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내가 어떻게든 쳐야 되는데... 이 생각을 했죠."
KBO 통산 홈런 1위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1회부터 그의 기록에 바짝 다가서는 홈런을 날린 최정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진 순간 한유섬(35·이상 SSG 랜더스)은 생각했다.
1할 대 부진에 빠져 있던 타자이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었지만 말하는 대로 됐다. 한유섬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2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7타점 맹타로 팀의 13-6 대승을 이끌었다.
한유섬이 7타점을 올린 건 2019년 5월 8일 문학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수 3안타(2홈런) 7타점 이후 4년 11개월 만이다. 개인 통산 최다 타점 타이 기록.
이와 함께 SSG는 4연승을 달리며 6승 3패, 3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 없는 4위가 됐다. 선두 한화와 승차도 단 1경기다.
1회초 1실점한 SSG는 1회말 공격에서 최정의 홈런으로 동점을 이뤘다. 최정은 통산 462홈런을 날려 KBO 통산 홈런 2위에 머물고 있었고 1위 이승엽 감독의 467홈런과 5개 차이였다. 이날 홈런으로 타이까지는 4개, 신기록까지 5개를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팀이 1-4로 뒤진 4회말 최정이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길레르모 에레디아의 우중간 안타 때 3루까지 향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대주자 김성현과 교체됐다.
이어진 무사 1,3루 상황에서 한유섬이 등장했다. 경기 전까지 타율 0.138에 머물던 그였으나 최정의 이탈 후 어깨가 무거워졌다. 경기 후 만난 한유섬은 "타석에 들어서려고 하는데 (최정이) 다리를 저는 걸 봤다. 걱정이 됐지만 '플레이를 할 정도는 되나 보다' 했는데 중간에 바뀌더라"며 "팀의 한 축인데 빠져 버려서 걱정이 됐다. '여기서 내가 어떻게든 쳐야 되는데' 이 생각을 했다. (적어도) 연결고리는 돼야 하는데 이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최원준의 시속 137㎞ 존 밖으로 향한 속구를 결대로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시즌 3호포.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5회 중전 안타를 날리며 멀티히트를 완성한 한유섬은 팀이 8-6으로 쫓기던 8회말 1사 만루에서 정철원의 시속 147㎞ 한복판 속구를 잡아당겨 그랜드 슬램을 날렸다. 시즌 4호 홈런이자 승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부진이 이어졌기에 오히려 단순하게 타석에 섰다. 한유섬은 "첫 번째 홈런도 마찬가지고 두 번째 홈런도 득점권에 주자가 있었고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욕심 안 부리고 '희생 플라이를 쳐야 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정확하게 스위 스팟에 맞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여전히 타율은 0.206에 불과하지만 7안타 중 4개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2루타도 하나 보태 장타율은 무려 0.588을 기록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896.
한유섬은 "야구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이 경기 전에는 그다지 썩 좋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홈런 두 개를 쳤다"며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경기라는 게 참 모른다. 오늘을 계기로 (기세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회초 수비에서 안상현이 치명적인 실책으로 2점을 더 내줘 분위기가 어두웠던 상황이었기에 한유섬의 홈런 2방은 팀에 큰 도움이 됐다. 한유섬은 누구보다 안상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상황이 나오면 어떤 심정인지 알기 때문에 가서 말을 붙이고 엉덩이를 쳐주고 하기보다는 웬만하면 말을 안 한다"며 "홈런 치고 들어오니까 '감사합니다'라고 하더라. 감사해야 한다. 평소에는 제 근처로 오지도 않는데 친한 척 하더라"라고 말했다.
내일 라커에 커피 선물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에 "있으면 다행"이라며 따로 해준 말은 없고 "상현이한테 뜬공이 하나 더 왔는데 뒤에서부터 따라가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 머쓱하게 웃더라. 일부러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면서 풀어줬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유섬은 "그런 본 헤드 플레이가 어떻게 보면 상현이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저도 그렇게 경험치를 쌓았고 그렇기에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12년차. 그럼에도 여전히 야구가 어렵다. 한유섬은 "항상 선배들이 예전부터 선수가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이면 자기 자리를 다 찾아간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저는 작년에도 실패를 맛봤다. 초반에 한 3,4달 안 되니까 너무 조급했다"며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비록 지금 출발이 조금 더딜지라도 '편안하게 하자, 여유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다른 선수들이 잘 쳐서 이기고 있으니까 '나중에 내가 또 잘 치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편안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그 결과로 이어졌다.
