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리빙 레전드’ 김연경(33, 상하이 유베스트)의 국가대표 은퇴 발표가 나온 뒤 대한민국배구협회 홈페이지에는 두 장의 사과문이 연달아 게재됐다.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이 귀국 후 가진 인터뷰 중에 발생한 ‘감사 강요 논란’이다.

2020 도쿄 올림픽 배구 여자 4강에 오른 대표팀은 지난 9일 저녁 귀국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김연경의 약식 인터뷰가 진행됐다. 당시 진행을 맡은 유애자 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연경에게 “대표팀 포상금 액수가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고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 인사 전해달라”는 등의 질문을 하면서 답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2일이 지난 뒤 유애자 부위원장은 “사려 깊지 못한 진행을 하려 심려 끼쳐드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직책을 사퇴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중하겠다”는 사과문과 함께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협회 오한남 회장도 “사회자가 포상금과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메시지에 관한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한 무례한 표현이 있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상태였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부각하거나 어떠한 정치적인 목적을 지닌 것이 아니었음을 정중히 말씀드린다"면서 “평소 김연경 선수와 친분이 두터운 사회자가 배구 선배로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발생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오한남 회장의 사과, 유애자 부위원장의 사퇴로 논란은 일단락이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시 한번 홍보 및 대외 업무와 관련해서 전문 인력이 없는 협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현재 협회 조직도에서 홍보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사무처에는 경기/생활체육부, 국제부, 총무부가 있다. 배구대표팀과 관련한 홍보 자료는 국제부에서 배포하고 있다. 한 배구 관계자는 “대표팀이 국제 경기가 있으니 국제부에서 이를 맡고 있는데 홍보부가 없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분과위원회로 홍보분과위원회가 있지만, 이들이 홍보 전문가는 아니다. 이들도 배구인들이다.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논란을 야기했던 유애자 부위원장도 1980~90년대 대표팀 등 선수 생활을 한 선수 출신이다. 방송 활동은 했지만, 실질적인 홍보 업무에서는 비전문가다.

그렇다 보니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적이지 않은 인물이 행사를 진행하고, 전문 인력이 없으니 행사를 하더라도 엉성하게 진행됐다.

이번 일로 협회 조직의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향후에도 비슷한 일은 벌어질 수 있다. 협회는 단순히 진행자의 실수로 넘길 것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