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KBO리그 '현역 최연소 사령탑' 이범호(43) 감독이 부임 첫해 정규리그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서 0-2로 졌다. 하지만 같은 날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4-8로 패하면서 매직넘버가 소멸,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됐다.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끈 이범호 감독은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이상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취임 첫 해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하며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KIA가 단일리그 기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은 7번째(해태 포함)다. 마지막 우승은 지난 2017년이었다. 당시 KIA의 베테랑 선수로 활약하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이범호 감독은 7년 만에 감독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사실 이범호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는 것은 예상보다 많이 빨랐다. 2020년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2021년 2군 총괄코치, 2022년과 2023년 1군 타격코치를 맡았던 이범호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올해 1월 KIA는 김종국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 새 감독을 찾아야 했다. KIA 구단은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수습할 적임자로 이범호 감독을 택했다. 스프링캠프 도중 지휘봉을 잡은 이범호 감독은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감독으로서 맡겨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범호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도 '초보'답지 않게 자신감이 넘쳤다. 다른 팀 감독들이 우승 도전 시기를 3년, 2년이라고 하자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에 (우승)하도록 하겠다"라며 당찬 목표를 내걸었다.
유일한 80년대생 '초짜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이범호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수단 분위기를 빠르게 바꿔놨다. 선수들과 허물 없이 소통하는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마냥 '형님 리더십'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단호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양현종 백허그' 사건(?)이다. 앞서 6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4-1로 앞선 경기를 15-15 무승부로 마치는 뼈아픈 경험을 한 이범호 감독은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5회 흔들리던 양현종을 승리투수 요건에서 아웃카운트 1개 남겨두고 마운드에서 내렸다.
당시 정재훈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양현종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강판 이후에도 좀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에이스' 양현종에게 다가가 뒤에서 그를 껴안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자신을 믿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던 양현종은 감독의 진심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처럼 단호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은 시즌 내내 힘겨운 싸움을 벌인 KIA 선수단을 하나로 모아 '우승'이라는 목표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선발투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팀 평균자책점 1위(4.39)로 마운드가 버텨줬고, 팀 타율(0.301)은 유일하게 3할대를 기록하며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특히 LG 트윈스(13승 3패), 삼성 라이온즈(10승 4패) 등 KIA의 선두 질주를 위협하던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지 않은 것이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한 팀의 역대 우승 확률은 84.4%(32회 중 27회)에 달하며, KIA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지난 11번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7년 전 선수로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의 순간을 함께했던 이범호 감독은 팀의 12번째 한국시리즈에서 사령탑으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OSEN, 뉴스1, 뉴시스, KBSN스포츠·티빙 중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