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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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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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루훈련을 펼치고 있는 이정후. |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7일(한국시간) '오프시즌 일어난 10가지 큰 일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전하며 지난 시즌 우승 후 스토브리그에서 일어난 굵직했던 이야기들을 꼽았다.
매체는 오타니 쇼헤이의 10년 7억 달러 LA 다저스행과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많은 선수들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써 폭풍영입을 한 다저스의 이야기, 후안 소토가 트레이드로 뉴욕 양키스로 향한 일 등을 전했다.
이어 4번째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소개됐다. 매체는 '일부 유명 자유계약선수(FA)들이 자신을 소개했다'는 주제를 통해 "국제 FA 인재들에게 가장 파란만장한 오프시즌 중 하나였다. 야마모토가 가장 컸다"면서도 "하지만 KBO를 시청하지 않았다면 '바람의 손자'라는 놀라운 별명을 가진 자이언츠 중견수 이정후나 새로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원투수 고우석(사실은 그의 처남), 이미 시카고 컵스 노래를 알고 있는 이마나가 쇼타, 쿠바 출신이지만 이마나가와 함께 일본에서 뛰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우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도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지금 당장은 그들의 이름을 잘 알지 모를 수도 있지만 5월이 되면 그들 모두를 가슴 깊이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으로 향했다. 많은 팀들이 관심을 가졌으나 최종 승자는 6년 1억 1300만 달러(1509억원)를 투자한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와 별도로 키움에 안겨야 할 이적료 1882만 5000달러(251억원)까지 막대한 금액을 이정후를 위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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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입단식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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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국내 야구 팬들이라면 이정후의 가치는 익히 알고 있다. 리그 데뷔 시즌까지만 해도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로 더 유명했지만 첫 시즌부터 타율 0.324 179안타로 맹활약하며 신인왕을 차지하더니 매 시즌 발전을 거듭하며 순식간의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워냈다.
이후 5년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정후는 특히 2022년엔 타율 0.349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로 홈런을 제외한 타격 5관왕과 함께 시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MLB 진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아직 빅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이정후를 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MLB닷컴은 전날 2024년 타격왕 후보 10인을 예측하는 기사에서 5명의 유력한 후보에 이어 다크호스 가운데 첫 번째로 이정후의 이름을 거론했다.
매체는 "이정후의 파워나 2023년 많은 비용을 지불한 왼쪽 발목 수술 이후 그의 운동 능력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누구도 그의 타격 능력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어 "25세의 이 선수는 한국에서 7시즌 동안 평균 타율 0.340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단축된 해에 그의 타율 0.318은 커리어 중 가장 낮았다"며 "컨택트 능력으로 유명한 이정후는 루키 시즌에 타율 0.291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0.318), 루이스 아라에즈(0.317), 프레디 프리먼(0.301)에 이어 내셔널리그에서 4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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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팀 합류 후 첫 타격 훈련에서 강하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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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훈련에서 정확히 공을 때려내는 이정후. |
실제로 이정후는 팀 합류 후 첫 타격 훈련부터 많은 관심을 사로잡았다. 16일 미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가 저스틴 비엘 타격코치와 함께 빅리그 적응을 돕기 위한 기술적 수정에 들어갔고 연습 배팅에서 수 차례 홈런포를 쏘아올렸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을 지도했던 밥 멜빈 감독은 "만약 그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 충격받을 일"이라며 강한 믿음을 나타내면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커다란 기대감을 보였다.
MLB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타자이지만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의 기록 예측 시스템인 뎁스 차트(Depth Chart)는 이정후가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우 성공적인 한 시즌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기대치가 샌프란시스코의 포스팅 금액에 담겨 있다.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은 이번 FA 시장에서 이정후를 포함해 단 4명 뿐이었고 특히나 포스팅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 가운데서는 역대 가장 큰 계약 규모였다.
외야수가 부족한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행선지로 꾸준히 언급됐던 팀이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장급 스카우트를 여러 차례 파견해 이정후를 관찰했고 KBO리그 시즌 중에도 키움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은 물론이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등 안방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정후를 관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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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한 자이디 사장(왼쪽)으로부터 유니폼을 건네 받아 입고 있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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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입단식에서 팀 유니폼을 입고 여유롭게 "잘생겼냐"고 묻고 있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특히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2023시즌 키움의 홈 최종전이 열린 지난해 10월 10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을 직접 찾았다. 이정후가 부상에서 복귀해 홈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넨 경기였는데, 단 한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보기 위해 태평양을 건널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그만큼 간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우승 8회, 특히 2010년부터 2년 주기로 3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전통의 명가였으나 2015년 이후 NL 서부지구에서 번번이 다저스에 밀렸다. 지구 우승은 단 한 차례(2021년)에 불과했고 그 이후에도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두 시즌 모두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심지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도 밀려났고 지난해엔 지구 4위에 머물렀다.
