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흔히 투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종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갈수록 메이저리그의 평균 구속은 빨라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패스트볼 하나로 살아남는 투수는 드물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아롤디스 채프먼(33, 뉴욕 양키스)도, 최고의 마무리로 떠오른 조쉬 헤이더(27, 밀워키 브루어스)도 직구 비율이 70%를 넘진 않는다. 슬라이더든 커브든 상대의 순간 선택을 방해할 보조 구종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 그러한 상식에 도전장을 내민 베테랑 투수가 있다. 지난해 정규 시즌 직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방출된 뒤 바로 LA 다저스에 합류해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된 베테랑 좌완 불펜 제이크 맥기(34)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겨울 FA 자격을 갖춘 맥기는 올해 2년 7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15일(한국 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6세이브로 메이저리그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가 됐다.
8경기를 치른 현재 맥기의 성적은 7.1이닝 1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평균자책점 0.00으로 매 경기 삼진을 잡아내며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맥기가 8경기에서 던진 공 99개 중 포심 패스트볼이 91개(전체 91.9%)에 달한다는 것.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방출된 만 33세의 베테랑 맥기에게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것은 극단적인 포심 패스트볼 비율이었다.
2010년 데뷔한 맥기는 탬파베이에서의 6년간 297경기에 나와 21승 11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한 준수한 불펜 투수였다.
순탄하던 커리어의 첫 번째 변곡점은 2016년 1월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된 것이었다. 콜로라도 첫해, 맥기는 57경기 평균자책점 4.7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에는 62경기 평균자책점 3.61, 9이닝당 삼진이 9.1개에 달하는 등 쿠어스필드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면서 팀의 신뢰를 받았다.
콜로라도는 2017년 겨울 FA 자격을 갖춘 맥기에게 3+1년 2,7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안겨줬지만, 이 믿음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다. 재계약 이후 맥기는 2년간 106경기 평균자책점 5.54로 크게 무너졌다.
맥기가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스트볼 구위가 강점인 맥기와 패스트볼 구위를 100% 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쿠어스필드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해발 1,580m의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공기의 밀도가 낮다. 그 때문에 공 회전수에 많은 영향을 주고, 타구는 더 멀리 날아간다. 그래서 흔히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맥기는 콜로라도 코치진과 전략적인 구종 선택으로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콜로라도는 맥기의 남은 계약 기간 1년을 포기하고, 2020년 시즌 직전 방출한다.
바닥을 쳤으면 올라갈 때도 있는 법. 맥기의 인생에 두 번째 변곡점이 된 것은 LA 다저스 이적이었다. 콜로라도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의 다저스는 방출된 맥기를 곧장 데려왔다.
그리고 맥기에게 '클린 푸에고(Clean Fuego)'라는 훈련용 야구공을 손에 쥐여주면서 맥기에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자신 있어 하는 패스트볼을 마음껏 던지라는 것. 그동안 다양한 구종을 배울 것을 요구하던 다른 구단과는 정반대였다.
다저스는 맥기에게 릴리스 포인트를 더 높게 하면서 공을 놓는 순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길 바랐다. 투구 매커니즘을 수정하면서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자주 공략해 묵직한 구위를 100% 활용하길 바랐다.
그러자 3할이 넘던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2할 밑으로 크게 떨어졌고, 삼진도 곧잘 잡아내기 시작했다. 또한, 다저스는 맥기를 우타자 상대로 주로 투입하는 등 적절하게 기용하면서 필승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한 맥기는 다저스에서 24경기 3승 1패 4홀드, 20.1이닝 33탈삼진,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고, 9이닝당 삼진은 14.61개로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덤이었다.
올해 맥기를 데려온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와의 인터뷰에서 맥기의 방식을 존중했다. 리빌딩을 진행하면서 신인 투수의 구종 습득, 베테랑 투수의 투구 매커니즘 교정을 진행 중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례적이다.