최정이 부상으로 몇 경기나 빠지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 이제는 한유섬이 베테랑이자 홈런 타자로서 그의 역할을 해줄 때가 됐다.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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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한유섬이 2일 두산전에서 멀티홈런 7타점 활약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KBO 통산 홈런 1위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1회부터 그의 기록에 바짝 다가서는 홈런을 날린 최정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진 순간 한유섬(35·이상 SSG 랜더스)은 생각했다.
1할 대 부진에 빠져 있던 타자이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었지만 말하는 대로 됐다. 한유섬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2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7타점 맹타로 팀의 13-6 대승을 이끌었다.
한유섬이 7타점을 올린 건 2019년 5월 8일 문학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수 3안타(2홈런) 7타점 이후 4년 11개월 만이다. 개인 통산 최다 타점 타이 기록.
이와 함께 SSG는 4연승을 달리며 6승 3패, 3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 없는 4위가 됐다. 선두 한화와 승차도 단 1경기다.
4회말 최정(오른쪽)이 주루 플레이 도중 부상을 입어 코칭스태프가 교체 사인을 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그러나 팀이 1-4로 뒤진 4회말 최정이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길레르모 에레디아의 우중간 안타 때 3루까지 향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대주자 김성현과 교체됐다.
이어진 무사 1,3루 상황에서 한유섬이 등장했다. 경기 전까지 타율 0.138에 머물던 그였으나 최정의 이탈 후 어깨가 무거워졌다. 경기 후 만난 한유섬은 "타석에 들어서려고 하는데 (최정이) 다리를 저는 걸 봤다. 걱정이 됐지만 '플레이를 할 정도는 되나 보다' 했는데 중간에 바뀌더라"며 "팀의 한 축인데 빠져 버려서 걱정이 됐다. '여기서 내가 어떻게든 쳐야 되는데' 이 생각을 했다. (적어도) 연결고리는 돼야 하는데 이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최원준의 시속 137㎞ 존 밖으로 향한 속구를 결대로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시즌 3호포.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한유섬(가운데)이 4회말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린 뒤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부진이 이어졌기에 오히려 단순하게 타석에 섰다. 한유섬은 "첫 번째 홈런도 마찬가지고 두 번째 홈런도 득점권에 주자가 있었고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욕심 안 부리고 '희생 플라이를 쳐야 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정확하게 스위 스팟에 맞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여전히 타율은 0.206에 불과하지만 7안타 중 4개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2루타도 하나 보태 장타율은 무려 0.588을 기록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896.
한유섬은 "야구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 이 경기 전에는 그다지 썩 좋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홈런 두 개를 쳤다"며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경기라는 게 참 모른다. 오늘을 계기로 (기세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회초 수비에서 안상현이 치명적인 실책으로 2점을 더 내줘 분위기가 어두웠던 상황이었기에 한유섬의 홈런 2방은 팀에 큰 도움이 됐다. 한유섬은 누구보다 안상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상황이 나오면 어떤 심정인지 알기 때문에 가서 말을 붙이고 엉덩이를 쳐주고 하기보다는 웬만하면 말을 안 한다"며 "홈런 치고 들어오니까 '감사합니다'라고 하더라. 감사해야 한다. 평소에는 제 근처로 오지도 않는데 친한 척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유섬이 8회말 쐐기 만루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누구보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유섬은 "그런 본 헤드 플레이가 어떻게 보면 상현이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저도 그렇게 경험치를 쌓았고 그렇기에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12년차. 그럼에도 여전히 야구가 어렵다. 한유섬은 "항상 선배들이 예전부터 선수가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이면 자기 자리를 다 찾아간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저는 작년에도 실패를 맛봤다. 초반에 한 3,4달 안 되니까 너무 조급했다"며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비록 지금 출발이 조금 더딜지라도 '편안하게 하자, 여유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다른 선수들이 잘 쳐서 이기고 있으니까 '나중에 내가 또 잘 치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편안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그 결과로 이어졌다.
최정이 부상으로 몇 경기나 빠지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 이제는 한유섬이 베테랑이자 홈런 타자로서 그의 역할을 해줄 때가 됐다.
멀티 홈런을 날린 한유섬(오른쪽)이 경기 후 홈런상을 받고 팀 마스코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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