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지난해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했기에…”
NC 다이노스는 올해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20승에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달성한 뒤 MVP까지 수상한 에릭 페디의 이탈은 불가항력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보이며 페디에게 달려들었고 결국 NC의 최고액 대우를 훌쩍 넘는 조건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했다(2년 1500만 달러).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도 일찌감치 결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과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마틴은 지난해 118경기 타율 2할8푼3리(435타수 123안타) 17홈런 90타점 OPS .815의 성적을 남겼다. 2022시즌 트리플A 홈런왕으로 엄청난 장타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래도 중견수까지 보면서 중장거리포를 쏘아 올렸던 마틴은 겉보기에는 괜찮은 외국인 타자였다. 그러나 기복이 있었고 재계약과 관련해서 구단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최악의 외국인 선수 시장 상황에서도 NC는 마틴의 재계약을 최후의 방안으로 남겨뒀다.
NC는 장타력 있는 1루수가 필요했다. 장타력으로 방점을 찍어주고 지난해 리그 최하위권 수준의 생산력을 보여준 1루수 포지션의 보강을 원했다. 1루수를 보는 외국인 타자가 최상의 플랜이었다. 시간이 다소 지체됐지만 적임자를 찾았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며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지만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맷 데이비슨(33)을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데이비슨은 마틴과 함께 2022년 트리플A 공동 홈런왕을 차지했던 선수였다.
데이비슨은 200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5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6시즌 306경기 타율 2할2푼 54홈런 157타점 OPS .719의 기록을 남겼다. 2017~2018년이 커리어 하이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2017년 118경기 타율 2할2푼(414타수 91안타) 26홈런 68타점 OPS .711, 2018년 123경기 타율 2할2푼8리(434타수 99안타) 20홈런 62타점 OPS .738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신시내티 레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거치며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갔다.
NC는 지난해 마틴을 영입하기 전, 데이비슨을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점찍었지만 NC 대신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계약했다. 그러나 데이비슨의 일본 무대 도전은 참담한 실패였다. 지난해 히로시마에서 112경기 동안 19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센트럴리그 홈런 공동 9위였다. 하지만 홈런 외의 다른 기록은 기대 이하였다. 타율 2할1푼(348타수 73안타) 19홈런 44타점 OPS .698의 성적을 남겼다. 120개의 삼진을 당했고 22개의 볼넷을 얻어내는데 그쳤다.
결국 데이비슨은 한 시즌 만에 퇴단했고 NC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영입 1순위 후보였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결국 앞서 있던 후보들이 메이저리그나 일본으로 향하면서 다시 데이비슨에게 눈길을 돌렸고 영입에 이르렀다. NC는 데이비슨이 왜 지난해 실패했는지를 고려했고 본인과 심도 있는 면담 과정을 거쳤다. 임선남 단장의 눈, 강인권 감독의 눈, 그리고 해외 업무 파트의 데이터와 시선이 모두 일치했다. 일본 투수들의 현란한 변칙 투구에 데이비슨은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혼란이 가중됐고 자신의 페이스를 완전히 잃었다.
임선남 단장은 “데이비슨의 능력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일본 투수들의 이중 키킹 등 변칙 투구 동작에 많이 헤맸고 타이밍을 못 잡은 것 같았다. (강인권)감독님과도 영상을 함께 봤는데 감독님도 똑같이 폼이나 모습은 좋은데 일본 투수들의 폼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라며 “그리고 메디컬 테스트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때에 선수 본인도 일본의 변칙투구에 너무 힘들어 했고 거기에 말려서 폼을 바꾸다 보니까 자신의 것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 한국에서는 그런 문제가 적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거포 유형이기에 기본적으로 삼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공을 많이 보는 유형(ML 타석 당 투구수 4.2개)이라 루킹 삼진의 확률도 높다. 하지만 NC는 데이비슨 자체가 갖고 있는 파워를 절대적으로 신임한고 있다. “삼진을 어느정도 당하더라도 우리는 1,2,3번 타자들의 출루와 컨택 능력이 워낙 좋다.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장타력이 있다고 하면 더 좋은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빅리그 커리어가 만만치 않았던 선수가 일본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다시 한 번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만큼 이번에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NC의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부활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캠프에 합류했고 첫 훈련 턴을 소화한 데이비슨은 “팀에 합류하게 되어 기쁘다. 팀 구성원 모두 환대해 줘 기분이 좋았다. 첫 턴의 훈련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한다”라며 캡프 합류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작년시즌 선수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에 이번 비시즌은 남다른 각오로 몸을 만들었다”라며 일본 무대에서의 실패가 남다른 각오를 다지게끔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캠프에서 몸 상태를 더 잘 만들어서 시즌에 들어가서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NC 하면 떠오르는 외국인 타자는 단연 에릭 테임즈다. 2014~2016시즌까지 3시즌 동안 37홈런-47홈런-40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워스로 복귀하며 메이저리그 유턴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데이비슨의 포지션도 테임즈와 같은 1루수다. 데이비슨이 정규시즌에서 테임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면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연 데이비슨은 테임즈를 떠올리게 하는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