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당K 13.94개' 압도적 페이스...구대성·선동열 넘은 'K-머신' 앤더슨, KBO리그 새 역사 쓸까
입력 : 2025.04.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K-머신'의 위용은 빛났다.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30) 지난해보다 더 무서운 페이스로 탈삼진을 쌓아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KBO리그 역대 1위 기록도 넘볼만하다.

앤더슨은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사사구(1볼넷 1사구) 9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앤더슨은 한화 선발 코디 폰세(7이닝 1피안타 3사사구 12탈삼진 무실점)와 명품 투수전을 펼쳤지만, 2안타 무득점에 그친 SSG가 0-2로 지면서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1회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선두타자 이진영에게 내야안타, 2번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에 몰렸다. 문현빈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점수와 아웃카운트를 맞바꾼 앤더슨은 노시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줘 다시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연을 유격수 뜬공으로 인필드플라이 아웃 처리한 그는 채은성과 7구 승부 끝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힘겹게 1회를 마쳤다.

2회부터 안정감을 찾은 앤더슨은 탈삼진 쇼를 펼쳤다. 황영묵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는 최재훈을 1루수 실책으로 내보냈으나 흔들리지 않고 심우준과 이진영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3회는 더 순조로웠다. 플로리얼을 153km/h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앤더슨은 문현빈을 투수 땅볼, 노시환을 1루수 뜬공으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앤더슨은 4회 선두타자 김태연을 7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채은성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뒤 황영묵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앤더슨은 최재훈에게 안타를 내줘 2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코칭 스태프의 마운드 방문 이후 앤더슨은 심우준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5회는 단 8구로 3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다. 이진영을 초구에 포수 파울 뜬공 처리한 앤더슨은 다음 타자 플로리얼에게 커브-패스트볼-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3회를 유도해 삼진을 추가했다. 마지막 타자 문현빈에게는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몸쪽 낮은 코스 체인지업으로 방망이를 끌어내 9번째 삼진을 잡았다.

5이닝 동안 88구를 소화한 앤더슨은 김건우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폰세의 역투에 막힌 SSG는 7회 실책으로 1점을 더 내줘 오히려 점수 차가 2점으로 늘어났고, 결국 그대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이날 패배로 앤더슨은 시즌 2패(0승)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로버트 더거의 대체 선수로 총액 57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SSG에 합류한 앤더슨은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전부터 전광판에 159km/h의 구속을 찍으며 모두를 놀라게 한 앤더슨은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앞세워 KBO리그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단 65이닝 만에 100탈삼진을 채워 'KBO리그 최소 이닝 100탈삼진 신기록을 세웠고, 1991년 선동열(5경기 연속)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인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K-머신' 본능을 뽐냈다.

앤더슨은 KBO리그 첫해 24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3.89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115⅔이닝 동안 기록한 탈삼진 수는 무려 158개로 9이닝당 12.29개에 달한다. 이는 단일 시즌 기준으로 1996년(11.85개)과 1997년(11.75개) 구대성, 1993년 선동열( 11.68개), 2021년 아리엘 미란다(11.6개)를 뛰어넘는 역대 1위 기록이다(규정이닝 70% 이상 기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앤더슨은 지난해 11월 총액 120만 달러(연봉 115만, 옵션 5만)의 조건에 재계약을 맺고 SSG에 잔류했다. 팀의 1선발로 2025시즌을 시작한 앤더슨은 첫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7.27로 흔들렸지만, 출산휴가를 다녀온 뒤 4월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1.50으로 위력을 되찾으며 '아버지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전(7이닝 13탈삼진 1실점)에 이어 15일 한화전(5이닝 9탈삼진 1실점)에서도 탈삼진 능력이 되살아났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올 시즌 4경기 20⅔이닝서 앤더슨이 기록한 탈삼진 수는 무려 32개다. 1위 폰세(5경기 32이닝 43개)와 2위 케니 로젠버그(키움 히어로즈, 5경기 29이닝 36개)에 비해 1경기를 덜 치른 앤더슨은 고영표(KT 위즈, 23⅔이닝 32개)와 함께 리그 탈삼진 부문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9이닝당 탈삼진은 13.94개로 2위 고영표(12.17개)보다 2개 가까이 많다.


앤더슨이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 경신도 노려볼 만하다. 역대 1위 기록은 2021년 두산 베어스서 뛰었던 아리엘 미란다가 보유하고 있다. 미란다는 173⅔이닝을 소화하며 225탈삼진을 기록, 1984년 롯데 자이언츠의 '무쇠팔' 최동원(223탈삼진)을 넘어 37년 만에 탈삼진 새 역사를 썼다. 이듬해인 2022년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미란다의 기록에 도전했지만, 196이닝 224탈삼진으로 타이 기록에 딱 1개 모자랐다.

앤더슨이 올해와 비슷하게 9이닝당 12개 수준의 탈삼진 페이스를 또 한 번 보여준다면 약 170이닝 정도를 소화했을 때 신기록 경신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관건은 앤더슨의 이닝 소화 능력이다. 앤더슨은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갖췄지만 9이닝당 볼넷이 4.12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에 기복이 심했다. 이닝당 투구 수도 17.5개로 많아 경기당 4.9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산술적으로 앤더슨이 지금의 9이닝당 탈삼진(13.94개) 페이스로 150이닝을 소화하면 약 232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다. 물론 이처럼 압도적인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9이닝당 탈삼진 12개 수준만 유지할 수 있다면 170이닝을 소화했을 때 약 226.7개로 신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관건은 역시 이닝 소화 능력이다. 지난해 앤더슨은 9이닝당 볼넷 4.12개로 제구가 다소 불안했고, 이닝당 투구 수도 17.5개로 많아 경기당 4.9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9이닝당 볼넷이 3.48개로 크게 줄었고, 경기당 평균 이닝도 5.17로 늘어났다. 'K-머신' 앤더슨은 과연 KBO리그 탈삼진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을까.


사진=뉴스1, 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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