극단적인 패스트볼 위주의 볼 배합에 대해 자이디 사장은 "여러 구종을 가진 투수를 보유하는 것이 경기 운영에 더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며 먼저 세간의 인식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고의 구종이 한 가지에 불과하고, 그 구종에만 크게 의존하는 투수가 있다. 그러나 투수가 그 구종으로 주어진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면, 왜 최고의 무기를 망쳐가면서까지 다른 구종을 던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으로 맥기는 샌프란시스코의 마무리로서 2년간 활약할 예정이다. 포심 패스트볼 하나로 맞서기에 그가 자주 만날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는 다소 가혹한 환경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있고,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을 가진 콜로라도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있다. 맥기가 자신의 방식으로 2년을 버텨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클린 푸에고 공식 SNS 캡처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아롤디스 채프먼(33, 뉴욕 양키스)도, 최고의 마무리로 떠오른 조쉬 헤이더(27, 밀워키 브루어스)도 직구 비율이 70%를 넘진 않는다. 슬라이더든 커브든 상대의 순간 선택을 방해할 보조 구종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 그러한 상식에 도전장을 내민 베테랑 투수가 있다. 지난해 정규 시즌 직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방출된 뒤 바로 LA 다저스에 합류해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된 베테랑 좌완 불펜 제이크 맥기(34)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겨울 FA 자격을 갖춘 맥기는 올해 2년 7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15일(한국 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6세이브로 메이저리그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가 됐다.
8경기를 치른 현재 맥기의 성적은 7.1이닝 1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평균자책점 0.00으로 매 경기 삼진을 잡아내며 완벽한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놀라운 것은 맥기가 8경기에서 던진 공 99개 중 포심 패스트볼이 91개(전체 91.9%)에 달한다는 것.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 방출된 만 33세의 베테랑 맥기에게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것은 극단적인 포심 패스트볼 비율이었다.
2010년 데뷔한 맥기는 탬파베이에서의 6년간 297경기에 나와 21승 11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한 준수한 불펜 투수였다.
순탄하던 커리어의 첫 번째 변곡점은 2016년 1월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된 것이었다. 콜로라도 첫해, 맥기는 57경기 평균자책점 4.7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에는 62경기 평균자책점 3.61, 9이닝당 삼진이 9.1개에 달하는 등 쿠어스필드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면서 팀의 신뢰를 받았다.
콜로라도는 2017년 겨울 FA 자격을 갖춘 맥기에게 3+1년 2,7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안겨줬지만, 이 믿음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다. 재계약 이후 맥기는 2년간 106경기 평균자책점 5.54로 크게 무너졌다.
맥기가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스트볼 구위가 강점인 맥기와 패스트볼 구위를 100% 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쿠어스필드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해발 1,580m의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공기의 밀도가 낮다. 그 때문에 공 회전수에 많은 영향을 주고, 타구는 더 멀리 날아간다. 그래서 흔히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맥기는 콜로라도 코치진과 전략적인 구종 선택으로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콜로라도는 맥기의 남은 계약 기간 1년을 포기하고, 2020년 시즌 직전 방출한다.
바닥을 쳤으면 올라갈 때도 있는 법. 맥기의 인생에 두 번째 변곡점이 된 것은 LA 다저스 이적이었다. 콜로라도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의 다저스는 방출된 맥기를 곧장 데려왔다.
그리고 맥기에게 '클린 푸에고(Clean Fuego)'라는 훈련용 야구공을 손에 쥐여주면서 맥기에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자신 있어 하는 패스트볼을 마음껏 던지라는 것. 그동안 다양한 구종을 배울 것을 요구하던 다른 구단과는 정반대였다.
다저스는 맥기에게 릴리스 포인트를 더 높게 하면서 공을 놓는 순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길 바랐다. 투구 매커니즘을 수정하면서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자주 공략해 묵직한 구위를 100% 활용하길 바랐다.
그러자 3할이 넘던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2할 밑으로 크게 떨어졌고, 삼진도 곧잘 잡아내기 시작했다. 또한, 다저스는 맥기를 우타자 상대로 주로 투입하는 등 적절하게 기용하면서 필승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한 맥기는 다저스에서 24경기 3승 1패 4홀드, 20.1이닝 33탈삼진,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고, 9이닝당 삼진은 14.61개로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덤이었다.
올해 맥기를 데려온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와의 인터뷰에서 맥기의 방식을 존중했다. 리빌딩을 진행하면서 신인 투수의 구종 습득, 베테랑 투수의 투구 매커니즘 교정을 진행 중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례적이다.
극단적인 패스트볼 위주의 볼 배합에 대해 자이디 사장은 "여러 구종을 가진 투수를 보유하는 것이 경기 운영에 더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며 먼저 세간의 인식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고의 구종이 한 가지에 불과하고, 그 구종에만 크게 의존하는 투수가 있다. 그러나 투수가 그 구종으로 주어진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면, 왜 최고의 무기를 망쳐가면서까지 다른 구종을 던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으로 맥기는 샌프란시스코의 마무리로서 2년간 활약할 예정이다. 포심 패스트볼 하나로 맞서기에 그가 자주 만날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는 다소 가혹한 환경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있고,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을 가진 콜로라도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있다. 맥기가 자신의 방식으로 2년을 버텨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클린 푸에고 공식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