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 토종 에이스 고영표(33)는 어떻게 시즌 첫 등판 악몽을 떨쳐내고 1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 머신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
고영표는 지난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85구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역투였다.
1회부터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박찬호-김도영 테이블세터를 만나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에 처한 것.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포수 파울플라이 처리하며 한숨을 돌린 뒤 최형우를 중견수 뜬공, 이우성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최형우의 중견수 뜬공 때 박찬호가 3루로 이동했고, 김도영이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졌다.
3회에도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2사 후 소크라테스를 2루타, 최형우를 2루수 천성호의 실책으로 내보내 멘탈이 흔들릴 법도 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이우성을 유격수 땅볼 처리했다.
더 이상의 큰 위기는 없었다. 4회 2사 1루, 5회 1사 2루, 6회 1사 1루에서 추가 진루도,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6회까지 85개를 던진 고영표는 4-0으로 앞선 7회 이상동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두 번째 등판을 마쳤다. KT가 최종 10-6으로 승리하며 고영표는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4월 첫 경기에서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 오늘은 편하게 몸을 잘 썼다. 구속이 계속 유지된 부분이 고무적이었다. 투구 매커니즘 쪽을 되돌아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라며 “KT 흐름이 조금 안 좋은데 (오늘 경기가) 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고영표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수원 두산전에서 4이닝 1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9실점 최악투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에 앞서 5년 총액 107억 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지만 출발부터 악몽을 경험, 평균자책점이 20.25까지 치솟았다. 당시 이강철 감독마저 “아직 페이스가 덜 올라와보였지만 그래도 너무 맞았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영표는 “나도 첫 경기하고 당황스러웠다. 아마 벤자민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라며 “선수들은 늘 초반에 부진을 겪을 때 어떻게든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사실 경기를 지는데 어떻게 좋겠나. 그래도 크게 동요 안 하려고 노력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나 스스로 노력해서 반등하려고 한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렇다면 부진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고영표는 “그 때는 내 공을 못 던진 거 같다. 최근 3년 동안 해오던 걸 못해서 부진했다. 다시 힘 있는 공을 (장)성우 형이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게끔 영상을 보면서 되돌아봤다”라며 “힘을 포수 방향으로 잘 써보려고 했던 게 잘 통했다. 여러 가지 변화구 제구가 잘 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라고 설명했다.
KT는 고영표의 반등에 힘입어 난적 KIA를 10-6으로 꺾고 3연패 탈출과 함께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신고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선발 고영표가 좋은 위기관리능력으로 경기를 만들어줬다”라며 고영표를 수훈선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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