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불과 지난달 말 본격적으로 포수 전향 결단을 내린 강백호(25·KT 위즈)가 데뷔 첫 선발 안방마님을 맡아 무한한 가능성을 뽐냈다.
강백호는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4번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1라운드 1순위로 프로에 입성해 통산 669경기를 뛴 강백호의 데뷔 첫 선발 포수 출전이었다.
강백호는 그 동안 타격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반면 수비에서는 외야수와 1루수를 오가며 방황을 거듭했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수비는 늘 천재타자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수비에서 확실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며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지명타자 출전이 잦았다.
이강철 감독은 그런 강백호에게 지난달 말 돌연 포수 전향을 제안했다. 주전 포수 장성우의 뒤를 받칠 백업 고민이 가중된 상황에서 서울고 시절 포수와 투수를 겸했던 강백호를 제2의 포수로 육성하는 결단을 내렸다. 예상 외로 강백호는 사령탑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3월 31일 대전 한화전, 4월 3일과 4일 수원 KIA전에서 모두 8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고 1군 안방 분위기를 익혔다.
단순히 강백호가 고교 시절 포수를 해봤다고 그에게 포수 장비를 제공한 건 아니었다. 주전 장성우의 확실한 체력 안배, 지명타자를 비롯한 야수 엔트리의 폭넓은 운영 등을 노리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 감독은 “팀 사정 상 백호가 포수를 맡는 게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렇게 되면 야수 엔트리를 하나 더 쓸 수 있는데 선수가 이를 받아들여서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강백호의 수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감독은 “대전 경기 끝나고 다들 (강백호 포수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라며 “선수가 수비 나가서 웃는 얼굴을 처음 봤다. 그 동안 수비는 나갈 때도 긴장, 들어올 때도 긴장이었는데 웃으면서 들어오더라. 빠지는 공을 블로킹하는데 멍하니 있다가 그렇게 잡는 게 쉽지 않다. 몇 년을 안 했는데도 몸이 딱 맞춰져 있다. 블로킹을 보셨냐. 그건 타고난 것이다”라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5일 LG전 선발 출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4일 수원 KIA전 때만 해도 강백호의 선발 포수 출전 시기를 묻는 질문에 “지금 어떻게 바로 선발을 맡겠나. 먼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이다”라고 답한 이 감독이었다. 그러나 장성우가 4일 KIA 박찬호의 파울타구에 맞아 전완을 다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고, 사령탑은 과감하게 강백호에게 선발 포수를 맡겼다. 때마침 선발투수도 한창 프로 무대를 공부 중인 루키 원상현이라 부담이 덜했다.
천재라는 별명에 걸맞게 강백호는 연장 10회말 대수비 김준태와 교체될 때까지 무려 9이닝을 홀로 소화했다. 선발 원상현을 비롯해 김민수, 이상동, 조이현, 박영현과 차례로 호흡을 맞췄고, 블로킹, 팝플라이 처리 등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경기 해설을 맡은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은 “블로킹 하나는 완벽하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물론 도루 저지, 변화구 캐치에서는 약점을 드러냈지만 강백호는 불과 열흘 전부터 포수 훈련을 시작한 새내기 안방마님이었다.
강백호는 타석에서도 5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득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연장 접전 끝 8-7 승리에 공헌했다. 지난해 통합우승팀 LG를 상대로 강백호를 선발 포수로 출전시킨 이 감독의 결단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이 감독은 ‘포수 강백호’를 보면서 “사실 (강)백호를 처음부터 포수를 시켰으면 150억 원 가치의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처음에 포수 시킬 생각도 했었다. 백호의 어깨가 강한데 포수할 때 딱 송구가 나온다. 외야수와 다르게 포수할 때는 송구가 잘 된다. 포수에 최적화된 몸이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지금도 늦은 건 아니다. 1999년생인 강백호의 나이는 이제 25살. 본격적으로 포수 커리어에 첫발을 내딛은 그가 안방에서도 천재타자의 클래스를 뽐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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