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실패→드래프트 지명 불발→팔꿈치 수술까지...'감자' 시라카와는 좌절하지 않는다 ''꼭 마운드로 돌아갈 것, 기다려주세요!''
입력 : 2025.0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4)가 팔꿈치 수술 소식을 전했다.

시라카와는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근황을 알렸다. 그는 오른팔에 보조 기구를 찬 사진과 함께 "보고가 늦었습니다. 지난해 12월 팔꿈치 수술을 했습니다. 지금은 복귀를 위해 재활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빨리 복귀해 반드시 마운드로 돌아갈 테니 기다려주세요! 계속 응원 부탁드립니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일본 도쿠시마현 출신의 시카라와는 고교 졸업을 앞둔 2019년 일본 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으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후 독립리그 팀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뛰며 NPB 입성을 향한 꿈을 키웠다.

시라카와는 최고 154km/h에 달하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커브 등을 앞세워 독립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최근 3년간 개막전 선발투수를 도맡으며 팀의 에이스로 인정받은 시라카와는 지난해 프로 데뷔를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하게 됐다. SSG가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 대체 선수로 시라카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KBO리그로 건너오기 전 일본 독립리그서 6경기 29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2.17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시라카와는 6주 총액 180만 엔의 계약을 맺고 생애 처음으로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들었다.

시라카와는 SSG서 5경기 모두 선발투수로 등판해 23이닝을 소화하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성적일 수도 있으나, 크게 부진했던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 한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4경기 평균자책점은 2.49로 준수했다. 9이닝당 탈삼진(K/9)도 10.57개(23이닝 27탈삼진)를 기록하며 'K쇼'를 보여주겠다던 포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SSG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시라카와는 두산과 총액 400만 엔의 6주 계약을 맺고 KBO리그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는 '홈런 공장' 인천SSG랜더스필드를 떠나 투수 친화 구장인 잠실야구장 입성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시라카와는 7월 4번의 등판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61로 부진했다. 5이닝을 채운 경기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8월 첫 경기였던 8일 LG 트윈스전에서는 6이닝을 채웠지만, 6실점으로 무너졌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던 중 시라카와는 8월 16일 KT 위즈전에서 8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반전투를 펼쳤다.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의 복귀가 미뤄진 두산은 선발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라카와와 15일간 140만 엔의 조건에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시라카와는 연장 계약 후 첫 등판이었던 8월 23일 한화 이글스전서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무너졌다. 설상가상 팔꿈치 부상까지 찾아와 결국 남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KBO리그 생활을 마감했다. 두산서는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한 시라카와는 한국에서 12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5.65, 57⅓이닝 46탈삼진 33볼넷의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코리안 드림'이 좌절된 시라카와는 일본으로 돌아가 또 한 번 쓴맛을 봐야 했다. 지난 10월 24일 NPB 신인선수 선택회의(신인 드래프트)서 총 123명, 그중 육성 드래프트에서는 54명이 지명을 받은 가운데 시라카와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팀 동료 가토 히비키(내야수, 3순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나카고미 하루토(투수, 3순위 라쿠텐 골든이글스), 구도 타이세이(투수, 육성 1순위 한신 타이거즈), 가와구치 토야(투수, 육성 6순위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NPB 입성의 꿈을 이루는 장면을 곁에서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한국에서 짧았던 프로 경험과 부상, 그리고 NPB 드래프트 실패 등 우여곡절을 겪은 시라카와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2024년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12월 31일 한국에서 활약했던 사진을 올리며 "나 자신에게 좋은 경험이 된 한 해였습니다.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 한국 팀 동료들과 팬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던 게 무엇보다도 기뻤습니다. 2025년에도 하루하루 정진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라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도쿠시마 인디고삭스는 지난 1월 18일 16명의 선수와 계약 갱신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시라카와도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재활에 매진 중인 시라카와는 최근 구단의 유소년 야구 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해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순박한 시골 청년 이미지를 지닌 시라카와는 팬들로부터 '감자'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희망과 좌절이 교차한 2024년을 보낸 시라카와는 2025년 무사히 재활을 마치고 예전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한국 무대 복귀도 노려볼 수 있다. 2026년 KBO리그는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아직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와 뛰어난 탈삼진 능력, 한국 무대를 경험했다는 장점을 지닌 시라카와가 다시 KBO리그 문을 두드릴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뉴스1, OSEN, 시라카와 케이쇼 인스타그램,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유튜브 및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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