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초점] 역주행하는 MLB 사무국, 소통의 시대에 SNS 담당 대량 해고
입력 : 2021.02.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의 가장 큰 목표는 어린 야구팬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앞으로 메이저리그 구단 소식을 전하던 SNS 게시물이 무미건조해질지도 모르겠다.

지난 14일(한국 시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IGC(In-Game Coordinator, 이하 IGC)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그와 관련된 인원을 모두 정리해고했다.

IGC 프로그램은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도하에 구단별 담당자(이하 코디네이터)를 둬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려는 계획이었다. 메이저리그의 흐름과 최근 유행을 모두 섭렵한 코디네이터들은 매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 여러 SNS로 자신들만의 재치 있는 콘텐츠를 팬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전하는 짧은 영상을 통해 메이저리그 팬들은 경기를 보지 않아도 오늘 경기가 어땠는지, 최근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SNS에 민감한 젊은 팬들에게도 이들의 콘텐츠는 친숙하게 다가왔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자신들이 원했던 세계화와 젊은 팬 확보 면에서도 큰 효과를 봤다.

2015년 14개 구단의 SNS만 관리했던 사무국은 점차 수를 늘려 지난해에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탬파베이 레이스를 제외한 28개 구단에 코디네이터를 두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실감한 듯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창궐하면서 IGC 프로그램은 더욱 중요해졌다. 코로나 19로 인해 팬들은 구장을 찾지 못했고, 되려 바깥출입을 삼가야 했다. 자연스레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이 늘었고, 각 구단 SNS는 집 안에 있는 팬들과 소통할 유일한 창구였다.

마이애미 말린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같은 팀들은 재밌는 SNS 덕분에 젊은 팬들이 많이 늘어난 대표적인 팀 중 하나였다.

오클랜드를 담당했던 콜튼 데닝씨는 지난해 아쉽게 쓰지 못했던 콘텐츠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2021년 스프링캠프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코디네이터들은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고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컨텐츠를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됐다. 아무런 낌새도 없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IGC 프로그램 폐기를 결정했고,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수십 명의 코디네이터에겐 그저 "It's Over(끝났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살아남은 코디네이터들은 구단에서 직접 관리하던 사람들과 구단에서 직접 승계하기로 한 일부뿐이었다. 토론토 SNS 담당자 리차드 리-샘씨가 매일같이 한국 메이저리그팬들에게 전해주던 에이스 류현진의 소식도 이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다.

한편, IGC 프로그램 폐기에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최소한 12명의 MLB.COM 소속 영상 담당 프로듀서들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프로듀서들이 마지막으로 맡은 일은 메이저리그가 얼마나 지역 사회와 야구장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는지를 알리는 영상을 편집하는 일이었다.

프로듀서들 중 하나였던 에리카 블록씨는 "마지막 작업을 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위선적으로 보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사업을 근시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키워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가장 적은 임금을 절감하려는 욕망과 대척점에 있었다"며 쓴소리를 가했다.

2015년 1월 시작된 만프레드 커미셔너 체제하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 팬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시간 단축도 기존의 야구 룰 파괴도 전부 야구에 지루함을 느끼는 젊은 팬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앞선 시도들은 기존 팬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정작 젊은 팬들로부터 반응이 좋았던, 코로나 19 시대에 더욱 필요한 영상팀과 SNS팀을 비용 절감을 이유로 내쫓았다. 시대에 역주행하는 메이저리그, 이대로 괜찮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콜튼 데닝 공식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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