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한국 야구 최고의 황금 세대로 꼽히는 1982년생 선수들 가운데 추신수, 김강민, 오승환은 2024년 현역 최고령 3인방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1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고, 또다시 이별의 순간은 찾아왔다. 동갑내기 3인방 중 추신수, 김강민은 은퇴를 선언하고 이제 오승환 혼자 '82년생 현역 선수'가 됐다.
가장 먼저 은퇴 소식을 알린 건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추추 트레인' 추신수다. 2001년 미국으로 떠나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룬 추신수는 2020년까지 16년 동안 빅리거로 활약하며 통산 1,652경기 타율 0.275(6,087타수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 OPS 0.824의 성적을 남겼다.
한국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추신수는 2021년 SSG의 창단과 함께 팀에 합류해 베테랑 선수로서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2022년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KBO리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마친 지난해 12월 추신수는 SSG 구단과 진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2024시즌 종료 후 은퇴 결정과 함께 최저연봉(3,000만 원) 계약 및 연봉 전액 기부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이숭용 감독의 제안으로 현역 마지막인 2024시즌 주장의 중책을 맡은 추신수는 어깨 부상을 안고 7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1(253타수 71안타) 5홈런 38타점 5도루 OPS 0.776을 기록했다. 지난 7월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의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한 뒤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득점, 타점, 도루, 사사구 등 각종 최고령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추신수는 KBO리그 통산 439경기 타율 0.263(1,505타수 396안타) 54홈런 205타점 266득점 51도루 OPS 0.812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다음 주자는 '짐승' 김강민이다. 2001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김강민은 2023시즌까지 23년 동안 KBO리그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SK 시절에는 왕조 시기를 포함해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07, 2008, 2010, 2018년)을 경험했고, SSG로 바뀐 뒤에는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와 함께 2022년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영원히 SK-SSG의 원클럽맨으로 남을 줄 알았던 김강민은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보호선수 35인 명단에 들지 못했고, 한화의 깜짝 지명을 받아 야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강민 역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1년 더 현역으로 뛰는 쪽을 선택했다.
5월까지 타율 3할을 기록하는 등 백업 외야 자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김강민은 6월 헤드샷 여파로 2군을 다녀온 뒤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신임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로는 입지가 더욱 좁아졌고, 7월 17일 NC 다이노스전을 마지막으로 1군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올 시즌 한화에서 41경기 타율 0.224 1홈런 7타점 OPS 0.585를 기록한 김강민은 결국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통산 1,960경기 타율 0.273(5,440타수 1,487안타) 139홈런 681타점 810득점 209도루 OPS 0.748의 성적을 남긴 '짐승'은 익숙했던 SSG가 아닌 한화 유니폼을 입고 은퇴의 길을 걷게 됐다.
정규시즌 종료와 함께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추신수, 김강민 두 외야수와 달리 투수 오승환은 여전히 현역이다. 지난 1월 삼성과 2년 총액 22억 원의 계약을 맺은 오승환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다음 시즌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로 프로 20년 차를 맞은 오승환은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58경기에 등판해 3승 9패 2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91로 몸값과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세이브 고지를 밟는 등 6월 14일까지 1승 1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1.67로 순항했다. 이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오승환은 7월(9경기 1승 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12.15)부터 급격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더니 8월(7경기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50)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며 마무리 자리까지 내려놓는 굴욕을 겪었다.
'끝판대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도 반등은 없었다. 9월 7경기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한 오승환은 9월 22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지막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삼성 라이온즈의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이 지금의 구위로는 어렵다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1군 엔트리 말소 후 오승환은 2일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실전 등판에 나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로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을 향한 예열에 들어갔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먼저 유니폼을 벗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최후의 82년생 황금세대' 오승환이 가을야구 엔트리에 합류해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2025시즌 유일한 82년생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OSEN, 뉴스1, SSG 랜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