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계양] 김동윤 기자=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내내 파이팅이 넘쳤던 박현주(19, 흥국생명)는 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야 비로소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과의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세트 전적 3-0(25-12, 25-14, 25-18)으로 승리했다. 이제 흥국생명은 24일 1위 GS 칼텍스와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을 치른다.
이날 경기 전·후 취재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흥국생명의 신예 박현주였다. 지난 플레이오프 2차전 4세트 25-25 듀스 상황에서 브루나 모라이스를 대신해 원포인트 서버로 나섰던 박현주는 치명적인 서브 범실로 팀의 패배에 일조했다. 범실 직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던 박현주는 결국 패배 직후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이를 지켜본 팬들은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던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3차전 경기 전 박미희 감독은 "그날 (박)현주가 많이 울어서 괜찮다고 해줬다. 그 일은 (박)현주의 잘못이 아니다. 평소 마음이 강한 아이였기 때문에 맡겼다. 하지만 아직 어린 선수기도 하다는 점을 내가 잊었다"며 감쌌다. 3차전 경기 직후 우는 박현주를 따뜻한 포옹으로 감싼 것도 박미희 감독이었다.
3차전을 승리로 이끈 김연경도 어린 선수의 실수가 너무 부각되지 않길 바랐다. 김연경은 "(박)현주가 2차전 끝나고 많이 괴로워했다. 개인적으로도 '자기 때문에 진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사실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경기였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그 상황은 누가 들어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 선수를 탓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이 완벽한 경기력으로 챔피언 결정전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박현주의 실수는 오히려 흥국생명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박현주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욱 똘똘 뭉쳤고, 그렇게 어린 흥국생명은 또 한 번 성장했다.
박미희 감독은 박현주도 이번 기회를 통해 성장할 수 있길 바랐다. 박미희 감독은 "2차전 상황에 대해 (박)현주에게 미안하지만 후회는 없다. 후회를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또 그런 상황이 와도 난 (박)현주를 내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현주한테는 그보다 압박감 있는 경기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도 들어가면 또 치라고 했다. 이번 경험이 (박)현주의 성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단단해진 박현주를 기대했다.
팀의 리더 김연경도 어린 선수단의 성장에 기대를 걸었다. 김연경은 "경기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하고 뿌듯하다. 그래서 나도 좀 더 파이팅을 불어넣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잘하려고 한다"며 흐뭇해했다.
이어 "솔직히 GS 칼텍스와의 챔피언 결정전이 기대된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팬들에게 얼마나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한국배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