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1점 뒤진 9회말 무사 만루에 초구 병살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내야수 문현빈(20)에겐 잊고 싶은 악몽의 밤이었다.
한화는 지난 2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0-1로 패하며 7연승 행진이 끝났다. 타선이 터지지 않았는데 9회말 두 번의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특히 무사 만루에서 문현빈의 병살타가 치명타였다.
한화는 9회말 롯데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상대로 선두타자 하주석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대타 최인호의 좌측 펜스 직격 2루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이재원 타석에 김원중이 초구 볼을 던지자 김태형 롯데 감독이 자동 고의4구를 지시하며 비어있던 1루를 채웠다.
롯데는 만루 작전을 쓰면서 올 시즌 8타수 무안타로 아직 첫 안타가 없는 이재원 대신 타석 전까지 타율 3할1푼(29타수 9안타)을 기록 중이던 문현빈과의 승부를 택했다. 9회 타석 전까지 득점권 타율 7할1푼4리(7타수 5안타)로 찬스에도 강한 모습을 보인 문현빈이라 끝내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여기서 김원중은 초구 포크볼을 바깥쪽 낮게 떨어뜨렸고, 문현빈의 배트가 따라나왔다. 타구는 힘없이 2루수 앞으로 향했고, 전진 수비를 펼친 롯데 내야진은 4-2-3 병살타로 연결했다.
문현빈은 1루로 전력 질주했지만 아웃됐고, 헬멧이 벗겨진 채 얼굴을 감싸며 아쉬워했다. 계속된 2사 2,3루에서 한화는 다음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나가 또 한 번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채은성이 5구 만에 김원중의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연승 행진이 끝났다.
문현빈의 무사 만루 초구 병살타가 진한 잔상으로 남았다. 김원중의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고, 무사 만루에 다음 타자가 페라자라는 걸 감안하면 공을 1~2개 정도 지켜보는 게 정석이긴 했다. 물론 문현빈 입장에선 뒤에 페라자가 있으니 자신에게 승부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초구부터 휘둘렀겠지만 직구가 아닌 포크볼에 어정쩡한 스윙이 나오면서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 역시 성장의 과정으로 봤다. 3일 대전 롯데전이 우천 취소된 가운데 최원호 감독은 문현빈의 초구 타격에 대해 “본인이 설정한 존에 들어오는 공을 컨택한 것이다. 초구가 존에 들어왔다고 판단해 자기 스윙한 것은 좋게 본다”며 “그저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다. 결과론으로 선수에게 뭐라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프로 2년차, 스무살밖에 되지 않은 선수에겐 이것도 귀한 경험이다. 이런 과정이 좋은 반면 교사가 돼 앞으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현빈은 지난달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도 4회 실점으로 이어진 치명적인 포구 실책을 범했지만 바로 다음날 LG전에서 결승타를 터뜨리며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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