갖는 부분이라면, 우완 투수를 상대로 뛰어난 점과 필라델피아에 경쟁력 있는 좌타자가 부족한 점이다.
현재 필라델피아의 주전 선수 중 좌타자는 우익수 하퍼와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31)뿐이다. 각각 공격과 수비의 핵심인 두 선수가 매 경기 나온다고 생각할 때 필라델피아가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서 믿고 맡길 주전급 좌타자는 사실상 없다.
어린 선수들은 많지만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라델피아의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스위치히터인 퀸은 지난 5년간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통산 타율 0.235로 낙제점을 받았다. 2016년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번으로 주목을 받았던 미키 모니악도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마이너리그에서의 4년간 OPS 0.800을 넘지 못했고, 지난해 간신히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타율 0.214에 그쳤다.
그중 가장 나은 것은 2019년 데뷔한 헤슬리로 2년간 통산 타율 0.269로 콘택트에서 가능성이 있지만, 장타율 4할을 넘기가 힘들어 기대치가 크지 않다.
반면, 지난 4년간 추신수는 평균 18개의 홈런을 쳤고, 타율 0.262 출루율 0.366 장타율 0.435 OPS 0.801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우완 투수를 상대로도 여전히 뛰어났다.
지난 4년간 추신수는 62홈런 타율 0.270 출루율 0.376 장타율 0.473 OPS 0.849를 기록했다. 추신수의 OPS 0.849는 같은 기간 우완 투수를 상대한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중 59번째 기록이며, 주전인 맥커친의 같은 기간 OPS 0.770보다 크게 앞선다.
지난해는 2016년 이후 최악의 시즌이었지만, 우완 투수를 상대해서는 OPS 0.781로 여전히 나쁘지 않았다. 후보 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적이며, 필라델피아는 후보 외야수가 모두 좌타자임에도 추신수의 이러한 기록에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의 많은 나이도 필라델피아의 최근 행보를 본다면 크게 걸림돌은 아니다.
필라델피아는 2019년 하퍼를 FA로 영입한 뒤 초지일관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성적은 지구 4위, 3위로 실망스러웠고, 부진한 성적은 계속해서 큰돈을 쓰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난 겨울 잭 휠러, 그레고리우스를 영입했고, 올해는 J.T.리얼무토를 잔류시켰다. 2년 전 하퍼에게 13년 3억 3,000만 달러를 안겨줬던 필라델피아는 휠러(5년 1억 1,800만 달러), 그레고리우스(2년 2,800만 달러), 리얼무토(5년 1억 1,550만 달러) 세 선수 영입에 하퍼 영입에 버금가는 금액을 지출했다.
뒤가 없는 필라델피아는 유망주들의 성장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확실한 성적을 내줄 후보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추신수는 2020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시즌이 부상으로 얼룩진 60경기 시즌이 되지 않길 바랐다. 추신수의 바람대로 새로운 팀을 찾아 정상적인 환경에서 아름다운 마무리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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