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도하의 비극 시즌2'에는 침대축구는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일본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D조 2차전에서 FIFA 랭킹 63위 이라크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일본은 1승 1패, 승점 3점으로 조 2위에 자리했다. 이라크가 2승, 승점 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마지막 3차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반드시 꺾어야 하게 됐다.
일본은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유로 스포츠'와 '옵타', 'ESPN' 등 여러 매체는 일본을 우승 후보 1순위, 한국을 2순위로 꼽았다. 최종 발탁된 26명 중 무려 20명이 유럽파인 만큼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탄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본은 지난 1차전에서 베트남을 4-2로 제압했다. 전반전 세트피스로만 두 골을 허용하며 1-2로 끌려가기도 했지만, 미나미노 다쿠미의 2골 1도움과 나카무라 게이토의 역전골, 우에다 아야세의 쐐기골로 승점 3점을 챙겼다.
불안한 모습도 나왔으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걱정하지 않는다. 실수에서 배울 수 있다. 평소처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지난 경기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같은 팀이랑 내일 다시 경기한다 해도 더 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이라크가 경기 시작 5분 만에 깜짝 선제골을 터트렸다. 스즈키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애매하게 쳐냈고, 공이 멀리 가지 않고 떨어졌다. 이를 아이멘 후세인이 그대로 머리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베트남전에 이어 이번에도 스즈키의 불안한 공 처리가 화근이 됐다.
일본이 위험한 플레이를 저질렀다. 전반 7분 이토 히로키가 이라크 유세프 아민을 막으려다가 무릎으로 상대 턱을 가격했다. 공과는 상관없는 충돌이었으나 주심은 반칙조차 선언하지 않았다.
일본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동점골을 노렸으나 결실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 22분 코너킥에서 나온 엔도의 슈팅은 높이 떠올랐고, 전반 26분 나온 위협적인 크로스도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32분엔 아사노가 부정확한 크로스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날렸다.
이라크가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전반 추가시간 후세인이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다시 한번 머리로 마무리하며 멀티골을 터트렸다. 공은 스즈키 발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결국 일본은 두 골 차로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더이상 만회골은 없었다. 반면 일본의 공격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폭발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일본은 그동안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일본은 이전 경기까지 A매치 11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11경기 연속 멀티골을 넣었다. 11경기에서 일본이 터뜨린 골은 무려 49골. 평균 4.5골 정도다.
결국 일본은 이라크를 상대로 경기 막판 겨우 1골을 넣을 수 있었다. 특히 이라크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다. 중동 축구의 전유물이었던 '침대축구'는 없었다.
이번 승리로 이라크는 일본 A대표팀을 무려 42년 만에 꺾었다. A대표팀이 참가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전 승리를 차지했다. 그들의 인생경기나 다름없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이 독일을 잡았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