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흥국생명의 선수 등록 포기로 코트 복귀가 사실상 무산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기다렸다는 듯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인터뷰가 이재영, 이다영을 향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과거 한 연예인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 “칼은 들었지만 찌르지는 않았다”다.

이재영, 이다영은 지난 2월 학교 폭력 가해자로 드러난 뒤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했다. 그리고 4개월 뒤 흥국생명은 두 선수의 선수 등록을 추진했으나 격렬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고 마감일인 지난달 30일 박춘원 구단주 명의 입장문을 통해 사과와 등록 포기를 밝혔다.

이재영, 이다영은 지난 1일 자로 자유계약 신분이 됐다. 어느 팀으로든 갈 수 있다. 하지만 두 선수를 영입할 국내 팀은 없다. V-리그 모 팀의 관계자는 “과연 어느 팀이 두 선수를 데려가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두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오히려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적어도 새 시즌에 두 선수를 데려갈 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다른 배구계 관계자도 “두 선수가 당분간 국내에서 새 팀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사실 두 선수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면 악화된 여론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 폭력이 드러났을 당시에 게재했던 사과문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폭로자를 상대로는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선수 등록 포기 이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는 “구단에서 사과문을 써야 한다고 요구했고 문구도 다 정해줬다”며 어떤 대응도 하지 말고 구단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비록 흥국생명이 선수 등록 논란을 일으키며 비난을 받았지만, 학교 폭력 폭로가 드러났을 당시의 대응은 적절했다.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 대한 자체 징계를 내렸다. 두 선수의 말대로 구단이 사과문을 시켰더라도 흥국생명으로서는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적절하게 움직였다. 또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두 선수가 스스로 대응하지 않도록 지시한 것도 옳은 처사였다. 사과문을 지운 두 선수가 과연 구단의 지시가 없었다면 스스로 사과문을 게재했을 지 궁금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이 피해자로 인식하는 점이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보여진 두 선수의 모습은 과연 현 상황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것은 이다영이 “(폭로자가) 칼을 대고 목에 찔렀다는 것은 전혀 없던 부분이다. 그것(칼)을 들고 욕 한 것 뿐이다”라고 했다.

자신들은 칼을 들고만 있었기에 잘못이 없다는 황당한 변명이다. 흉기인 칼을 들고 상대를 위협하는 행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이 발언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학교 폭력을 했는지 드러났다.

이재영, 이다영으로서도 할 말이 분명 있다. 그래서 인터뷰에 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인터뷰가 자신들의 현재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자숙하고 반성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두 선수는 과연 무엇을 얻은 것일까?

사진=한국배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