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첫 등판 평균자책점 20점대 악몽에서 간신히 탈출했더니 이번에는 팔꿈치가 말썽이다.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33)의 비FA 다년계약 첫 단추가 잘못 꿰졌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5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에이스 고영표를 돌연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사유는 부상이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고영표는 2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을 마치고 7일 잠실 LG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측 팔꿈치에 통증이 발생했다. 이에 병원으로 향해 정밀 검진을 받았고, MRI 촬영 결과 우측 팔꿈치 굴곡근이 미세 손상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고영표는 회복에 2~3주가 소요된다는 소견이 나오며 이제 6일밖에 지나지 않은 4월을 사실상 통째로 날리게 됐다. 이강철 감독은 5월 초를 고영표의 복귀 시점으로 내다봤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한 고영표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1라운드 10순위로 프로에 입성한 KT 창단멤버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고영표는 2018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시즌 통산 19승을 수확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고영표의 전성기는 2021시즌부터 시작됐다. KBO리그 전설의 잠수함 이강철 감독을 만나며 마침내 풀타임 선발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2021년 26경기 1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2를 시작으로, 2022년 28경기 182⅓이닝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의 커리어하이를 썼고, 지난해에도 28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로 토종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기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5.87, 퀄리티스타트 63회를 기록했다.
고영표는 지난해에도 국내선수 기준 퀄리티스타트(21회), 이닝(174⅔) 1위, 평균자책점, 다승, WHIP(1.15), 2위 등 상위권을 독식하며 다시 한 번 리그 최고의 토종 에이스로서 입지를 굳혔다. 고영표는 지난해 12승으로 종전 윌리엄 쿠에바스(2019~2020), 배제성(2019~2020),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020~2021)를 넘어 KT 구단 최초 3시즌 연속 선발투수 10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이에 힘입어 지난 1월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옵션 12억 원)에 KT 구단 최초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황재균의 4년 88억 원을 넘어 구단 최고액의 사나이가 된 고영표는 37살이 되는 오는 2028년까지 KT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종신 KT맨을 선언한 고영표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즌 첫 등판부터 악몽이 찾아왔다. 3월 27일 홈에서 두산 베어스를 만나 4이닝 1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9실점 최악투로 패전투수가 된 것. 종전 8점을 넘어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자책점을 경신했고, 평균자책점이 무려 20.25까지 치솟았다.
절치부심한 고영표는 4월 2일 홈에서 KIA를 상대로 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반등에 성공했다. 1경기 만에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으며 평균자책점을 20.25에서 8.10까지 낮췄다. 이후 4일 휴식을 취하고 7일 LG전에 나서는 스케줄이 잡혔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에 재활을 실시하게 됐다.
한편 KT는 고영표 자리에 김민, 이선우, 조이현 등 롱릴리프 요원들을 준비시킨다는 계획이다. 세 선수 모두 상수보다 변수에 가까운 만큼 당분간 고영표 순번 때마다 불펜데이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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