타격과 외야수 보완이 시급했다. 5할 승률에도 실패한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종료 후 게이브 케플러 감독을 경질하고 밥 멜빈을 자리에 앉혔다. 타격의 개선이 필요했다. 지난해 팀 타율(0.235)은 NL 최하위였고 OPS(0.695)도 평균(0.740)을 밑돌았던 터다.
지난달 13일 조던 힉스와 4년 44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며 마운드에도 힘을 보탰다. 속구 최고 시속이 105마일(168.98㎞)에 달하는 괴물 투수 힉스는 통산 212경기에서 11승 21패 32세이브 51홀드 평균자책점(ERA) 3.85를 기록한 투수다.
선발 경험이 적은 그를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는 게 불안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정후와 힉스를 데려오며 전력이 한층 탄탄해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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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토리그에서 샌프란시스코에 합류한 호르헤 솔레어.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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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가 영입한 투수 조던 힉스. /AFPBBNews=뉴스1 |
게다가 최근 쿠바 강타자 외야수 호르헤 솔레어(32)와도 3년 42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데뷔해 시카고 컵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애미 말린스 등을 거치며 통산 타율 0.243 170홈런 45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7을 기록한 솔레어는 특히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50 팀 최다인 36홈런 75타점 OPS 0.853을 기록하며 마이애미가 1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서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정후가 정교한 타격이 강점이라면 솔레어는 강력한 한 방이 자랑인 타자다. 이정후와 함께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화력을 배가시킬 타자로 손꼽힌다.
커다란 기대감 만큼 현지에선 벌써부터 뜨거운 인기가 감지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예비 스타' 이정후를 위해 오는 7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 이정후의 버블헤드 데이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날 구장을 찾는 선착순 2만 명의 관중에게 이정후를 본따 만든 인형이 증정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올해 이벤트 목록을 보면 오는 7월 1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는 2010년대 팀의 월드시리즈 3회 우승에 공헌한 불펜투수진인 세르히오 로모와 하비에르 로페즈, 산티아고 카시아, 제레미 어펠트를 본딴 피규어를 나눠주기로 예정돼 있고 또한 9월 2일에는 전 포수 버스터 포지의 피규어를 증정한다. 이외 현역선수로는 외야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버블헤드), 투수 로건 웹(컵)와 함께 이정후만이 이러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그만큼 확실한 스타대우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일 MLB 공식 X(구 트위터)에 공개된 이정후의 타격 훈련 영상은 업로드 7시간 만에 조회수 20만을 넘길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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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그래프닷컴이 예상한 이정후의 올 시즌 성적.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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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취재진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이정후(가운데). |
지역 언론인 샌프린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주목할 15명의 야구인'을 선정하며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이정후)가 기록지에 어떤 숫자를 남길지는 모른다"고 소개했다. 또 "이정후가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수비수이고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올드스쿨형 타자라는 점 모두가 흥미롭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MLB닷컴은 2024년 각 구단별 전망을 하며 희망적인 뉴스를 예상하며 "자이언츠가 올해 NL 신인상을 수상할 것"이라며 "2010년 버스터 포지 이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으나 곧 가뭄을 끝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전망했다. 그 가운데 이정후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시즌 12명의 유망주를 MLB로 올려보냈고 그 중 다수는 2024년에도 신인 자격을 유지한다. 그 젊은 선수들이 예상대로 계속 발전한다면 자이언츠는 중견수 이정후를 비롯해 좌완 투수 카일 해리슨, 유격수 마르코 루치아노를 포함한 여러 신인상 후보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경기 타율 0.429(14타수 6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압도적인 컨택트 비율을 앞세워 극도로 낮은 헛스윙률과 삼진 비율 등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현지에서 이정후의 빅리그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현 시점 한국 최고의 타자"라며 "(이치로와 유사한) 탁월한 손과 눈의 조화를 갖췄고 많은 하드컨택트 타구를 날린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의 삼진률은 6% 미만이었다"고 평가했다.
MLB 시범경기는 오는 24일부터 시작된다. 이제 일주일이면 이정후가 MLB에서 통할 수 있을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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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출근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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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도중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물을 마시고 있는 이정후(왼쪽).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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