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캔버라(호주), 이후광 기자] 이형범(30·KIA)이 보호선수 제외의 아픔을 씻고 고향팀 KIA에서 2019년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호주에서 만난 이형범의 표정에서는 밝은 기운과 비장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형범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0순위로 KIA 타이거즈 지명을 받았다. 두산 베어스의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그는 마운드 보강이 필요했던 KIA의 선택을 받으며 커리어 3번째 이적을 맞이했다.
화순고 출신인 이형범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 특별 23순위로 프로에 입단, 2018년 12월 NC로 이적한 양의지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에 오기 전까지 4시즌 통산 성적이 39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60에 그쳤던 이형범은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보상선수 신화를 제대로 썼다. 2019년 66경기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7의 깜짝 호투를 펼치며 통합우승 주역으로 당당히 거듭났다. 보상선수에서 두산의 우승 마무리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투구수가 늘어난 탓이었을까. 이형범은 두산 2년차인 2020년 27경기서 1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71의 부진을 겪었다. 스프링캠프부터 마무리투수로 낙점된 믿을맨이 슬럼프에 빠지며 두산 뒷문은 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형범은 설상가상으로 시즌 도중 우측 팔꿈치 후내방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으며 10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당시 재활기간만 3개월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이듬해 2군 스프링캠프와 퓨처스리그 실전을 거쳐 6월 감격의 1군 복귀에 성공했지만 단 4경기(2⅔이닝 무실점)만 뛰고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형범은 2022년 31경기 1패 평균자책점 4.35, 그리고 지난해 23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6.51을 남겼다. 필승조가 아닌 패전조에 편성돼 주로 '가비지 이닝'을 담당했고, 결국 보호선수 제외와 함께 5년의 두산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적 후 KIA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형범은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중이다. 새로운 등번호 33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2019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캠프를 치르고 있다.
6일 캔버라에서 만난 이형범은 “(양)현종이 형이 위에서 잘 챙겨주시고, 중간에 (박)준표 형, (이)준영이 형, (김)대유 형이 있어서 새 팀에 적응하기 편하다. 후배들도 다 착하고 좋다”라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하려고 한다. 두산 있었을 때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해서 이제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려고 한다”라고 순조로운 KIA 적응을 알렸다.
몸 상태에 대해선 “몸은 두산 시절에도 계속 좋았다. 최근 2년 동안 몸이 제일 좋았다. 단지 성적을 못 냈을 뿐”이라며 “이제 환경이 바뀌었으니 어떤 시즌이 펼쳐질지 모른다. 좋은 기대감을 갖고 한 번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두산 시절 보상선수 성공신화를 합작한 정재훈 투수코치가 KIA로 온 것도 이형범에게는 호재다. 이형범은 “2019년 당시 정재훈 코치님이 불펜코치로 계셨다. 경기 나가기 전 불펜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놓치고 있는 부분도 바로 피드백해주셨다. 좋은 케미가 있었다”라며 “KIA에서도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다. 대화도 잘 통한다”라고 정 코치와의 재회를 반겼다.
이형범에게 KIA행은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일단 선수의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KIA는 전라남도 화순초-화순중-화순고를 나온 이형범이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팀이며, KBO리그 최고의 팬덤을 자랑한다. 이와 더불어 이형범은 마무리, 필승조, 추격조 등 다양한 보직을 소화할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
이형범은 보상선수 성공신화를 다시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 “자신감을 갖고 다시 해보려고 한다. 고향팀에 왔으니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지명 후 계속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기대해주십시오”라며 재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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