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 ''야구 그만둘 생각도 했는데...'' 마음고생 심했던 겨울, 두산 마무리로 은퇴를 꿈꾼다 [시드니 현장인터뷰]
입력 : 2024.02.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시드니(호주)=안호근 기자]
두산 홍건희가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홍건희가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2011년 데뷔 해 가능성만 충만한 투수로 10년 가까이를 보냈다. 뜻하지 않게 고향 팀을 떠난 당도한 두산 베어스는 홍건희(32)의 커리어를 180도 바꿔놓은 고마운 팀이 됐다.

그렇기에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남고 싶었던 팀이었으나 계약 과정에서 난항을 봉착했다. 서로를 원하는 마음만큼은 같았기에 결국 한 발씩 물러나며 동행을 확정했다.

홍건희는 7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제 입장에선 욕심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만족한 상태에서 계약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옵트 아웃도 넣으면서 계약을 했으니 한 번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건희는 지난달 25일 두산과 2+2년 최대 24억 5000만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첫 2년 계약 총액은 9억 5000만원. 두산의 샐러리캡 사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계약 자체가 오래 걸린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두산 창단 기념식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부터 "좋은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 구단에서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필요한 선수임을 강조했고 두산에서도 홍건희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2년 뒤 본인이 잔류를 원한다면 2년 총액 15억원을 추가로 받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홍건희가 FA 계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홍건희가 FA 계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건 구단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금액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두산은 홍건희의 커리어 자체를 바꿔준 팀이다. 애정이 남달랐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9순위로 고향 연고 팀 KIA에 입단한 그는 2019년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이듬해 6월 류지혁(당시 KIA·현 삼성)과 트레이드 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4시즌 동안 두산에서 237경기에서 12승 24패 44세이브 39홀드 평균자책점(ERA) 3.46으로 맹활약했다. 2021년엔 필승 핵심조로 17홀드, 2022년과 지난 시즌까지 팀 마무리로 자리를 잡고 40세이브를 수확했다.

홍건희는 트레이드 되던 날을 떠올렸다. "당시 정든 팀을 너무 갑자기 떠나 힘들었다. 자리도 제대로 못잡고 만년 유망주로 끝날 수도 있는 그런 상태였다"며 "거의 말하지 않았는데 두산에서도 한 두 해를 거치면서도 똑같은 위치라면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절박했고 그렇기에 두산에서 성공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프랜차이즈 스타들 못지않게 두산에 크나 큰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았다.

"한 단계씩 점점 올라갔고 자리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마무리라는 중요한 자리까지 맡게 됐다. 두산에 오고 야구가 잘되기 시작했으니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잘하는 모습으로 끝내고 싶었기에 빠르게 계약을 하고 싶었는데 그 기간이 길어졌고 그래서 더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두산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그러나 팀 사정을 뻔히 알고 있고 결과적으로 애정 깊은 팀에 남았다. 더구나 이승엽 감독과 팬들이 줄곧 홍건희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기에 고마움이 더 컸다. "감독님께서 나를 필요로 해 주신 것을 알고 있었고 팀에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되는 게 기분이 좋았다"며 "계약은 이미 지난 일이고 두산에 남아 잘 지냈던 동료들, 선후배들과 이곳에 와서 함께 운동을 하니 참 좋더라. 잠시 힘들었던 시간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아쉬웠던 순간이 많았다. 특히 8월 급격히 흔들리며 마무리 자리를 정철원에게 내줘야 했던 부분은 아직까지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부족했다. 다만 더 문제였던 건 그 과정에서 많이 아쉬워 생각도 많아졌고 그로 인해 많이 흔들렸다"며 "FA 협상 기간 돌이켜보니 그 시기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시기가 너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그로 인해 시즌 준비도 늦어졌다. 소속이 없는 상태로 보냈기에 몸을 제대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나름 새 시즌을 대비해 실내 훈련장과 지인의 도움으로 캐치볼도 했으나 팀에 속해 있던 예년과는 달랐다. 훈련 6번째 날인 이날까지도 아직 불펜 피칭을 시작하지 못한 이유다.

묵묵히 제 할 일을 스타일의 홍건희지만 올 시즌엔 차근히 몸을 만들어 다시 마무리 역할을 꿰차겠다는 각오다. "매번 말하지만 마무리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아쉬웠던 부분을 다시 채워 시즌 끝까지 잘 해내고 싶다. 물론 마무리가 아니라도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 어디에서든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구 훈련을 하고 있는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투구 훈련을 하고 있는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다시 경쟁이다. 지난해 시즌 마지막 순간에 팀의 클로저였던 정철원과 신인 김택연 등과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5일 취재진과 만나 "마무리는 아직 확정짓지 않았다"며 "시범경기까지 볼 것이다. 지난해 시즌 중 한 차례 바꿨지만 그렇게 변화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위치다. 확실히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수가 시범경기 때까지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년, 길게는 4년. 두산의 홍건희는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을까. "구체적인 수치로 목표를 잡으면 부담이 생기거나 안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이와는 조금 다른 밑그림을 그렸다.

홍건희는 "1차적으로는 항상 풀타임으로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10년 이상을 하고 있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두 번째는 '마무리를 꼭 하겠다'기보다는 작년에 아쉬웠던 부분들을 다시 되새기면서 잘 준비해서 채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4년 내내 두산의 마무리를 지키겠다는 것이 아닐까. 홍건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되면 베스트겠죠."

기구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는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기구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는 홍건희. /사진=두산 베어스



시드니(호주)=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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